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위기다. 미디어오늘이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신문·방송사의 2014년 감사보고서 등을 확인한 결과다. 하지만 언론사마다 사정은 조금씩 달랐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306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경제지와 지역일간지 중에도 매출액이 증가한 곳이 눈에 띄었다. 방송사 가운데는 SBS의 적자가 눈에 띄었다. 아직 2014년 결산보고서가 나오지 않은 KBS, 경향신문, 동아일보는 이번 조사에서 제외했다.

조선일보는 3392억여 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매출액이 30억 가량 늘었다. 당기순이익도 지난해 281억여 원에서 올해 306억여 원대로 늘었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기부금으로 100억을 지출한 점이 눈에 띄었다. 2013년 기부금은 7400만원에 불과했다. 조선일보 관계자는 “방일영 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탈북자 장학금과 사내 복지금 출현, 통일기금 마련 등에 기부금이 들어갔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2936억여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100억 원 가량 매출액이 감소했다. 전년보다 매출원가에서 159억을 절감했지만 69억여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중앙일보 관계자는 “JTBC 적자분에 대한 지분법 손실과 윤전기 감가상각비, 이자 비용 등이 적자 배경”이라고 전했다. 

한겨레는 2014년 812억여 원의 매출액을 기록하고 11억여 원의 당기순손실을 나타냈다. 정재권 한겨레 전략기획실장은 “부진했던 자회사를 처분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있었다. 업무 부문에서 새 시스템을 도입한 부분이 영업 외 비용으로 계상되기도 했고, 법이 정한 취지대로 통상임금을 지급하면서 인건비 부담이 커졌던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법정관리를 최종 졸업한 한국일보의 지난해 매출액은 570억여 원으로, 2013년 616억여 원 대비 -7.5%의 매출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32억여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둔 점은 눈여겨 볼만하다. 이는 지난해 원래 인수대상자였던 삼화제분이 계약금을 넣고 인수대금을 완납하지 못하면서 발생한 계약해지이익 30억 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는 4년 연속 매출액이 하락세다. 국민일보는 2012년 여의도순복음교회(25억여 원)와 국민문화재단(12억여 원)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11억여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이후 2013년과 2014년엔 각각 10억 원과 2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국민일보는 지난해 순복음교회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지 않는 ‘자립경영’ 대책의 하나로 대구인쇄공장을 약 50억 원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 주요 신문사 매출액 추이 (단위:백만원)
 

 

   
▲ 주요 신문사 당기순이익 추이 (단위:백만원)
 

 

   
 
 

부동산 수익 등으로 2006년 2790억여 원의 매출액, 2007년 520여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던 세계일보는 이후 꾸준한 내리막길을 걸어 올해 398억여 원대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이는 10대 종합일간지 가운데 최저치다. 그러나 지난해 60억여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2012년 이후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지역일간지의 경우 부산일보가 2014년 36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반면 영남일보는 15억여 원의 흑자를 냈다.

경제지의 경우 대체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매일경제는 2014년 2197억여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조중동에 이어 매출 4위를 지키고 있다. 매출액은 전년대비 17억여 원이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전년도(52억원)보다 증가한 62억 원을 달성했다. MBN의 적자로 인해 10억 8000만 원 가량의 지분법 손실이 반영됐지만 당기순이익은 오히려 늘었다. 

경제지 매출 2위인 한국경제는 지난해 1477억여 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4.32%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133억여 원으로 전년보다 소폭 상승했다. 한국경제는 매출원가와 판매비와 관리비, 영업 외 비용 등 항목이 증가했으나 영업외수익, 영업이익 등이 증가하면서 총매출 성장세를 이끈 것으로 보인다. 

