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진행자들이 보험회사나 금융대출회사 등에 나타나 광고를 찍는 행위는 금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국내 방송진행자들은 어느날부터 너도나도 무분별하게 광고에 얼굴을 내밀고 ‘공정과 객관’을 주장하던 그 입으로 광고의 대명사, ‘불공정과 과장’을 일삼는 이중행태를 보이고 있다.

광고와 정보가 양립할 수 없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방송에서 뉴스나 정보를 전달하는데 돈을 지불하는 회사는 없다. 객관과 공정, 진실을 담보로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광고를 찍으면서 돈을 지불하지 않는 회사는 없다. 광고는 돈으로 그 시간과 전파를 사기 때문이다. 돈을 지불하기 때문에 광고에는 과장된 사실, 일방적 홍보, 구매를 촉진하는 과장이 허용된다.

종합편성채널 JTBC 탐사버라이어티 <이영돈PD가 간다>는 2월 22일 방송에서 시청률 4.4%(닐슨 코리아 수도권 유료가구 광고 제외 기준)를 기록하며 상승세였다고 한다. 이 PD가 파스퇴르 광고에 출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윤리문제가 부각되자, JTBC는 프로그램을 일시 중단시켰다고 한다.

이 PD는 KBS 재직시절부터 ‘먹거리 탐사취재’로 명성을 얻었다. 종합편성채널로 자리를 옮겨서도 책임PD겸 진행자 역할을 하며 ‘착한 식당’ ‘먹거리 지킴이’ 등 많은 화제를 몰고왔다. 그는 드물게 보는 카리스마있는 듬직한 진행자였다. 공정한 자세, 신뢰의 목소리, 당당한 말투는 그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가져왔다. 이만한 진행자를 만나기도 쉽지않을 듯 했다.

그러나 그는 광고 때문에 퇴출위기를 맞고 있다. 스스로 엄정한 자세와 책임감을 잊고 ‘광고와 정보를 병행하려 한 과욕’ 때문에 위기를 자초했다.

문제는 이PD가 그릭요거트 제품을 비판하는 방송프로그램을 내보내면서 시작됐다. 그런데 비슷한 시점, 또 다른 파스퇴르회사의 ‘베네콜 건강기능식품’ 광고를 찍었다. 그릭 요거트 제품 비판 방송과 자신의 광고 방영 시점이 묘하게 비슷했다. 이 때문에 이PD는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파스퇴르 유업은 이런 논란이전에 이미 이PD와 광고섭외를 했었다는 주장이다.

   

▲ JTBC 이영돈 PD가 간다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PD는 “언론이 두 건을 엮어서 마치 연관이 있는 것처럼 내 윤리성에 문제제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PD는 “내가 특정 요거트 업체를 의도적으로 비판해서 이걸(베네콜) 더 많이 팔려고 했다는 이야기도 있던데…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탐사보도를 하는 사람은 광고를 찍으면 안 된다고 한다면 그건 (그렇게 생각하지 못한) 내 불찰”이라고 말했다.

바로 이런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예측가능성 때문에 방송진행자들은 특정제품, 특정회사의 광고에 출연하지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탐사보도는 우리 사회 모든 문제를 다룰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다. 재벌은 물론 중소기업 제품도 그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방송진행자가 특정제품의 광고를 찍기로 했다면 방송진행자 자리를 포기해야 한다.

사건이 터지면 ‘몰랐다’ ‘억울하다’ 등등의 변명은 아마추어적이다. 공중파, 종합편성채널 등 모든 방송사들은 기자, PD, 방송진행자등이 ‘사적이익’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광고라고 명시하고 있지않지만 포괄적 범주에 광고를 포함시켜야 한다.

예를들면 KBS 방송제작가이드 라인, 방송강령 제29항에는 “방송업무와 관련하여 이해가 상충될 수 있는 사회활동이나 영리행위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특히 본인이나 가족의 부업이 직무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된다.”라고 정리돼 있다. 방송업무와 관련하여 이해가 상충되는 영리행위는 광고를 포함한다. 특히 탐사보도 진행자는 더욱 엄격한 자기절제와 관리가 필요하다.

인기가 좀 있다고 광고방송에 얼굴을 내미는 방송진행자는 방송이라는 공적영역에서 쌓아올린 공적 이미지를 사사로운 개인이득을 취하는데 오용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 PD는 광고섭외가 많이 들어오는데, 고르고 골라서 파스퇴르를 선택했다고 했다. 광고방영 시점을 탓하는 것은 여전히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시점이 문제가 아니라 광고를 찍었다는 그 자체가 반윤리적, 이해상충의 행위라는 지적이다.

그 선택을 존중받고 싶다면 더 이상 방송진행자로 나서서는 안된다. 앞으로 이PD가 광고로 찍은 회사가 많아지면 방송에 내보낼 수 없는 성역이 그만큼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인기란 신뢰와 정직을 전제로 한다. 광고로 싸구려 웃음을 팔고 과장된 제스처로 탐사보도에 나선다는 것은 자기부정이 될 것이다. JTBC는 물론 차제에 모든 방송사들은 방송진행자들의 광고 출연을 금하는 것이 미디어 소비자에 대한 예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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