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유저를 기자로 임용한 조대현 사장과 경영진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입사 기준에 대한 가치판단부터 채용 과정상의 비민주성도 드러냈다는 주장이다. 

KBS 11개 협회와 양대 노조는 17일 ‘일베 품은 KBS, 흔들리는 공영방송의 가치’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KBS는 지난 1일 ‘일베’ 기자를 정식 임용했다. 입사 전 행위를 임용을 거부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내부에서는 ‘일베’기자 임용에 대한 반발이 이어져오고 있다. 

안주식 KBS PD협회장은 기조발언에서 “범법행위가 아닌 이상 입사 전 행위를 문제시 할 수 없다는 사측 입장은 성공한 쿠데타를 처벌할 수 없다는 주장만큼 폭력적이며 꼼수로 위기를 넘기고자 하는 얄팍함”이라고 비판했다. 

안주식 협회장은 이어 ‘일베’기자가 드러나고 정식 임용되는 과정에서 “경영진이 무능과 컨트롤 타워 부재 모습만 보였다”며 책임을 회피한 사내 기획, 홍보담당, 인사담당 부서와 보도본부 내 평가담당자에 대한 징계 필요성을 주장했다. 

   
▲ KBS 11개 협회와 양대 노조가 17일 신관 국제회의장에서 ‘일베 품은 KBS, 흔들리는 공영방송의 가치’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있다.
 

 

안주식 협회장은 이 과정에서 “‘3시간 만에 사장 면담 거절’이라는 초유의 결과를 맞기도 했다”며 “문제는 공영방송 KBS의 입사기준을 둘러싼 가친판단의 문제, 내부의 민주적 의사결정 부재, 조대현 사장 체제의 비민주성과 무능한 위기 대응 능력으로까지 확대됐다”고 말했다. 

조현아 KBS 여성협회장은 ‘일베’ 기자가 일베 게시판에 쓴 글과 댓들을 나열하며 “이런 글을 쓴 자를 구성원으로 받아들인 경영진이 이글에 동조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조현아 협회장은 사내 품위유지 규정 등을 언급하며 “격변하는 사회를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하는 몇 가지 규정으로 인해 KBS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건 지켜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사태 추이를 간과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김철민 KBS 기자협회장은 “이번 ‘일베’ 기자 임용을 통해 더 이상 KBS가 공정하지 않다는 점을 드러냈다”며 “‘일베’ 기자를 임용하는 것은 안 그래도 의심받는 공정성을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가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철민 협회장은 이어 “KBS가 케일베스라고 조롱받는 상황에서 조대현 사장은 11개 협회 주장을 거부하면서 어떻게 내부동력을 이끌어 내고 시청자 신뢰를 회복할 것이냐”며 “경영진 스스로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곡해하는 배임 행위를 한 것으로 경영진에게 사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성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사무처장은 이번 ‘일베’ 기자 임용 결정이 “미래에 대한 걱정이 아닌 조대현 사장이 노조와 협회 주장을 따르기 싫어 한 아집의 결과”라며 사태를 방치하고 악화시킨 조대현 사장에 대한 불신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유일한 외부 발제자로 참석한 윤석민 서울대 교수는 ‘일베’ 기자의 전력에 대한 비판에는 공감하지만 이를 근거로 한 채용 취소 요구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석민 교수는 “헌법이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표현의 자유는 애초에 등장하거나 유포되지 못할 금기시 되는 발언에 대한 표현”이라며 “익명 표현자의 신상을 밝히고 집단적으로 압력을 가하는 행위는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채용 취소에 대해 윤석민 교수는 “문제 인사에 대한 직업적 제한을 가한다기보다는 내부의 자율적인 통제나 사내 분위기를 통한 제재가 적절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안주식 협회장은 이에 대해 “헌법에서 말하는 표현의 자유와 KBS 입사 기준을 혼동하는 것 같다”며 “’일베‘ 기자의 글이나 생각은 KBS에 해가 된다. 그런 것까지 포용해야 한다면 그것은 제대로 된 언론사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안주식 협회장은 “개인이 어떤 식으로 보호돼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면서도 “사태가 이렇게까지 진행된 것은 경영진의 태도로 여러 절차를 정확하게 따르기만 했어도 이야기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베’ 기자에 대한 채용 취소나 임용 거부 등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토론회는 ‘일베’ 기자에 대한 임용 취소를 할 근거가 있느냐는 질문도 이어졌다. 

김성일 사무처장은 “입사 취소의 ‘타당한 이유’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인사권자”라며 “타당한 이유를 가지고 끊임없이 인사권자를 설득하고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철민 협회장은 “사측의 의지가 없으면 외력으로 강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몇몇 협회와 KBS본부 노조는 ‘일베’기자 채용에 대한 국민감사청구 등도 고려하는 등 대응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주최 측의 보도 요청이 있었다. 하지만 사측은 기자들의 토론회 장소 출입을 불허해 현장 취재가 무산됐다. 주최 측은 토론회 후 녹취록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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