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노조와 시민사회가 주저 없이 ‘파업 유발자’라고 꼽았던 박노황 신임 사장이 취임사를 통해 편집총국장제 폐지를 시사해 노사가 충돌할 공산이 커지고 있다. 이에 맞서 노조도 총력투쟁을 선포해 편집권을 둘러싼 긴장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다. 

박 사장은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에서 열린 취임식을 통해 “노조에 가능한 모든 경영 내용을 공유하고 함께 전진할 것을 호소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일일이 노조 동의를 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회사 경영의 궁극적인 책임은 노조가 아닌 저를 비롯한 경영진에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 사장은 이어 “특히 회사의 경영권과 인사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는 편집총국장제와 같은 불합리한 요소들은 과감히 개선할 것”이라며 “이에 대한 노조의 적극적인 협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박노황 연합뉴스 사장 내정자. ⓒ연합뉴스
 

편집총국장제도는 편집권 독립을 보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제도로서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지부장 오정훈)가 지난 2012년 103일 파업을 통해 얻어낸 성과물이다. 

2013년 단체협약에 규정돼 있는 이 제도는 편집총국장을 편집의 총 책임자인 ‘편집인’으로 한다는 것과 중간 평가를 실시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또 편집총국장은 임면동의를 거쳐 기자직 사원 3분의2 이상이 참여해 유효투표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임명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전임 송현승 사장은 조복래 연합뉴스TV 보도국장을 편집총국장으로 지명했지만, 연합뉴스지부가 불공정보도로 103일 파업을 유발했던 인사라고 반발했고, 조 국장은 임면동의투표를 통과하지 못했다. 경영진이 인사를 통해 편집권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막을 수 있는 방패인 셈이다. 

박 사장은 취임 전인 지난 18일에도 노조와 만나 “노조가 편집총국장 인사에 3분의2 이상 참여해서 절반이 안 됐다고 떨어뜨리는 임면동의제도는 인사‧경영권 침해”라며 “이는 불법적인 요소를 갖고 있어 단체협약을 빨리 고치고 인사를 해야 할 급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지부는 이날 노보를 통해 밝혔다. 

연합뉴스지부는 노골적인 편집총국장제 무력화 시도에 대해 “신임 경영진이 추진하려는 정황이 확인된 임면동의 투표 불이행이 현실화하면 이를 불법행위로 보고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지부는 박 사장이 첫 출근을 하게 되는 26일 편집권 독립과 공정보도를 요구하는 선전전을 펼칠 계획이다. 

   
▲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2012년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집회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조
 

한편, 연합뉴스는 이날 취임식에 앞서 주주총회를 통해 마케팅 담당 상무이사에 심수화 부산본부 기획위원을, 전무이사(경영지원담당 상무이사 겸임)에 이홍기 콘텐츠평가실 고문을, 콘텐츠 융합 담당 상무이사에 조복래 연합뉴스TV 보도국장을 선임했다. 

연합뉴스지부는 “담당 업무가 무엇인지 아직도 확실치 않은 콘텐츠상무직제의 신설은 편집‧경영 분리 원칙에 따라 만들어진 편집총국장제도를 훼손하려는 시도가 아닌지 의혹을 떨칠 수 없다”며 “수십 년간 투쟁으로 지켜낸 편집총국장‧제작국장 임면동의제마저 없애야 한다는 주장은 언어도단”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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