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수수 의혹에 휩싸인 이완구 국무총리(65)가 결국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검찰이 현직 총리 수사라는 부담을 덜고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육성녹음과 메모로 불거진 ‘성완종 리스트’의 진실규명도 이제 시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성완종 리스트’를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이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돈을 건넨 인물로 지목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과 소환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음 타깃은 홍 지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그는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다음은 22일 아침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성완종 리스트’ 1호 낙마… “끝이 아닌 시작”>
국민일보 <부담 던 檢, ‘8인+α’ 겨눈다>
동아일보 <“정치개혁 차원서 확실히 수사”>
서울신문 <반대 vs 확전… 새 총리·재보선에 달렸다>
세계일보 <朴대통령 “철저 수사”… 司正강풍 예고>
조선일보 <“成, 내년 총선 나가려 또 사면 로비”>
중앙일보 <4번째 총리 낙마… 늪에 빠진 국정>
한겨레 <“왜 누구도 사과하지 않는가”>
한국일보 <총리 찾다가…진 빼는 朴정부>

이완구 사의 표명까지 당·청 간 무슨 일이…

이 총리는 지난 20일 오후 중남미 4개국을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국무총리실은 21일 오전 “이 총리는 20일자로 박 대통령께 총리직 사임의 뜻을 전달했다. 사표 수리 여부는 대통령께서 귀국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날 이 총리가 주재할 예정이던 국무회의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행했다.

야당의 파상공세가 쏟아진 지난 13~16일 국회 대정부질문 때도 자신을 변호하는 데 굽힘이 없었던 이 총리가 사의를 밝히게 된 배경에는 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의 독대 이후 여당 내의 보이지 않는 압박과 야당의 해임건의안 제출 전략이 사의 표명의 주요 원인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 중앙일보 22일자 3면
 

중앙일보는 “취임 63일 만에 이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지난 20일, 여권의 움직임은 종일 긴박했다. 이날 오전 9시30분 서울 관악구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지도부는 대통령은 ‘귀국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했지만 대통령이나 당, 이 총리 모두에게 시간을 끄는 게 득 될 것이 없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고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김 대표는 20일 정오 전후 당의 입장을 청와대와 이병기 비서실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고, 이 실장은 오후 중남미 순방차 페루를 방문 중인 박 대통령에게 당의 뜻과 국내 기류를 보고했다”며 “이 총리 퇴근 후 자정 무렵 사의 표명이 확인되기까지 7시간 동안 청와대와 남미 순방팀, 이 총리 간 연락망이 가동됐다. 이 실장이 박 대통령에게 당의 의견을 전달한 뒤 다시 대통령의 뜻을 이 총리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의사소통이 이뤄졌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완구 다음은? 홍준표, 떨고 있나

이 총리의 사의 표명으로 검찰이 ‘현직’ 총리를 수사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면서 이 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 중에 누구를 먼저 소환할지 저울질하고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간 기계적 균형을 중시하는 검찰 수사가 야당 정치인들을 향하는 조짐도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성완종 리스트’를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홍 지사에게 돈을 건넨 인물로 지목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과 소환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한겨레는 “수사팀 내부에서는 리스트에 등장하는 ‘8인’ 중 홍 지사 수사가 상대적으로 수월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성 전 회장은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2011년 당 대표 경선 때 윤모를 통해서 홍준표에게 1억을 전달해줬다”고 말했다. 돈을 준 시기와 액수뿐 아니라 ‘중간 전달자’도 특정된 것이다.

   
▲ 경향신문 22일자 5면
 

이에 앞서 홍 지사는 출근길에서 거취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것(사퇴)은 임명직의 문제지, 선출직은 재판이 확정될 때까지 거취 표명 운운하는 것은 불쾌한 이야기”라고 발끈했다고 서울신문은 전했다. 

경향신문에 보도에 따르면 홍 지사는 “국회의원이 그럼 기소가 돼 거취 표명하는 일이 있느냐”며 “선출직들이 선거법 위반에 연루돼 재판이 확정될 때까지 거취 표명을 하는 사람이 있느냐.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홍 지사는 21일 열린 경남도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성완종 리스트 연루 사실 자체만으로 의원 여러분께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진실은 사법절차에서 명백히 밝혀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홍 지사는 이어 “긴 여행을 가다 보면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질 때도 있고 가시에 찔릴 때도 있고 생채기가 날 때도 있다”며 “의연히 대처해 의원 여러분의 성원에 꼭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성완종 리스트’ 검찰 특별수사팀은 21일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경남기업과 성 전 회장 일가의 자택 등 13곳을 추가 압수수색해 검찰 수사과정에서 빼돌려진 핵심 자료도 일부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검찰 수사팀이 2004~2007년 당시의 성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사용내역까지 들여다보기로 한 것에 대해 참여정부를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 한국일보 22일자 6면
 

한국일보는 “이번에 제기된 금품 의혹들 중 가장 앞서 있는 시점은 김기춘 전 실장에게 10만달러를 건넸다는 2006년 9월이다. 그런데 이보다도 더 먼 과거를 문제 삼겠다는 것은 아무래도 참여정부를 겨냥했다는 관측이 많다”면서 “성 전 회장이 참여정부 시절 두 차례의 특별사면을 받게 된 경위까지 살펴볼 것이라는 얘기”라고 분석했다.

한국일보는 또 “이명박(MB) 정부 시절의 의혹도 자연스럽게 수사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며 “MB정부 당시 경남기업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에 들어간 만큼 정치권 인사들과 함께 경제관료들에 대한 수사가 핵심이 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 일단락? ‘경제·민생’으로 눈 돌린 동아

이완구 총리의 사의 표명은 새누리당은 “국회에서 민생과 경제살리기에 힘을 모으자”며 4월 국회로의 유턴을 요구하고 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리스트 8인’ 수사로 표적을 확대하고 나섰다.

여야 원내대표단은 21일 이 총리가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 요구를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였다. 야당은 이 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 의사일정 조율이 필요 없어지자 허태열·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병기 현 비서실장의 출석을 요구했다. 

하지만 여당은 이에 대해 “4·29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악용 소지가 다분하다”며 난색을 표해 협상은 진전이 없었다. 양측은 22일 오후 2시에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4월 임시국회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우 원내대표는 회동에서 전·현직 비서실장의 출석을 전제로 운영위를 개최할 것과 국제회의 참석차 대정부질문에 불참했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23일 본회의 출석 등을 강하게 요구했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는 운영위 소집 자체에 반대하며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와 관광진흥법, 클라우드펀딩법 등 경제활성화법안의 4월 처리 협조를 요청했다.

   
▲ 동아일보 22일자 5면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최경환 장관의 23일 본회의 출석 문제도 경제활성화법의 4월 처리 요구와 맞물려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또한 여당이 주장하는 ‘상설특검법에 따른 특검’ 도입과 야당이 주장하는 ‘특별법에 의한 특검’ 주장이 맞서 양측은 접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동아일보는 이 총리 거취가 일단락된 만큼 4월 국회에는 공무원연금 개혁과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인준동의안, 경제활성화 법안 등 3대 국정 현안에 집중해야 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동아일보는 “야당은 성완종 리스트 관련 공세의 고삐를 다잡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이른바 ‘친박비리 게이트’ 결의문을 발표하고 △박 대통령의 사과 △리스트 인사들에 대한 출국 금지 △국회 운영위 소집 등을 요구했다”며 “하지만 국회를 볼모로 대여 투쟁에 매달릴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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