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JYJ의 김준수는 EBS '스페이스 공감'의 녹화장에서 결국 눈물을 흘렸다. 그 이유는 일단 무려 6년만의 지상파 방송사 출연이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김준수는 무대에서 "(나에게)음악 방송이 사실 영원히 없을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JYJ의 멤버들은 동방신기 탈퇴 이후 지상파 방송사 출연이 어려웠다. 김준수의 눈물은 바로 그간의 고통을 의미했다. 그들의 출연에 대해 관련 기획사들의 연합단체가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문산연(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회)이 동방신기 3인 멤버가 따로 만든 그룹 JYJ의 방송 출연 자제와 관련한 공문을 보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실제로 그들에게는 여러 지상파 출연 불방 사례가 있었다. 심지어 행사출연을 담은 방송 촬영 분이나 그들을 다룬 다큐도 방영되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법원의 최종 판결이 그들의 승소로 끝났음에도 방송출연불가는 여전했다. 물론 각 지상파 방송사는 이전 소속사였던 SM이나 문산연의 요청 때문에 그들의 출연을 금지하고 있는 지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없으며, 다만 각 개별 프로그램에서 결정하고 있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2009년 창립된 문산연은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한국광고모델사업자협회, 한국게임산업협회, 한국뮤지컬협회,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한국연예제작자협회, 영화인회의,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등 8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어 문화콘텐츠계의 최대의 이익단체이다. 

그럼 이제 JYJ는 김준수의 EBS출연으로 지상파 방송 출연의 물꼬를 트게 되는 것일까. 하지만 김준수가 출연했던 EBS '스페이스 공감'은 다른 음악 방송과는 구별되는 점이 있다. 이 때문에 다른 지상파와 똑같이 비교할 수 없는 점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연예기획사와는 좀 독립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독립적이라 함은 방송사 전체에 걸쳐 가요 순위 프로그램 같은 것이 없다는 데서도 알 수 있다. 본질적으로 다른 음악방송은 연예기획사들의 눈치를 볼만큼 일반적인 아이돌 음악과 밀접하다. 따라서 거대 기획사들의 요구를 거부하기 쉽지 않은 면이 있다. 거대기획사 아이돌 가수들의 방송 출연이 없으면 방송 프로그램 시청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많은 가수를 거느린 규모의 경제를 구축한 기획사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 EBS ‘스페이스 공감’은 이런 아이돌 음악을 추구하지 않으며, 심지어 얼마든지 배제할 수 있다. 또한 EBS 전체에 걸쳐 가요순위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에 아이돌 가수의 출연을 고민할 이유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다. 

   
▲ JYJ. ⓒ JYJ 공식 홈페이지
 

가창력이나 음악성이 있는 가수를 주로 선보이는 무대이기 때문에 더욱 '스페이스 공감'은 거대 기획사의 힘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다르게 말하면 더 이상 김준수는 보통의 아이돌 가수와는 다른 면모가 있었기 때문에 '스페이스 공감'에 초청될 수 있었다. 김준수는 국내외에서 음악활동으로 그 실력을 인정받아 왔다. 김준수의 음악성은 물론 대중적인 인기는 뮤지컬 무대에서 크게 지지를 이끌어냈다. 

고무받을 만한 일이 또 있었다. 김준수의 출연 이후로 더 힘을 받을 만한 법안이 발의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발의된 'JYJ법'은 부당한 이유로 연예인들의 방송 출연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는 사실상 그룹 JYJ을 염두한 법인 셈이다. 이 법은 그간 불공정 행위 개선이라는 기업에 대한 조치 차원이 아니라 방송사의 의무와 책임을 강화한 법안이다. 어떻게 보면 방송사에게 공이 넘어간 셈이 되었다. 그렇다면 방송사에서는 왜 우리가 그런 의무와 책임을 져야 하는 지 의문을 표할 수 있다. 

하지만 거꾸로 'JYJ법'은 거대 기획사나 관련 협회에 방송사가 무력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무력(?)화 시킬 수 있다. 거대 연예기획사의 힘 때문에 방송사가 그들의 출연을 거부할 수 밖에 없다고 항변 할 수 있다. 그만큼 예전보다는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SM이나 관련 연합 단체에 항변할 수 있는 법제도적인 명분이 생긴 셈이다. 정말 외압(?)때문에 그들을 출연시키지 못했다면 말이다. 

물론 꼭 지상파 방송사에 나오는 것이 JYJ의 유일 무이한 목표는 아닐 것이다. 상징적인 의미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거대 기획사에 반기를 든다는것은 자신의 활동을 종결하겠다는 것을 의미했고, 감히 대항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실제로 그러한 대항에 보복이 내려진 셈이었다. 그들의 목표는 바로 정당하게 모순을 제기한 이들이 올바른 평가를 받는 일이고 그것을 확증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지상파 출연일 수는 있었다. 이는 그동안 부당한 일을 제기하지 못하고 거대 기획사에 숨죽여 있을 수밖에 없었던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는 바이다.

연예기획사들은 당연히 불만이 있을 수 밖에 없었지만, 동방신기 노예계약 사례는 대한민국 연예기획사의 시스템을 한층 진일보하게 만드는데 기여했다. 표준계약서와 7년 계약 한정이 대표적이다. 다른 나라와 달리 발굴 연습생 트레이닝 과정이 강화되어 있는 한국에서 겪어야만 진통이었다. 기획사 시스템의 발전적인 관점에서나 인권 차원에 부당한 계약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다른 연예인들의 미래를 한층 낫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JYJ법’은 논란의 여지도 있다. 법안에서 말하는 방송 출연 불가에 대한 적절하고 합당한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한 그 기준여부 때문이다. 그것은 향후 숙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그런데 여기에 아이돌 그룹에게도 주는 함의가 있다. 그것은 자생력과 팬과의 관계성이다. 많은 아이돌 그룹들은 만들어진 기획 상품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기획사의 물량 공세가 아니고서는 스스로 버텨낼 재간이 없는 경우가 많다. JYJ가 자생력을 갖지 않았다면 방송사에서 그들을 부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자생력이 없을수록 부당한 시스템에 종속되어 있는 상황을 벗어나려 하지 않을 수 있다. 서로의 이익을 위해서 암묵적인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지 서로 누가 우월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비록 법이 마련된다고 해도 가수 등 연예인들이 독자적으로 노력해야할 내실 문제는 전제조건이 될 것이다. 그것은 철저히 팬과의 관계에서만 가능하다. JYJ가 지속적으로 영향력으로 지상파를 압박할 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팬덕분이다.

거대 기획사 시스템이 아니라 독립적인 기획사 시스템을 우선해야 자생적인 생태 질서가 원활해질 것이다. 그것은 결국 팬들이 원하는 스타와 음악을 접하는데 장애가 없도록 하는 일로 이어진다. 국내외적인 상황도 변화하고 있다. 한류의 영향 때문인지 국내에서 방송사의 눈치만 보는 일은 이제 없어지는 상황도 펼쳐지고 있다. JYJ가 무너지지 않았던 것은 한류의 영향도 있었다. 지상파 방송사가 긴장해야할 필요는 있다. 독과점의 시대는 균열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적인 활동은 결국 국내외 팬들이 보이는 무언의 힘이 지속적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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