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고 1주기를 앞두고 유가족 등 집회 참가자가 경찰과 서울 한복판에서 격렬하게 충돌했지만 지상파 메인뉴스에서는 이 소식을 찾을 수 없었다. 

청와대로 행진하다 유가족이 연행되고,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캡사이신 최루액을 뿌리는 등 공권력의 인권 침해 행위가 발생했으나 방송 언론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캡사이신은 위험도에 따른 농약에 대한 세계보건기구 권고 분류에 따르면 극히 위험한 물질(highly hezardous substance)에 속한다. 

   
▲ 4.16세월호가족대책위와 시민들이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행령 폐기와 세월호 온전한 인양을 촉구하는 문화제를 마치고 청와대를 향해 행진을 하자 경찰이 최루액을 쏘고 있다. ⓒ민중의소리 정의철 기자
 

KBS‧MBC‧SBS 지상파 3사 메인뉴스는 지난 11일과 12일 관련 소식을 다루지 않았다. 다만 메인뉴스가 아닌 오전뉴스, 정오뉴스에서는 관련 소식을 보도했다.

KBS는 12일 오전 ‘일요뉴스타임’을 통해 “어젯밤 11시쯤 광화문 일대 도로에서 세월호 추모 행사 참가자와 경찰이 충돌하면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3명을 포함해 시민 20여 명이 연행됐다”며 “경찰은 청와대 방향의 행진은 당초 신고되지 않은 부분이라며 행사 참가자들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캡사이신 성분의 최루액을 뿌리기도 했다”고만 했다. 

이 리포트의 제목은 ‘20여 명 연행’이었다. 제목으로는 어떤 내용인지 짐작할 수 없다. KBS는 전날에도 세월호 유가족과 국민대책회의의 광화문 집회도 한 줄 단신으로 처리했다.

   
▲ KBS는 12일 오전 ‘일요뉴스타임’을 통해 “어젯밤 11시쯤 광화문 일대 도로에서 세월호 추모 행사 참가자와 경찰이 충돌하면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3명을 포함해 시민 20여 명이 연행됐다”며 “경찰은 청와대 방향의 행진은 당초 신고되지 않은 부분이라며 행사 참가자들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캡사이신 성분의 최루액을 뿌리기도 했다”고만 했다. (KBS화면 캡처)
 

MBC도 12일 오전 뉴스 ‘뉴스투데이’, ‘정오뉴스’를 통해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와 인양계획 발표 등을 요구하며 어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추모집회를 벌인 참가자 가운데 일부가 집회를 마치고 청와대로 행진을 시도하다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으나 캡사이신 최루액과 관련해서는 입을 닫았다. 

SBS는 자사 인터넷판 뉴스를 통해서만 관련 보도를 했다. SBS뉴미디어부는 연합뉴스를 사진을 엮어 ‘슬라이드 포토’라는 제목으로 현장의 긴박함을 전했으나 정작 메인뉴스에서는 뉴스 말미에서나 세월호 유가족의 1년을 되집었다. 

   
▲ MBC도 12일 오전 뉴스 ‘뉴스투데이’, ‘정오뉴스’를 통해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와 인양계획 발표 등을 요구하며 어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추모집회를 벌인 참가자 가운데 일부가 집회를 마치고 청와대로 행진을 시도하다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으나 캡사이신 최루액과 관련해서는 입을 닫았다. (MBC화면 캡처)
 

반면 JTBC뉴스룸은 12일 “어젯밤 열린 추모집회에서는 청와대로 행진하려는 참가자들과 경찰이 충돌했다”며 “경찰은 최루액을 동원해서 저지했고 유족 3명을 포함해 20명이 연행됐다. 유족들은 풀려났지만 다른 참가자들은 아직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집회 참가자들은 오늘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이 폭력적인 방법으로 연행했다며 석방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김동찬 언론연대 기획국장은 1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유가족의 요구가 절실했던 지난 주말 집회를 사실상 침묵한 언론의 자성을 촉구했다.

김 국장은 “집회 과정에서 유가족이 연행됐고 최루액을 직접 맞기도 하는 등 방송이 다뤄야 할 주제가 쏟아졌지만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번 집회는 시행령안 폐기 등 유가족들의 요구가 결집된 집회였음에도 방송사들이 침묵해 제대로 된 민의가 시청자들에게 전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세월호 보도는 하루 기획을 한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라며 “종합적 시각으로 담아낼 수 있는 기획 보도가 필요하지만 눈에 띄는 보도가 없었다. 반성문을 쓴 방송사 기자들의 성찰이 얼마나 리포트에 담겨 있는지 스스로 되돌아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뉴스의 선택 기준이 시청자에 맞춰져 있는 게 아니라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따라 결정되는 게 현재 공영방송의 가장 큰 문제”라며 “뉴스 우선순위 선택 자체가 사안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며 간부들의 입김에 따라 민감한 보도 여부가 결정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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