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사건 수사를 맡은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여당은 물론 야당 의원에 불법 자금을 제공한 내역을 담은 로비 장보를 확보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로 촉발된 검찰 수사인데 의도적으로 야당 명단을 집어넣어 물타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특별수사팀이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이 여야 유력 정치인 14명에게 불법 자금을 제공한 내역을 담은 로비 장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 리스트에는 성완종 리스트에 나온 정부 유력 인사 뿐 아니라 새정치민주연합 중진 의원 등 야당 정치인 7~8명의 금품 수수 내역이 담겨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수사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장부엔 구체적인 로비 내역이 담겨져 있는 만큼 야당 의원들도 수사를 피해갈 수 없다는 설명만 나왔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 중진 K의원과 C의원 등을 거론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사안의 본질을 흐리려는 검찰의 치고빠지기식 언론 플레이가 또 시작된 게 아닌가하는 강한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사건은 박근혜 정권의 권력 핵심들이 망라된 사상 초유의 집단 뇌물 사건이다. 검찰 수사는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현 정권 실세들의 혐의부터 철저히 가려내는 데 우선 집중돼야한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보도를 정권에 칼끝이 향한 성완종 리스트 수사를 흐리기 위한 검찰과의 합작품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혐의가 확인될 경우 수사를 피할 생각이 없다면서도 “지금은 이완구 총리, 김기춘 전 비서실장, 홍준표 경남도지사 등의 거짓말이 연일 드러나면서 성완종 리스트의 신빙성이 더욱 굳어져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특별수사팀 발로 나온 조선일보의 보도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과 맥락을 같이 한다. 

박 대통령은 성완종 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정치권 전반의 문제라며 부정부패 척결에 초점을 맞추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 정권에 연루된 인사들이 의혹에 휩싸인 것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기보다 이번 사건이 정치권 전반의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고 이에 따라 검찰은 여야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내용의 증거를 확보하고 조선일보가 ‘경고’하는 모습의 보도를 내놨다는 것이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접촉하고 금품 수수의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면서 말바꾸기를 하는 등 코너에 몰렸던 이완구 국무총리가 대정부질의에서 “대단히 복잡하고 광범위한 수사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검찰 수사 전개 방향을 미리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이번 사건은 정부와 새누리당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줄 수 있는 사안인데 한 기업가의 그릇된 방식을 통한 정치권 전반의 로비 문제로 전환되면 비판 여론을 희석시킬 수 있다.

애초 특검 도입을 주장했던 것도 여야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방향으로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을 우려 때문이었는데 특별수사팀 수사 착수 이후 며칠이 지나지 않아 로비 장부 얘기가 터져 나온 것이다. 

장부에 거론됐던 야권 인사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선일보 보도에 나온 C모 의원이 자신을 지칭한 게 아니냐는 전화를 수차례 받았다는 추미애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은 “갖다 붙이지 마시라, 소설 쓰지 마라”고 반발했다.

추 최고위원은 17일 최고위회의에서 “성완종이라는 이름 석 자도 고인이 되고 사건이 일어나서 알게 된 사람”이라며 “신문과 방송의 물타기의 도가 너무 지나치다. 특정 신문과 방송이 새누리당의 기획 도구이거나 전략기획실이 아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조선일보와 종편의 보도가 본질을 흐리기 위해 근거 없이 자신을 몰아가고 있다는 비판이다. 

조선일보 보도 이후 SNS상에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명단이 나돌기도 했다.

SNS상 명단에 포함된 노영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명단의 최초 유포자와 리트윗을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오늘자로 고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의원이 공동대응하기로 하고 경찰청장에게 직접 유포자 수사를 요청했다. 

노 의원은 성완종 전 회장과 관계에 대해 “일면식 자체가 없다. 지나가는 말로 인사하는 경우도 없었고 커피 한잔도 마시지 않았다”고 말했다.

   
▲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노컷뉴스
 

노 의원은 “재보궐 선거용 기획한 것 같다. 일단 이름을 유포해 공방을 붙이고 종편이 떠들어 흠집을 내고 선거가 끝나면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의도적이고 현재 국면 탈출을 위한 정치 공작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며 “최초 올린 사람을 밝혔으니 배후의 의도가 드러날 것이다. 조사에 시간을 끄는 것도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장부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정권의 의도된 물타기라는 주장이지만 조그마한 단서라도 나오면 성완종 리스트처럼 언론 검증 보도의 폭탄을 맞을 수 있다. 

조선일보는 일단 검찰이 장부를 확보했다는 선에서 보도했지만 장부를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금품 수수 정황까지 제시할 경우 파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 

검찰은 진퇴 문제가 걸려 있는 현직 총리의 수사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어 유력한 야권 인사를 수사하는 쪽으로 공정성을 주장할 가능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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