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와 오유(오늘의 유머)가 모두 비판하는 정치인. 이자스민 새누리당 앞에 붙은 수식어다. 한국 최초의 다문화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지닌 숙명일지도 모른다. 이자스민 의원에 대한 기사가 뜨면 댓글 창은 ‘왜 필리핀 여자를 국회의원 시켰냐’는 인종주의적인 댓글로 도배가 된다.

이자스민 의원은 이러한 반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다문화를 상징하는 그가 왜 하필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을 선택했을까. 미디어오늘이 이자스민 의원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에 대해 듣기 위해 16일 그를 만났다. 

- 정치를 하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나.
“사실 떠밀리듯 하게 됐다. 영화 ‘완득이’로 알려지고, 강의나 방송 제의가 많이 들어오던 상황이라 정치를 한다고 하자 주변에서 ‘너 왜 그러나’라는 반응을 많이 보였다. 하지만 2012년 총선 때 갑자기 정치를 시작했던 게 아니다. 2008년 관련 시민단체가 진행했던 ‘이주여성 지방의원 만들기 프로젝트’에 참여했는데 내가 이주여성 중에 한국어로 내 생각을 표현하는 데 가장 능하다보니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주여성이 무슨 의원을 하냐고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오바마가 미국에서 당선되면서 우리 프로젝트가 주목을 받았다”

   
▲ 기자와 인터뷰 중인 이자스민 의원. 사진=이자스민 의원실 제공
 

- 왜 하필 새누리당이었나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시민단체에서 2010년 지방선거에서 모든 당에 이력서를 넣었다. 우리는 당연히 민주당에 들어갈 것이라 생각했다. 민주당이 그래도 진보적인, 소수자 이슈에 더 관심이 많으니까. 그런데 민주당은 안 받아들였다.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고 들었다. 반면 당시 한나라당은 (정치적으로) 워낙 상황이 안 좋았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어 했다”

“한나라당이 경기도 지방의원을 제안했다. 그러나 거절했다. 방송에 나오는 동안 내 이름 밑에 ‘서대문구 연희동’이라는 주소가 떴는데, 갑자기 경기도에서 출마하고 싶지 않았다. 정치를 하더라도 첫 단추를 잘 꿰고 싶었다. 한나라당에서 다시 제안이 왔다. 서울시 비례대표 의원이었다. 또 거절했다. 왜냐면, 한나라당은 비례 5번을 준다고 했는데 우리는 이주여성 정치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1번 아니면 못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간 큰 행동이었다. (웃음)”

- 2년 뒤 다시 비례대표 제안이(15번으로) 온 건가
“다시 제안이 오자 주변에서 기회가 두 번이나 왔는데 걷어차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많이 말해줬다. 나한테 기회가 다시 온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주민 입장에서 정치에 진입하기 어려우니 할 수 있으면 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결심했다”

“그 때도 다른 당에서는 아무런 오퍼가 없었다. 내가 비례대표가 되자마자 야당에서 말이 많이 나왔다고 한다. 야당 의원들이 ‘이자스민을 잡았어야 하는데, 그게 미스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더라”

최초의 이주여성으로, 다문화를 대표하는 의원이었으나 사람들의 눈초리는 따스하지 않았다. 이자스민 의원 관련 소식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면 욕설로 도배가 된다.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정치 시작할 때 ‘정치에 들어가면 갈기갈기 찢겨 나온다’는 무서운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처음에는 심각해봐야 얼마나 심각하겠나 싶었다. 방송 출연할 때는 박수 받고 칭찬받았다. 다문화와 외국인에 대해 이야기해도 그랬다. 한국의 긍정적인 면도 많이 봤다. KBS 바로 길 건너 국회로 왔을 뿐인데 이렇게 욕먹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하늘과 땅 차이였다. ‘한국을 필리핀 나라’로 만들려 한다는 사람도 있는데 나 혼자 어떻게 필리핀을 만들겠나”

- 왜 거부감이 이렇게 크다고 생각하나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어서 그런 것 같다. 원래 처음 일어나는 일에 사람들은 두려움을 갖기 마련이다. 처음으로 대한민국에서 태어나지 않은, 원주민이 아닌 사람이 의원을 해도 되는 건가라는 우려인 것 같다. 모르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갖는 것은 당연한 거다. 다문화에 대한 거부감도 거기서 나온다고 본다”

“또 하나는, ‘외국에서 자란 사람이 한국에 대해 뭘 알겠어’라는 생각도 많이 있는 것 같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교육받은 나보다 뛰어나겠나’라며 상대적으로 좀 낮게 보는 인식도 있다. 근데 생각해보면 외국인 입장에서 제도와 정책을 바라봐야지 늘 있었던 사람들은 뭐가 문제인지 모른다. 내가 다문화를 대표하는 것이 그 때문이다. 이주여성이 봐야 다문화 정책의 문제점이 보인다. 비례대표의 취지도 그런 것 아닌가”

- 이런 반응을 보면 한국이 다문화를 받아들이기에 멀었다는 생각도 든다
“독일출신 배우 이참씨가 관광공사 사장이 됐을 때는 이런 말 없지 않았나. 아무래도 내가 한국보다 덜 발전된 나라인 동남아시아에서 왔다는 점이 크지 않을까. 낮은 지위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메인 스트림으로 올라가니 반감이 있는 것 같다.”