광고 시장이 악화되고 있음에도 양대 경제지는 성장세다. 매일경제 관계자는 “광고 시장 전체와 개별 신문사의 광고 실적은 다르다”며 “광고시장도 소위 메이저와 마이너 언론으로 양분되는 추세인데 매경은 메이저로서 영향을 덜 받은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경제 관계자는 “회사 전체 비품을 공동구매로 전환했고 원자재인 신문 종이도 경쟁 입찰을 하면서 마른 수건을 쥐어짠 결과”라고 말한 뒤 “광고 시장은 지난해와 비슷한데 신사업 분야인 한경플러스 유료콘텐츠에서도 매출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전면전’을 벌이며 삼성 광고가 끊겼던 전자신문은 2013년에 비해 14억원 가량 수익이 감소하며 지난해 8억여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스포츠신문 가운데는 스포츠조선이 당기순이익 30억원을 기록했으나 2013년에 비해 급여비가 4억 원 감소하고 퇴직급여도 6억5000만 원 가량 감소했으며 여비교통비와 복리후생비 등도 감소했다.

MBC는 지난해 8024억 원, SBS는 7956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MBC는 2013년보다 275억 원 줄어든 111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한 이사는 “지상파 광고시장이 갈수록 악화되고 신사옥으로 인한 감가상각비가 회계상으로 계상돼 영업 손실을 봤다는 경영진의 설명이 있었다”고 전했다. KBS는 2014년 34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2013년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MBC와 KBS는 그래도 적자는 면했다.

SBS는 지난해보다 300억 가량 수익이 감소하며 33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SBS의 당기순손실은 최근 10년 간 없던 일이어서 다소 충격적이다. SBS의 위기는 종합편성채널의 성장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SBS의 한 관계자는 “내부에서 제작비를 비롯해 모든 비용을 전반적으로 긴축하고 있다”고 전했다. SBS의 경우 지난해 예능프로그램 <런닝맨> 포맷과 제작방법을 중국에 수출하며 100억 원대의 수익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으나 회사는 적자를 면치 못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에 따르면 2014년 한국의 총 광고비는 10조9722억 원으로 2013년 10조7959억 원 대비 1.6%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방송광고의 경우 2012년 4조1940억 원에서 2013년 4조2273억 원, 2014년 4조2281억 원으로 제자리걸음이다. 이 가운데 지상파방송 광고는 2조616억 원으로 2013년 대비 3.5% 감소했다. 인쇄광고시장은 더욱 비관적이다. 2013년 2조1678억 원 규모에서 2014년 2조640억 원으로 4.8% 감소했다. 

   
▲ 지상파 3사 매출액과 당기순이익 추이 (단위:백만원)
 

그러나 언론사별로 흑자를 내거나 매출규모를 유지하는 언론사가 제법 많다. 매출액 상위 35개 신문사의 2013년 매출액은 2012년에 비해 500억 원 감소했지만 당기순이익은 2012년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413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실제 15개 주요 신문사의 매출액의 경우 2004년 1조5408억원을 기록했고, 10년 후인 2014년 매출액도 1조 5215억원을 기록해 총량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2010년부턴 15개 신문사 합계 5년 연속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광고시장이 감소하고 있지만, 상당수 신문사들이 수익을 내고 있다. 

업계에선 언론사의 영향력을 이용한 협찬이 늘어나면서 실적을 방어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2014 신문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일간신문 매출액 구성현황 중 광고수입이 59.9%, 협찬 등 기타수입이 22.2%였으며 종이신문 판매수입은 16.2%였다. 조선일보를 예로 들면 인쇄매출액은 2013년 11억7000만원 선에서 2014년 6억8000만원선으로 감소했고, 신문매출액도 전년보다 147억 원 가량 감소했지만 사업수익은 2013년 138억 원에서 2014년 233억 원대로 100억 원 가량 증가했다. 각종 포럼 등 협찬 사업 성과가 반영된 결과다. 

지상파의 경우도 2014년 전체 광고수익에서 협찬이 차지하는 비중이 14.4%에서 16.3%로 늘어났고, 케이블 PP는 12.9%에서 15.5%로 늘어났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언론사가 각종 사업을 벌이면서 기업과 지자체로부터 협찬을 받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들과의 유착관계를 통해 수익을 보전하고 있어 언론 본연의 기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지난달 MBN의 광고영업일지가 공개되며 기업의 협찬과 기사가 거래되는 정황이 공개되기도 했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은 언론 관리 차원에서 협찬방식의 광고 집행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사는 △인건비 포함 제작비 쥐어짜기 △협찬 등 광고외 수익 강화 △부동산 임대수익 등 신문·방송광고 외 수익으로 매출액을 유지하며 위기를 버텨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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