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성향 사이트 ‘일간베스트’ 유저 활동 전력이 있는 소위 ‘일베’ 기자의 임용을 앞두고 KBS 내에서 임용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베’ 기자는 올해 입사한 42기로 다음달 1일 임용을 앞두고 있다. 

KBS 기술인협회, 경영협회, 기자협회, PD협회 등 11개 협회는 30일 서울 영등포구 KBS 본사 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성·신뢰성이 생명인 공영방송 KBS에 스스로 사망선고를 내리는 것과 같다”며 “‘일베 수습기자’의 정식 임용을 결단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특정지역과 특정 이념을 차별하고, 여성을 혐오하고, 세월호 유가족을 조롱하고, 장애인을 비하하는 몰상식과 부도덕은 KBS의 정체성과 전혀 맞지 않다”며 조대현 사장과 경영진을 향해 해당 기자의 임용 절차 중단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11개 협회 소속 회원은 KBS 내 구성원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해당 문제가 보도국 만의 문제가 아니라 KBS 전체 명운이 걸린 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 KBS 내 11개 직능협회가 30일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앞 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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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41기 기자 9명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앞으로 이틀 뒷면 특정 지역 혐오와 성차별을 숨기지 않았던 한 수습사원도 KBS 뉴스를 대표하는 기자가 된다”며 “저희 막내들은 ‘일간 베스트’ 이른바 ‘일베’ 유저를 후배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회사의 막내가 간곡히 요청한다”며 “선배들이 저희에게 누누이 강조하던 공영방송의 가치를 지킬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41기 기자 9명이 전국 각지에서 상경해 해당 기자의 임용에 반대하는 뜻을 피력했다. 

이들은 지난 23일 이와 관련해 조대현 KBS 사장과 인사 라인에 면담을 요청했으나 3~4시간만에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KBS 구성원은 사장의 면담 요청 거부 등 정황을 고려하면 “‘일베 기자’를 임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는 상황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협회장들은 소속 회원에게 ‘일베’ 기자 임용 반대 서명을 받고 있으며 31일 오후 서명을 취합, 사장 등에게 제출하며 면담을 요청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도 이날 성명을 통해 “비난 받아 마땅한 ‘일베’ 기자 사태에 대응하는 경영진의 이중적인 태도의 중심에 조대현 사장이 있다”며 “‘일베’ 경력의 수습기자를 정식으로 KBS에 임용한 최초 사장이 될 것이냐, 조대현 사장의 결정만이 남았다”고 지적했다. 

KBS본부는 이어 “‘일베’ 기자를 정식 임용하는 순간 조대현 사장에 대한 KBS 구성원의 신뢰도 끝날 것”이려 “조대현 사장은 KBS를 공적가치의 수호자로 만들 것인지, 몰상식한 부도덕한 ‘일베’를 감싼 집단으로 낙인 찍힐 것인지 선택하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다음달 1일로 예정된 일베 기자 임용에 대해 임용 결과가 나와 봐야 한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KBS는 이를 두고 자체 감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해당 ‘일베’ 기자 임용을 취소할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KBS본부는 대법원 판례, 채용 공고, 인사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법률 검토해 본 결과 ‘임용 취소의 법적 근거가 없다’는 주장은 사실상 허구였음이 드러났다“며 2014년 채용공고 당시 수습기간 종료 후 소정의 심사를 거쳐 적격자에 한해 임용한다고 밝히고 있다는 점, 인사규정 시행세칙 제34조(수습평가) 3항에 의해 수습기간 연장 및 임용을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한 점 등을 들며 ”조대현 사장과 경영진이 채용공고와 인사규정만 가지고도 조치할 수 있는 길은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또 KBS본부는 대법원 판례를 들며 “사용자는 당해 근로자의 업무 능력, 자질, 인품, 성실성 등 업무적격성을 따져 정직원 임용을 거부해도 된다”고 판시했다는 점을 들며 조대현 사장의 선택만이 남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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