- 이런 논란이 있을 때마다 어떻게 대처하나
“일단 댓글은 다 본다. 주변 사람들은 ‘보지마 보지마’ 하지만 다 본다. 나는 최초이고, 사람들의 나에 대한 거부감이 어디서 기인하는지 댓글을 보지 않는 한 모른다. 나에 대해 부정적인 글을 보면 외국인에 대한 부정적인 경험이 있는 사람인 경우가 종종 있다. 외국인과 결혼을 했는데 안 좋은 기억이 있다거나 자기 직장에 외국인 노동자가 들어왔다거나 하는. 그런 경험을 내가 바꿀 수는 없다. 내가 맞다고 믿고 있는 일들을 추진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은 대처라고 생각한다”

- 지역구 의원이 아니라 비례대표라 더 반감이 심한 건 아닐까
“의석수가 중요하기에 확실한 후보가 아니면 지역구를 내주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다. 또 이주민들이 한 지역에 사는 것도 아니고 전국에 퍼져 있기에 이주민을 대표한다는 면에서는 비례대표가 더 맞는 것 같다”

이자스민 의원을 비난하는 목소리에는 인신공격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이자스민 의원이 불법체류자를 보호하는 법안을 발의했다는 글이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그 글은 사실이 아니었으나 이자스민 의원이 ‘이주아동권리보장법’을 대표 발의한 것은 맞다. 혹자들은 이 법이 불법체류자의 추방을 금지하고 이들에게 특혜를 주는 법이라 반발한다.

   
▲ 오늘의유머 게시글. SBS 취재파일에서 재인용
 

“이 법을 만들 때 한참 고민했다. 시민단체에서 이 법은 야당 의원이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내가 이런 법을 발의하면 확대 해석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부정적인 의견이 더 많을 것 같았다. 그래서 야당 의원에게 이야기했는데 검토를 해보겠다고 하더니 결국 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하겠다고 했고, 이주민들이 원하는 것을 다 들어줄 순 없고 통과가능성과 현실성을 고려해 법을 수정했다. 그래서 만드는 데만 2년 걸렸다”

“법을 만들 때 딱 한 가지 고려했다. ‘아동’이다. 이주아동에게 교육, 의료 등의 혜택을 주는 내용이 골자인 법이지만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시행령과 교육부 지침에 이미 이주아동이 고등교육까지 받게 하자는 내용이 있다. 체류자격에 상관없이. 교육법에도 있고 아동법에도 있는 걸 하나로 모은 것 뿐이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으면 사람들이 권리가 뭔지 모른다. 건강권, 교육권은 기본적인 권리다”

- 특히 이 법의 ‘특별체류자격 부여’ ‘강제퇴거로부터의 보호’ 등의 조항에 반발한다. 
“사람들이 ‘군대도 안 가는 애들 보호해줄 필요 있나’고 하더라. 이 법의 대상은 아동이다. 아동은 군대 안 간다. UN아동권리협약에도 아동이 부모와 살 권리가 존재한다고 나와 있다. 이 법의 특별체류자격이란 18세 미만 아동이 남을 수 있는 경우를 대통령령으로 정하자는 뜻이다. 아마 몸이 아픈 경우 등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이상 이 법이 통과돼도 대부분은 추방을 당할 것이다”

“이 법을 ‘불법체류자에게 국적을 주는 법’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더라. 이 법은 이주아동의 출생등록할 권리를 보장하자는 내용이지 국적을 주자는 게 아니다. 아이들에게 주는 것은 주민등록번호가 아니라 관리번호다. 2만 명이 한국에 산다는데 어디에 사는지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 아무것도 모른다. 존재 안 하는 사람들이다. 관리차원에서라도 필요한 일이다”

또 다른 비판 근거는 이자스민 의원이 위안부 기림비 설치에 반대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월의 일이다. 언론은 이자스민 의원의 이름이 검색어에 오를 때마다 위안부 기림비 이야기를 다시 끄집어낸다.

“내가 국회 와서 처음 만든 법이 위안부 할머니들의 소송지원비를 국가가 지원하는 내용의 법이다. 당시 내 말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반대할 이유가 없다. 맞아죽으려고 누가 그 법을 반대하겠나. 원래 법 내용이 국회 안에 기념비를 세우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왕이면 사람들이 더 많이 볼 수 있게 광화문에 설치하자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받아들여지진 않았지만 여의도 근처에 공원을 조성하고 박물관을 만들자는 식으로 결론이 났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무슨 말을 해도 그 부분만 강조할 것이고 또 우려먹을 것이다”

이자스민 의원을 둘러싼 논란을 증폭시키는 기제는 언론이다. 인터넷 언론들은 검색어 장사를 하며 분노를 부추긴다. 이 의원의 아들이 연관된 ‘담배 분실’을 ‘담배 절도’인 것처럼 자극적으로 보도했다. 이 의원에게 “언론이 왜 그런 것 같나”고 물었다.

