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연예매체 디스패치가 수지와 이민호의 열애사실을 보도했다. 하루 종일 두 사람이 실시간 검색어를 주도하는 가운데 음모론이 등장했다. 키워드는 ‘이명박 2800억 횡령’이었다. 이명박 횡령을 숨기기 위해 열애보도가 등장했다는 해당 음모론은 사실관계마저 틀린 주장이었지만 온라인에서 제법 퍼져나가 이 음모론으로 기사를 쓴 인터넷매체도 등장했다. 

음모론은 이명박정부 시절 한국광물자원공사가 해외자원개발기업 29곳에 일반융자 형식으로 2822억 원을 빌려줬다는 기사를 근거로 ‘수지‧이민호 열애’기사가 해당 기사의 이슈화를 막았다고 주장했다. 해당 기사는 정의당 김제남 의원실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받은 자료가 근거인데, 정부가 일부 기업에 융자를 내주는 과정에서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담겨 있다. 해당 정황은 결코 특정 개인의 2800억 ‘횡령’이 아니다. 하지만 음모론은 이 사실을 개의치 않는다. 

무엇보다 해당 기사는 검찰의 자원외교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수많은 정황 중 하나로, 이민호‧수지 열애설로 덮을만한 성질의 엄청난 뉴스가 아니다. 만약 23일이 이명박정부 자원외교 수사결과 발표시점이었다면 모를까 그것도 아니었다. 이민호‧수지 열애보도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연결시킨 음모론은 ‘연예뉴스가 진실을 가리고 대중을 눈멀게 한다’는 명제를 믿고 싶은 사람들이 스스로 음모를 창조해낸 경우에 해당한다. 트래픽에 눈이 먼 일부 인터넷매체는 해당 음모론을 무비판적으로 확산시켰다.

   
▲ 이민호·수지 열애기사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련있다는 식의 음모론을 보도한 인터넷매체들. 이들 매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자 해당 음모론을 보도했다.
 

이 같은 음모론에 대해 디스패치는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연예뉴스에 정치사회 뉴스가 가려지는 건 저희도 원치 않는다”고 밝혔으며, 보도 시점에 대해선 “지난주 금요일 런던 현지에서 힘든 취재를 마쳤다. 세상 어느 매체에서 이런 단독을 일요일에 보도하겠나. 그래서 월요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임근호 디스패치 취재팀장은 24일 통화에서 “지금은 전두환 시대처럼 바보 같은 시대가 아니다. SNS로 움직이는 시대인데, 연예뉴스 하나로 여론을 통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디스패치는 2013년 ‘연예 7대 뉴스에 파묻힌 진짜 7대 뉴스’를 보도하며 스스로 근거 있는 음모를 제기하기도 했다. 당시 디스패치는 △김용만 불법도박 검찰조사-김학의 전 차관 고위층 성접대 거론(3월 21일) △서태지 이은성 결혼 발표-검찰, 4대강 비리 수사(5월 15일) △원빈·이나영 열애설-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 시작(7월 2일) △연예인 불법도박 리스트 공개-김학의 전 차관 무혐의 판결(11월 11일) △검찰, 연예인 성매매 수사-코레일 파업자 직위 해제(12월 12일) 등을 연예뉴스와 사회이슈가 겹친 ‘오비이락’의 사례로 언급했다.

온라인을 뒤덮었던 수지‧이민호 열애설 같은 이슈는 이명박 대통령의 비리를 덮기 위해 움직이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움직일 수 없다. 연예기사는 오직 트래픽에 따라 움직이고, 실시간 검색어에만 반응한다. 음모론자들은 국가정보원의 정보에 따라 디스패치가 보도했다는 주장을 할 수 있는데, 이는 국정원의 정보수집능력을 과대평가한 경우에 해당한다. 더군다나 기껏 덮으려는 정황이 그렇게 큰 문제도 아니었다. 이런 근거 없는 음모론은 ‘진짜 음모’마저 근거 없이 만든다.

   
▲ 걸그룹 아이돌이자 배우인 수지. 디스패치의 보도를 통해 배우 이민호와의 열애 사실이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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