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지사의 무상급식 중단 행보를 막을 수 있을까. 기초의회에서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김해시의회가 지난 23일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 조례안을 보류시켰다.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에는 경남도비 257억 원과 시군비 336억 원 등 총 643억 원이 들어간다. 이 643억 원이 원래 무상급식 예산이었다. 시군의회가 조례 안을 통과시키지 않을 경우 홍 지사의 사업은 반쪽짜리가 된다. 

다른 시군의회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이어질 수 있을까. 미디어오늘이 26일 국회에서 노동당 소속 송미량 거제시의회 의원을 만났다. 거제에서도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 조례안에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송 의원은 이날 거제의 학부모들과 새누리당을 항의방문하기 위해 서울로 상경했다. 

송 의원은 초등학생 2명, 유치원생 1명의 자녀가 있는 아이 엄마다. 유치원생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경우 한 달에 15-20만원의 급식비를 부담해야 하는 처지다. 송 의원은 “무상급식 관련 단체에 속해 있지는 않고, 아이 엄마로서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지난 3월 19일 무상급식 중단 항의집회에서 자유발언을 했다. 그 이후로 다른 엄마들과 활동을 같이했고 서울도 함께 올라왔다”고 말했다. 

   
▲ 무상급식 중단 항의 집회에서 발언 중인 송미량 거제시의원. 사진=본인 제공
 

송 의원은 경남 엄마들이 화가 많이 났다고 말한다. 송 의원은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서로 의견을 공유하기 위해 ‘밴드’를 만들었는데 며칠 만에 500명, 1000명이 가입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3월 19일 집회 때도 50명 정도가 올 것이라 예상했는데 700명이 모였다”며 “엄마들이 자발적으로 지역별 촛불집회를 벌이고, 급식비 이체 거부 운동, 등교거부 운동까지 조직하고 있다. 학교에서 급식비 안내를 하면 바로 학교장한테 항의를 한다. 경남만 급식예산이 0원이니 억울하다는 생각이 큰 것 같다”고 밝혔다.

송 의원은 “학부모들이 홍 지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도의회 영화검색, 홍 지사의 한 끼 밥값, 골프 등 홍 지사의 모든 것이 지금 학부모들의 관심사항”이라고 전했다.

무상급식 중단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는 우선 각 시군의회에 내려온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 조례안부터 보류 혹은 부결해야 한다. 거제시의회 16명 중 10명이 새누리당이고 새정치연합이 3명, 노동당이 2명, 무소속이 1명이다. 새누리당이 다수라는 점에서 상황은 녹록치 않다. 하지만 조례안을 보류시킨 김해시의회도 22명 중 새누리당이 13명으로(새정치연합이 8명, 무소속이 1명) 다수였다.

송 의원은 “각 시군에서 조례안을 심의 보류하거나 부결하면 도에서 사업비가 내려오더라도 사업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반쪽짜리 사업이 된다”며 “그래서 학부모들이 의원들한테 문자메시지를 보내 반대해달라고 하고 있다. 조례 제정을 막을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 학부모가 거제시의원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송 의원은 또한 “지금 엄마들 사이에서는 ‘다음에도 새누리당 찍는다’ ‘그래도 새누리당’이라고 말하면 몰매 맞는 분위기가 있다. ‘다음 선거부터 제대로 보고 투표 해야겠다’ ‘새누리당 텃밭에 사는 게 죄다’ ‘도지사 잘못 뽑은 죄다’ 이런 말들도 나온다”며 “물론 홍 지사는 약속을 하고 말을 바꿨으니 공약을 본다고 다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분위기다보니 새누리당 의원들 중에도 무상급식 중단이 잘못됐다는 점에 동의하는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송 의원은 이어 “김해에서 희망을 보여줬다. 창원이나 거창도 조례안이 통과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들었다”며 “도의회에서도 극소수지만 새누리당 이탈표가 나오지 않았나”라고 덧붙였다. 

거제시는 관련 조례안을 5월 회기에 상정할 계획이다. 송 의원은 “그 말은 믿을 수가 없다. 5월이라고 해놓고 4월 중에 급작스럽게 상정해 통과시킬 수도 있다. 긴장하면서 지켜보고 있다”며 “유권자들이 새누리당 의원들을 압박해서 올바른 판단을 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시군의회 차원에서 급식비를 지원할 방법은 없을까. 송 의원은 창원시의 ‘우수급식식품비 지원사업’을 예로 들었다. 송 의원은 “전체 초중고에 한 끼당 200원 정도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이 있다. 서민교육지원사업 조례안을 막고 그 예산을 이런 지원사업에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자체는 무상급식 파동을 계기로 이러한 사업마저 중단하려 하고 있다. 송 의원은 “지역에는 학교급식식품 지원조례가 있다. 무상급식을 못 받는 지역에 사는 학생들의 급식비를 한 끼 당 150원~200원 정도 지원하는 예산인데 총 10억원 정도 된다”며 “몇몇 지자체들이 이 틈을 타 이 조례마저 없애려고 한다. 거제시도 예산을 삭감하려 하고, 시정 질문에 의해 확인한 바도 그렇다. ‘무상급식이 안 되는데 이것도 안 되는 거 아냐’라는 논리”라고 밝혔다.

송 의원은 “거제시장은 이미 보편적 무상급식에 반대한다고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홍 지사가 거기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며 “도에서 그렇게 하니 어쩔 수 없다. 시에서 따라야하지 않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 통영의 한 학부모가 무상급식 중단에 항의하는 1인 시위 중이다. 사진=송미량 의원 제공
 

홍 지사는 ‘밥보다 교육이 먼저’라며 서민자녀지원교육사업을 주장했다. 송 의원은 “이 사업에 신청하려면 건강보험납부증명세, 지방세 납부증명세, 소득원천징수 내역, 예금 잔액증명서, 임대차계약서, 부채증명원 등 10종이 넘는 서류를 떼서 가난을 증명해야 한다”며 “공무원들도 없던 업무가 갑자기 생겨나 혼란스럽다고 한다. 사업명만 들으면 반대하기가 어렵지만 무상급식을 하기 싫어서, 그 예산을 전용하기 위해 급조한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송 의원은 도지사의 결정 한 번에 정책이 휘둘리는 구조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송 의원은 “헌법31조에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고 나와 있다. 따라서 중앙정부가 급식비 50%를 지원한다거나 지자체가 의무적으로 지원하도록 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의원이 26일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를 만난 것도 이 같은 요구를 하기 위해서였다. 송 의원은 “4월에 급식비 개정안을 상정할 것이고 당에 경남 여론을 전달하겠다는 정도의 대답만 받았다”며 “경남 주민들은 야당에 실망을 많이 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표가 대안도 없이 내려와 실망을 많이 했다. 이 싸움은 여야의 싸움이 아니라 ‘정신 나간 홍준표와 화난 엄마들의 싸움’이라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송 의원은 경남 학부모들과 함께 무상급식을 되살리기 위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4월 25일에는 1만 도민대회가 예정돼 있다. 송 의원은 “경남 학부모들과 함께 1인 시위, 집회, 항의문자, 급식비 거부 등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무상급식이 중단되는 4월 1일 점심을 굶자는 의견도 있다”며 “의원들에게 급식법 개정이나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묻고 그 답을 공개하는 방안 등 의회를 압박하는 수단도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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