   
 
 

“클릭수가 오르나보다. 어떤 기자가 나에게 인터넷 신문이 많아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클릭수로 인한 광고 밖에 없다고 하더라. 내 이름만 뜨면 클릭할 사람들이 많은 가보다. 그 당시 길정우 의원 등도 기림비를 국회 안에 설치하는데 반대했다. 근데 희한하게 언론에 내 이름만 부각되서 나온다. ‘이자스민 의원 등’이라고. 의원들이 농담으로 ‘이자스민하고 연루되면 ‘이자스민 등’이라고 나오지 내 이름은 안 나와‘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자스민 의원은 남은 1년의 임기동안 이주아동권리보장법을 비롯해 다문화 가정, 이주민들의 권리를 위한 활동에 전념할 것이라 밝혔다. 그에게 한국의 다문화 정책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 다문화 가정에 태어난 이들이 한국에서 어떤 불편을 겪나
“말에 대한 문제가 많다. 외국인 부모가 아니더라도 말을 더듬거리면 놀림대상이 되지 않나. 그 다음은 생김새인데, 일본이나 중국, 베트남 아이들은 생김새가 별로 다르지 않아서 부모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하는 경우도 많다. 반면 외모가 다르고 약간 까무잡잡한 스리랑카 등 동남아시아 아이들은 괜히 더 본인이 의식을 해서 잘 어울리지 못하고 놀림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작년에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주 관련 국제회의에 참석했다가 이주민 2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이주민 2세들이 어렸을 때는 자신을 대하는 것이 차별적이라고 느끼지 않았는데 커서 사회를 알고 난 후에 ‘아 옛날에 그게 차별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게 가장 큰 걱정이다. 나도 내 아들에게 물어보면 차별 같은 거 없다고 하는데 이 아이가 커서 어떻게 느낄지 걱정이다”

- 다문화 정책을 내세울 때마다 ‘역차별’ 논란이 인다.
“정부가 잘못한 면이 크다. 2000년도에 국제결혼이 많아지면서 다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다문화기본법도 만들기 전에 다문화 가정 지원법부터 만들었다. 전문가가 없다보니 정책과 제도를 마구잡이로 해다. 큰 틀이나 철학이 없이 지원법을 만들고 예산을 책정하다보니 예산을 어떻게 써야할지 주무부처에서 당황했다 ”

“어느 날 아들이 책을 두 박스 들고 와서 물어보니 다문화 예산으로 책을 사주라고 했단다. 또 어느 날은 아들이 학교에서 무슨 캠프를 가라고 했다, 방과 후 학습을 해야 한다고 했다더라. 다문화 선생님도 생겼다. 그 학교에서 다문화가정이 우리 밖에 없는데. 다문화가정지원법이 생겨서 학교마다 예산이 배정되자 그렇게 써버린 거다. 한 명 밖에 없는데 방과 후 학습을 따로 하고 선생님을 따로 배정하고 얼마나 비효율적인가”

- 일회성 지원 정책이 다문화 정책에 대한 반감을 부추겼다는 뜻인가.
“이런 식으로 책을 주자 반찬을 주자, 쌀을 주자 김치를 주자는 식으로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일회성 이벤트만 쏟아졌다. 일반 국민들 눈에는 ‘나도 힘든데 재네는 공짜로 돈버네’이러면서 다문화 정책에 대한 시선이 안 좋아졌다”

   
▲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 사진=이치열 기자
 

- 그럼 예산을 어디다 써야할까
“다문화 예산을 다문화 가정에 써야한다는 사고 자체가 잘못됐다. 국회 와서 다문화이해교육을 의무교육으로 하는 법을 제출했다. 아이들과 선생님들, 공무원들에게 다문화 교육을 시키는 것이다. 다문화가정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인식을 바꿔야한다. 법은 다문화에 대한 ‘인식개선사업’하자고 명시하고 있지만 공무원들이 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행할지 모른다”

- 그래서 그 법은 통과 됐나
반대하는 의원들이 있어서 의무가 아니라 ‘재량’이 됐다. ‘우리나라가 다문화사회로 갈지 안 갈지 합의가 안 됐는데 의무교육 할 수 있냐’고 하더라. 안타까웠다”

- 또 다른 사례가 무엇이 있을까.
“‘이중언어’ 선생님들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해서 이주여성을 900시간 교육시켜서 학교에 한국어와 이주민 언어를 같이 쓰는 선생님들을 뒀다. 한국에서 자란 학생들이 외국 언어에 관심도 가지면서 자연스레 다문화교육을 시키자는 취지였는데 이 이중언어 선생님들이 학교에선 다문화 학생들의 통역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왜 그런지 알아보니 다문화 예산을 다문화 아닌 애들한테 쓰면 안 된다는 이유였다” 

- 앞으로의 계획은. 재선하고 싶은 생각은 있나
“당에서 기회를 줘야하는 것이기에 재선 여부는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 1년 후 어떤 직업을 가질지 모르겠지만 내가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할 것이다. 원래 생활로 돌아가도 활동할 부분이 많을 것이다. 욕을 많이 먹어서 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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