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가 전격 사의를 표명하면서 차기 총리 지명까지 정국이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 총리의 사의 표명은 4.29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조율 끝에 이 총리가 자멸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회동에서 이완구 총리 거취 문제에 대해 "(순방을)다녀와서 결정하겠다"고 밝힌 것은 해외 순방 기간 여론이 호전되면 사퇴 권고는 없겠지만 여론이 계속해서 악화되면 자진 사퇴하라는 메시지를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조율한 것이고 이 총리가 끝내 메시지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길로 빠져들었다는 얘기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받고 있는 3천만원 수수 의혹은 검찰 수사 결과 사법적 판단이 나오지 않았고 성 전 회장과 접촉한 정황만 나온 상황이었다. 하지만 금품 수수 진실 공방 속에 이 총리는 거짓말 논란을 일으키면서 급격한 민심 이반을 일으켰다. 

특히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재보궐선거는 사의 표명을 앞당기는 요인이 됐다. 박 대통령이 귀국하는 27일 이후로 이완구 총리 거취를 결정할 경우 4.29 재보궐선거에서 처참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은 어렵지 않다. 

결국 이완구 총리의 말바꾸기와 재보궐선거를 앞둔 상황이 겹치면서 이 총리가 자멸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이 총리의 사의 표명을 기점으로 반전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가 사의를 표명하고 검찰 수사를 받기로 한 만큼 야권의 의혹 제기는 공세일 뿐이며 역으로 특검 도입을 강하게 주장하는 전략이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은 작년에 여야가 합의해서 통과시킨 상설특검법대로 하면 되는데 이에 대해 이번 사건만을 위한 별도의 특별법을 만들자고 주장하고 나오면서 당장 특검할 생각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성완종 리스트 의혹 이후 줄곧 정치개혁을 화두로 제시하면서 특검 수용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성완종 리스트 의혹은 박근혜 정부 공직자와 여당 정치인으로부터 시작됐지만 정치 전반에 걸친 개혁 작업이라는 명분을 들어 전방위로 수사를 확대하면 청와대와 새누리당뿐아니라 야권 정치인들도 엮일 수 있다. 청와대에서 편법-위법으로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져왔던 정경 유착 문제를 개혁할 수 있는 기회라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반전을 염두에 둔 것이다. 

   

▲ 이완구 국무총리. ⓒ 노컷뉴스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특검 도입을 주장한 것도 정치개혁 작업을 명분으로 한 정치적 이득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특검 도입을 주저하고 있는 이유는 이번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규명하는데 자칫 특검이 청와대와 새누리당에 면죄부를 주는 방향으로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검법에 따르면 특검 준비기간만 20일이 걸리고 수사기간은 60일이다. 30일 수사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성완종 리스트 수사는 증거 인멸 등으로 진실 규명이 어렵고 복잡해 상당기간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수사 범위를 정하는 문제부터 지난한 공방을 주고받을 수 있다. 새누리당은 노무현 정부 때 성완종 전 회장이 두번에 걸쳐 특사로 나왔던 것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번 수사 범위를 정치자금법 공소시효 기간으로 정할 경우 과거 노무현,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 이르끼까지 전방위적인 수사로 확대될 수 있다. 

특별검사 추천도 추천위원 7명 중 정부 여당 쪽 인사가 4명을 차지하기 때문에 야당 입장에서는 특검이 중립성을 포장해 청와대와 새누리당 쪽에 유리한 수사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성완종 리스트 수사는 검찰이 어떤 식으로 발표를 해도 국민적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특검 도입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 특검법은 원포인트 형식의 범위가 좁고 사건이 명쾌한 비리 사건에 적합할 뿐 성완종 리스트 의혹에 맞는 별도의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야당의 주장이다. 

이완구 총리 자진 사퇴로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시스템 문제가 또다시 드러났다는 지적과 함께 차기 총리 지명도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벌써부터 특정 공직자와 정치인들의 이름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김철근 교수(동국대 정치외교학)는 "과거 인사위원장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었지만 현재 인사 검증 시스템은 이병기 비서실장이 맡고 있어 그동안 상당히 온정적이었던 시스템을 보강해 차기 총리를 지명할지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다만 바로 총리 지명을 할 것 같지는 않다. 4.29 재보궐선거가 있고 검찰 수사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최경환 부총리가 상당기간 직무대행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차기 총리는 도덕성이 검증되고 통합 인물에 역점을 두고 지명할 가능성이 높지만 무엇보다 청문회를 우선 통과할 수 있는 무난한 인사를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검증에 단련이 돼 있는 공직자 출신 인사가 지명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또한 지역 안배를 고려했을 때 TK출신보다는 충청권과 호남권 인사가 유력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인사보다도 현재 당정청 관계를 봤을 때 새누리당 지도부에 힘이 쏠리는 것을 견제하는 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인사가 차기 총리로 지명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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