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장동민이 과거 인터넷 방송의 발언 때문에 ‘무한도전’의 식스맨 프로젝트에서 하차하자 뜻하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바로 유병재 복귀청원 운동이었다. 

그는 이미 탈락한 후보였고 최종후보들은 확정되었지만 이번에 장동민 하차로 빈 자리를 유병재로 다시 채워야 한다는 네티즌들의 의견인 것이다. 장동민이 나가고 비어 버린 자리를 두고 다시 오디션을 해야할 듯 싶다. 
그런데 그를 다시 불러들이려는 움직임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그것은 유병재가 ‘무한도전’의 정체성에 더 맞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새 ‘무한도전’은 가장 뛰어난 이를 멤버로 선발하려 하고 있다. 식스맨 프로젝트는 공개 선발이라는 오디션 포맷과 영화 ‘킹스맨’의 형식을 결합한 것인데, 소통과 개방성의 방송 민주주의 가치를 실현해내는 사례이기도 했다. 

하지만 ‘무한도전’의 정체성의 연장선상에서 멤버 충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는 되짚어 볼 필요가 있었다. 여기에서 생각해 볼 점은 바로 ‘무한도전’의 무도 정신에 관한 것이다. 

지난 3월 28일 ‘무한도전’의 식스맨 프로젝트에 참가한 유병재는 ‘무한도전’의 무도 정신에 대해서 언급했다. 간단한 청문회에 임한 유병재는 자신이 식스맨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밝히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무한도전’은 시작부터 지금까지 대한민국 평균 이하를 지향하는 정신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은 평균이하라고 했다. 이유는 조금 엉뚱해서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자신의 키가 162cm이므로 대한민국 평균 이하라는 점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의 평균이하 정신은 물리적인 키와 별개라는 점을 시청자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초창기부터 ‘무한도전’ 멤버들은 평균이하를 강조했고 지금도 이러한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한다. 외모는 뛰어나지 않고 지능지수나 학력이 높지 않으며 예능에 출연하기에는 나이는 많은 점을 강조해왔다. 이제 많은 멤버가 40대에 포진하고 있다. 더구나 체력은 저질 가운데에 저질이다. 그래서 무슨 도전을 하겠나 싶다. 무엇보다 그러한 평균 이하의 조건에도 불구하고 도전을 끊임없이 나서는 점이 ‘무한 도전’에 대한 팬들의 사랑을 계속 이끌어내는 큰 요인이었다. 자신의 꿈과 소망을 위해 열심히 달려가고 싶은 이들의 자화상이었다. 이준익 감독의 말대로 우리는 모두 루저이며 루저의 영원한 도전이 무도정신일 수 있다. 

아니 사실상 ‘무한 도전’ 맴버들은 평균이하가 아니라 우리들 자신의 모습이었다. 왜냐하면 평균이라는 것은 허구적이기 때문이다. 평균이하가 오히려 보통이다. 
예컨대, 양극화가 심할수록 소득 평균은 별로 의미가 없는 것과 같다. 지능은 좋은 사람보다 아닌 이들이 많고 외모가 그렇고 그런 이들이 대다수이며, 스펙을 내세울 게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한도전’ 멤버들의 도전은 감정이입을 통해서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새 ‘무한도전’은 그러한 평균 이하를 벗어난 분위기를 풍겨왔다. 더구나 그들 멤버들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고, 언행은 일정하게 패턴화 되었다. 그들이 평균 이하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즉 수혈이 필요하던 차였다. 시대적 감각이나 트렌드에 맞는 평균이하 정신을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 이러한 점에서 새로운 맴버는 평균 이하 정신의 연장선상에 있어야 했고 그것을 대변하는 캐릭터는 유병재였다. 

왜일까. 유병재는 이른바 병맛코드로 일컬어지는 문화코드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병맛 코드는 B급 문화코드로 일컬어진다. 사회학적인 분석의 관점에서는 삼포세대의 고민과 불안, 혼돈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런 점을 ‘초인시대’는 삼포세대의 사랑과 연애 결혼을 중심으로 풀어 내면서 그의 캐릭터가 갖는 현재 젊은 세대 현실의 문화적 가치에 집중 하면서도 때로는 확장하고 있다. 

유병재는 ‘극한 직업’에서 요즘 유행하는 말로 갑과 을에서 치이고 당하는 을을 대변했다. ‘극한 직업’이라는 것은 결국 ‘무한 도전’이 다양한 영역에 도전하면서 그 실제적인 본질을 드러내주었던 것과 다름이 없었다. 유병재만이 보여주는 무기력하고 소극적인 언행에 슬프고 서러운 독특한 표정은 병맛 코드를 넘어서서 시대적 우울과 불안을 담아내고 있다. 

   
▲ 유병재. ⓒ노컷뉴스 (CJ E&M 제공)
 

그의 캐릭터에는 단지 우울과 슬픔, 무기력함에 빠져 있으려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극복해나가려는 저항적 의지도 담겨 있다. 유병재 캐릭터는 결코 삷의 의지를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식스맨 프로젝트 참여한 어느 후보보다 유명하지 않다. 본래 전문예능이나 연예인도 아니다. 재주가 그렇게 많은 것 같지도 않다. 재주가 많지 않기 때문에 탈락될 가능성은 이미 잠재되어 있었다. ‘무한도전’ 식스맨은 지금 우월한 자를 뽑고 있기 때문이다. 평균 이하의 정신을 통해 성장한 ‘무한도전’의 역설이면서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유병재에게는 오로지 정신이나 의지 그리고 캐릭터만 있으니 그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해 보였다. 더구나 다른 후보들과 비교하고 점수를 매기는 선발 경쟁이 붙으면 내세울 게 없다, 요컨대 ‘무한도전’과 같은 최고의 프로그램에서 전문예능인으로 활동하기에는 평균이하에도 못미치니 말이다. ‘무한도전’은 다른 오디션 프로가 흔히 선보이는 패자부활전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장동민 하차 후에 그에 대한 복귀 청원이 일어날 만 했다. 별다를 게 없는 열등한 자(?)를 선발하는 것이 ‘무한도전’의 정신에 맞지 않을까. 물론 무도의 팬과 시청자들이 원하는 열등한 자이어야 할 것이다. 루저의 도전은 항상 열어놓는 것이 무도정신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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