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학의 토크콘서트에 참석하려고 했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불참했다. 

서울대 학생들이 만드는 월간지 서울대 저널은 25일 서울대 문화관 중강당에서 국민모임 창당 주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와 공동 운영위원장 김형배 전 한겨레 논설위원과 함께 토크콘서트 패널로 정동영 전 장관을 초대했다.

당초 정 전 장관은 콘서트에 참석해 국민모임 결성의 취지와 방향 등 정치세력화 문제를 놓고 대학생들과 소통하려고 했다. 하지만 4. 29 재보궐선거 출마설이 나오고 실제 국민모임 지도부에 출마 권유를 위임하기로 하면서 콘서트 자리에서 정 전 장관이 관악을 출마 여부에 대한 생각을 밝힐지 주목을 받았다.

더구나 정 전 장관의 출마를 강하게 압박했던 김세균 창당 주비위원장과 함께 한 자리라는 점에서 관악을 출마 여부를 놓고 이견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 전 장관이 불참하면서 출마 압박에 부담을 느끼고 있거나 최종 출마 결심을 앞두고 고심을 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 전 장관은 지난 23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불출마 입장을 밝혔지만 이틀 후인 25일엔 "출마를 고려 중"이라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보도가 나왔다. 

서울대저널 측은 행사 시작 전 공지사항을 통해 "정동영 전 의원이 오늘 아침 갑작스레 행사 불참을 통보했다"며 "4. 29 재보선 출마 압력 등 정치적 딜레마 상황이 부담된다는 이유였다. 현재 정 전 의원은 베이징에서 귀국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콘서트 사회자는 "정 전 장관의 불참 이유를 듣지 못했다. 신뢰 문제를 훼손시켰다고 판단하며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정 전 장관의 불참에도 불구하고 콘서트 자리는 정동영 전 장관의 관악을 출마 여부로 관심이 집중됐다.

이에 대해 김세균 공동위원장은 "정동영 전 의원은 새정치를 탈당하면서 새롭게 창당한 국민모임에 밀알이 되겠다고 공언했고 그렇기 하기 위해 출마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지도부에서 보궐선거에 정 전 의원을 전혀 고려하지 않다가 최근에 보궐선거를 그냥 놓쳐서는 안되는 그야말로 한국사회의 야권을 재편하고 정계를 개편하는 데 초석을 놓는 중요한 선거이고 관악을이 정계개편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전략적 선거구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야권 후보 뿐 아니라 여권 후보에게도 이길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우는 것이 옳다고 판단해서 출마를 권유하게 됐다"며 "이렇게 권유하니까 정 전 의원이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불출마를)공언했는데도 불구하고 지도부가 권유하니까 후보도 완전히 팽개칠 수 없고, 고민하면서 출마 여부를 고민하고 앞으로 행보를 깊이 재정의해서 생각해보기 위해 이 자리를 피했다"고 설명했다.

   
▲ 서울대저널 측이 공지한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 불참 이유
 

일각에선 정 전 장관이 국민모임이 출마를 거절하기 어려울 정도의 결의문을 채택하기로 했다가 출마 여부에 대한 권유를 지도부에 위임한 것은 내부 갈등이 있는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은 "출마하라고 결정하고 나면 정 전 장관이 결정사항을 무시할 수 없어서 코너로 몰아넣는 것 같아서 최종적 판단의 기회를 주려고 권유하는 행태로 했다"며 "지도부가 만나서 최종적으로 관악을 출마 여부를 결정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정 의원의 출마 여부는 기본적으로는 자신의 판단보다는 당 전체의 의사에 따라서 해야 한다고 내부적으로 전개했다. 당에서 (출마를)나가라고 하면 사실 판단해서 나가야 하고, 나가지 마라고 하면 나가고 싶어도 안 나가는 것이 당의 중요한 사람으로서 지켜돼야될 부분"이라며 "(다만)현재 결정사항은 정 전 장관이 거부할 수 있는 (지도부의) 권유 사항으로 돼 있다"고 말했다. 

   
▲ 서울대저널 주최 토크콘서트 현장
 

김 위원장은 정 전 장관이 기성 정치인의 이미지가 강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구정치인의 정동영은 죽었고 새로운 정치인으로 태어났다고 파악한다"며 "2010년 8월 참여정부에 있으면서 추진했던 신자유주의 정책이 얼마나 일반 국민의 고통을 몰아넣었는지 자기 반성문을 썼다"고 답했다.

정 전 장관 출마와 관련한 거듭된 답변에도 관중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자신을 중년이라고 소개한 한 콘서트 참가자는 "정 전 장관이 당선되더라도 개인의 힘인지 국민모임의 힘인지 모호해서 확인할 수 없다. 오히려 젊은 후보로 도전해서 국민모임 시작이 어디인지 알고 1년을 준비해서 새로운 출발을 하는게 어떠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는 정동영 후보"라면서도 "만일 나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 4자협의체(국민모임, 정의당, 노동당, 노동정치연대 4자 연석회의 정무협의회) 선에서 가장 새로운 참신한 인물을 낼 수 있다. 연합후보로 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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