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진아와 시사저널USA간의 ‘해외도박설’을 둘러싼 정면 충돌은 수많은 억측 끝에 결국 법정 다툼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법정공방을 통해 밝혀질 진실은 인내심과 시간을 요한다. 그러나 이미 쏟아져 나온 사실(facts)과 허위, 과장 등 주장을 가려내고 정리하면 사건을 이해하는 것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궁금한 쟁점 첫 번째는 ‘태진아가 과연 억대도박판을 벌였느냐’는 여부다. 시사저널 USA 심원 대표(이하 심대표)는 ‘억대 도박’을 주장했다. 기사에서“VIP실에서 4시간 정도 바카라 게임을 즐기는 걸 목격했으며 3000달러(한화 약 334만원)를 바꾸고 또 바꾸는 모습을 직접 봤다”고 보도했다. 이에 맞서 태진아측은 ‘억대 도박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1000달러(한화 약 111만원)를 들고 가서 한 시간 만에 4700~4800달러(한화 약 523만원~535만원)을 땄을 뿐”이라고 해명혔다.

여기서 사실(facts)은 태진아가 미국 현지 카지노 도박장에 가서 게임을 했다는 것뿐이다. 사실의 다툼에는 이견이 없다. 맞서고 있는 주장은 ‘억대 도박’여부다. ‘억대도박’이라고 묘사한 심대표는 그 이유에 대해 태진아측에서 공개한 녹취록에서 "태진아가 한 번에 300만원씩 도박을 했다. 적어도 10만 달러 이상 피해를 봤을 것이다. 우리가 기사를 어떻게 쓰느냐. 횟수와 시간을 곱해 100억대 도박이라고 쓸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녹취록이 사실이라면 심대표는 도박 횟수와 시간을 곱해서 억대로 과장했다는 결론이다. 더구나 태진아측은 한 시간 정도 머물렀다는데, 심대표측은 4시간이라고 맞서고 있다.

두 사람의 주장이 맞설 때는 제3자가 가장 정확하게 말해줄 수 있다. 제3자가 그 도박장의 관리인이라면, 보다 정확하고 신빙성이 있다. 로스앤젤레스 H카지노의 총지배인은 기자회견 현장에서 즉석 전화 연결을 해 ‘억대 도박을 하지 않았다’ ‘한시간 정도 머물렀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적어도 심대표측의 보도내용이 억대도박과 머문 시간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런 점을 사소하게 보면 안된다. 사실관계가 어긋나고 과장되면 동이 서가 되고 참과 거짓이 혼동되는 법이다. 심대표측은 카지노측의 증언으로 판정패 당한 셈이다.

두 번째 쟁점이 더 중요하다. 기사를 빌미로 태진아측에 협박 혹은 금품을 요구했는가 부분이다. 이 부분은 기사의 진정성과 정직성을 결정하는 중대한 요소가 된다. 태진아측은 “기사를 쓰지 않는 대신 25만달러(한화 약 2억 7857만원)를 요구했다”고 주장했으나 “돈을 요구한 적이 없다”는 심대표의 주장이 맞섰다.

그러나 이 부분도 공개된 녹취록에는 적나라하게 돈을 요구한 내용이 나왔다. 태진아 측은 시사저널USA 보도 10여일전 심대표측과 가진 통화에서 “이번 사건으로 인해 태진아가 한 방에 끝날 것이다. 소속사 식구와 가수들에게도 피해가 갈 것이다”라는 내용을 공개했다. 전형적인 사이비 기자들이나 할만한 공갈화법이다. 매체에 따라 ‘돈을 요구한 적 없다’는 심대표측의 말이나 ‘농담이었다’는 식의 일관성없는 답변은 이미 신뢰성을 의심하도록 만들고 있다.

   
▲ 지난 23일 채널A 뉴스 보도
 

심 대표 측이 녹취록을 뒤집고 카지노측의 증언을 반박할 수 있는 설득력있는 물증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심대표는 패배에 직면할 위험성이 높다. 태진아라는 유명 가수이자 가수협회 회장이라는 직함을 가진 연예인이 가족휴가차 카지노에 가서 좀 즐겼다고해서 그것이 현재처럼 우리사회를 들썩거리게 할 정도의 사안은 아니다.

오히려 작은 빌미로 약점삼아 금품을 요구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별 것 아닌 사건을 키운 것은 바로 종합편성채널을 비롯한 국내 24시간 YTN, 뉴스Y 등이다. 내용도 잘모르는 패널, 진행자들의 어설픈 주장과 추측성 말들이 만들어낸 미디어 사고다.

태진아가 카지노에 갔다는 사실과 현지매체의 과장된 주장이 약간의 발화점을 제공했다면 먹잇감을 찾는 종합편성채널 등이 무분별하게 뛰어들어 난장판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미디어 소비자들이 혼란에 빠진 것은 혹세무민하는 저질패널, 저질언론의 결과일 뿐이다. 언론이 만든 난세는 시간이 지나면 금방 잊혀진다. 넋을 잃고 채널돌리지말고 차라리 팔굽혀펴기나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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