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년, 국가는 추모마저 가로막았다. 16일 저녁 9시 10분 경 서울 시청광장에서 세월호 1주기 추모 행사를 마친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 7만여명은 헌화를 위해 광화문 광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시민과 유가족들의 발걸음은 경찰에 의해 번번이 가로막혔다. 

9시 10분,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은 시청광장에서 동아일보 앞 일민미술관을 거쳐 광화문광장으로 이동했다. 손에는 헌화를 위한 꽃이 한 송이씩 들려 있었다. 그러나 일민미술관 앞은 경찰에 의해 가로막혔다.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은 유가족과 시민들의 이동이 ‘신고 되지 않은 행진’이라며 해산 명령을 내렸다.

   
▲ 시행령 폐기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는 시민들. 사진=김도연 기자
 
   
▲ 경찰 차벽에 가로막힌 시민들이 차벽에 플래카드를 붙이고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종각역 앞 거리를 행진 중인 시민들.사진=조대희
 

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정부가 추모하고 싶은 국민들, 함께 눈물 흘리고 싶은 가족들을 왜 막는 것인가. 우린 또 가만히 있어야 하고 또 침묵해야 하나”라며 “겨우 꽃 한송이 바치러 광화문 분향소에 가는 길을 왜 막나”라고 항의했다. 시민들도 “비켜라” “이 꽃이 그렇게 무섭냐”며 격렬히 항의했다.

그러나 닫힌 폴리스라인은 열리지 않았고, 결국 유가족과 시민들은 9시 40분 청계광장을 따라 길을 돌아 광화문 분향소로 가기로 했다. 분향소로 향하려는 시민들과 이를 가로막은 경찰이 거칠게 충돌했다. 시민들은 “앞으로 가자”고 외쳤고, 경찰 간부들은 “가운데 버텨” “잘한다 잘한다”를 외치며 시민들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시민들을 상대로 캡사이신을 뿌렸다.

   
▲ 청계광장에서 충돌하는 시민과 경찰들. 사진=장슬기 기자
 

10시 5분, 일부 시민들이 길을 돌아 종각으로 향했고 종각 젊음의거리 앞 도로에 들어섰다. 경찰은 도로와 인도를 가로막았다. 같은 시각 청계천 곳곳과 영풍문고 앞 등에서 시민들과 경찰이 충돌했다. 흩어져 있던 3만여명의 시민들은 1시간 가량 구호를 외치며 경찰과 대치했다. 이 과정에서 유가족들은 차벽에 올랐다. 

   
▲ 종각역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던 유가족들이 차벽에 올랐다. 사진=조대희
 
   
▲ 시민들이 종각 젊음의거리 앞으로 모여들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유가족을 포함한 시민 100여명은 11시 30분 경 헌화를 위해 인사동으로 향했으나 경찰 병력에 막혀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경찰은 연행을 경고하는 등 대치가 이어졌다. 유가족과 시민들은 1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3시간 지나도 도착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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