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을 두고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실상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의 활동을 무력화시키고 진상조사 책임을 특조위에 전가시키려는 노골적인 정부 통제 방안이라는 것이다.  

하루 빨리 세월호 인양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했던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이대로 시행령이 통과되면 말 그대로 세월호 특조위는 세금 도둑이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30일 국회에서 만나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번 시행령으로는 위원회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위원회가 진상조사도 할 수 없도록 세금 도둑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이같이 밝혔다. 

현재 청와대 정무특보로 임명된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세월호 특조위의 예산과 인력 운영을 두고 '세금 도둑'이라고 비판했는데 역으로 이번 정부의 시행령 안이 진상조사를 하지 못하도록 '진짜' 세금도둑으로 만들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는 것이 박 의원의 주장이다. 

최근 세월호 특조위의 내부문건이 청와대와 새누리당, 경찰에 유출된 점, 특별법 제정 후 두달 동안 아무런 언급이 없다가 진상규명 대상을 대폭 축소한 시행령을 내놓은 점, 세월호의 쌍둥이로 불리는 오하마나호의 해외 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점 등 '보이지 않는 손'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있는 일련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박 의원은 특히 시행령 안에 해양수산부 파견 공무원이 신설된 기획조정실장을 맡아 예산과 인력 등 핵심 권한을 행사하다는 점과 청문회 업무와 특별검사 임명 요청 등의 역할을 법무부 파견 공무원이 맡도록 한 점 등을 들어 "정부의 영향력 아래 세월호 특조위를 장악하겠다는 의도를 명백히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세월호 사건은 정부의 책임은 어디까지 있고 책임의 당사자를 밝히는 것이 본질인데 사고의 원인부터 사후 구조 책임까지 조사를 받아야할 대상이 조사를 하는 꼴이니 진상조사위가 제대로 갈 수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세월호 참사의 구조 구난 담당인 해양수산부는 조사 대상이 될 수 있고 조사에 따라 피의자 까지 될 수 있는 상황인데도 파견 공무원을 핵심 요직에 앉히는 것은 정부의 노골적인 진상규명 방해 전략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과거 군의문사 진상조사위원회 같은 경우 파견 공무원과 민간 참여 주체들과 갈등은 역사 해석과 이데올로기 문제가 개입돼 있어 충돌이 불가피했지만 세월호 참사의 경우 '팩트'를 확인하고 인재를 막을 수 있는 책임 소재를 가리는 문제이기 때문에 전혀 사안이 다른데도 파견 공무원을 내세워 “정부가 나서 진상규명을 방해하고자 길목길목 차단하기 시작해 조사위의 작동 불능 상태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게 박 의원의 생각이다. 

박 의원은 "시행령은 철회돼야 한다. 참사의 진상을 방해하는 실체가 누군지 공개적으로 나서야 한다. 청와대냐, 해수부냐, 해경이냐. 말하자면 보이지 않는 손처럼 시행령을 만들어서 진상 조사를 무력화 시키려는 것을 국민들이 드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시행령이 통과되면 이석태 특조위원장도 '중대 결단'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시행령의 오명을 뒤집어쓸 수 없다. 진실을 덮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마치 범죄자가 수사한 것과 똑같은 꼴이 될 것이다. 시행령을 수용할 경우 특조위가 책임을 질 것이냐,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인양 계획도 늦춰지고 있다. 박 의원이 지난 9일 해양수산부에서 받은 서면 답변 자료에 따르면 해수부는 인양 기술검토 TF가 3월말까지 기술 검토를 완료하고 검토 결과 공표는 4월 이후를 예상하고 있다.

사실상 4월 16일 세월호 참사 1주기 전까지 인양 계획이 없다는 뜻이다. 박 의원은 최근 해양수산부에 확인한 결과 3월 말에 기술 검토를 완료한다는 계획 역시 4월 중으로 늦춰질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박 의원은 "올해 예산안에도 인양 비용이 포함이 안될 가능성 있다. 어쨌든 로드맵을 밝혀야 한다. 유족이 수색 중단 결정을 하고 인양을 해 달라고 하고 진도에서부터 삼보 일배 요구를 해오면서 실종자들의 뼈를 묻게 해달라고 했는데 정부가 제대로된 인양 계획도 밝히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선체가 바로 진실이다. 인양할 경우 새롭게 드러날 수 있는 진실이 있는데 인양 계획을 늦추는 것은 세월호가 국민들의 뇌리에서 잊혀지고 기억을 옅게 만들고 싶다는 의심밖에 들지 않는다"며 "빠른 시일 내에 기술 검토 보고서를 공개하고 인양 계획을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등 일부에서는 인양 비용 문제를 제기하며 사실상 인양 반대 의견을 밝히고 있다. 대표적으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1000억원 정도의 인양 비용과 관련해 "돈이 너무 많이 든다. 인양(을) 안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예산안조정소위에 참여해 자신의 지역구에 SOC 사업 예산으로 918억원의 예산 증액 의견을 밝히면서 비난을 받았다.

박 의원은 김 의원을 향해 "무슨 정신으로 국회의원을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에 대한 예의가 있다며 그런 얘기는 입밖으로 내서는 안된다"며 "저도 같은 의원이지만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천안함 5주기를 맞이해서 국가적인 추모행사를 벌인 것과 비교해서도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에 소극적인 정부의 행태가 도드라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 의원은 "천안함의 희생자들을 국가적으로 추모하는 것이 마땅하고 최선을 다해서 추모 행사를 지원하는 것은 맞지만 천안함의 경우 준전시 상태에서 장병들이 전사를 한 것"이라며 "국가적 추모 행사를 대대적으로 시행하면서 세월호 참사는 일주기가 돌아왔는데 원인과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어떤 노력과 진전도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 박원석 정의당 의원
 

박 의원은 "유족들이 시행령을 철회하라면서 길거리에 나와서 농성을 하는 상황 자체가 비참한 것"이라며 "일베 같은 쓰레기 사이트에서 세월호 희생자를 모독하고 유족을 모독하는 행위가 일어나는 이유도 정부와 제도권이 제도로된 책임을 이행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세월호와 같은 구조를 갖고 있는 오하마나호가 매각돼 인도를 이동할 예정이며 해외 매각까지 추진되고 있는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세월호 특조위는 오하마나호의 내부구조를 정비하고 직접 세월호 참사 당시 항로를 오하마나호로 운행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정부가 오하마나호를 압류하고 경매시장에 내놓으면서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박 의원은 "세월호와 쌍둥이라고 불리듯이 같은 구조로 설계됐던 선박을 내버려는 두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가 보존을 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마지막으로 "그냥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고 안타깝다고 끝낼 일이 아니다. 국민들이 분통을 터뜨려야 한다"며 "세월호 참사 얘기도 국회에서 사라졌다. 오랫동안 예결위에서 인양 문제를 강조해왔는데 1주기도 돌아오기 때문에 진상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는 정도로 그쳐서는 안된다. 희생자의 억울한 죽음, 피맺힌 유족의 절규들을 우리 사회가 제대로 해결하고 치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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