김종철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은 일찌감치 “1970년대 권언 복합체라는 말이 나왔는데 지금은 권력과 언론이 동일체가 돼버렸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관련 최근 보수 언론의 보도는 권력과 결탁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권력화한 언론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이 죽음으로 폭로한 불법 정치자금 리스트가 정치권을 강타한 가운데 세월호 1주기를 맞아 국민들의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해외 순방을 떠났고 세월호 유가족들은 경찰 차벽에 막혀 분향도 못하고 캡사이신 최루액을 뒤집어썼다. 

보수 언론은 성완종 리스트라는 초대형 폭탄이 떨어지자 재빨리 희생양을 찾아냈다. 박 대통령이 15일 “부정부패의 책임이 있는 사람은 누구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특유의 ‘유체이탈’ 화법으로 선을 긋자 조선일보는 17일 검찰 발로 “성완종 전 의원이 여야 유력 정치인 14명에게 불법 자금을 제공한 내역을 담은 로비 장부를 확보했다”면서 “새정치민주연합 중진인 K의원과 C의원 등 야당 정치인 7~8명에 대한 로비 자료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전형적인 물타기 보도다.

박 대통령이 16일 출국 직전 “다녀와서 결정하겠다”고 이 총리를 경질할 계획을 시사했지만 대통령 지지율이 급격히 흔들리는 조짐을 보이자 보수 언론도 이 총리를 집중 공략하기 시작했다. 이 총리가 뉴스의 중심에 서면서 정권의 핵심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등은 뉴스에서 사라졌다.

심지어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20일 국회에서 성완종 전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두 차례나 사면을 받은 사실을 거론하면서 “한 정권에서 특별사면을 두 차례 받은 경우는 흔치 않다”면서 “불법 정치자금 전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는데 언론이 이를 비판 없이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 박근혜 대통령(왼쪽)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가운데) 이완구 국무총리(오른쪽). ⓒ 연합뉴스
 

세월호 1주기 보도 역시 권언유착의 악취가 난다.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을 만신창이로 만들었던 정부는 1주기를 앞두고 배·보상금 액수를 언론에 흘려서 여론을 호도했다. 아직 정부 배상 책임도 규명되지 않은 상태고 실제로 정부 책임에 대한 배상은 한 푼도 포함돼 있지 않았지만 일부 언론은 유가족들이 배·보상금을 노리고 떼를 쓰는 것처럼 매도했다. 단원고 희생자의 어머니는 “그깟 돈, 니나 처먹어라”고 절규하기도 했다.

1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1주기 추모 행사에서 경찰은 이미 위헌 결정이 난 적 있는 차벽을 둘러치고 노골적으로 시민들을 자극했다. 20일 아침 조선일보는 태극기를 불태우고 있는 집회 참가자의 사진을 1면에 싣고 “세월호 관련 집회·시위가 정권 타도 투쟁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은 동기가 순수하지 못한 전문 데모꾼들의 기획·선동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의 의도된 과잉진압과 강제연행은 언론의 방관과 협조 아래 가능했다.

조중동 등 보수 언론은 박 대통령의 불법 대선자금 의혹을 이완구 총리의 ‘개인적인 일탈’로 축소하면서 동시에 정치 냉소와 혐오를 부추겨 박 대통령을 뉴스의 전면에서 사라지게 만들었다. 지난 1년 동안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면서 세월호의 진실을 왜곡했고 정부의 책임을 철저하게 은폐했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는 정부 방해에 막혀 아직 가동조차 못하고 있는데 이런 사실조차 제대로 보도되지 않고 있다.

김광원 저널리즘학연구소 소장은 “보수 언론이 성완종 파문을 적당히 덮고 넘어갈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박근혜 정권의 임기가 아직 반 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이라 정권 차원의 불법 정치자금 의혹으로 확산되는 걸 총력을 다해 막으려는 것 같다”면서 “조선일보의 이니셜 보도에서 보듯이 이완구 총리 사퇴 이후 검찰이 여야를 적당히 섞어 추가로 희생양을 만들고 언론이 이슈를 물타기하려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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