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희 YTN 신임 사장이 23일 오전 취임사를 통해 “재정적으로 탄탄한 YTN을 만들어야 한다”며 “재정에서 실패한 방송이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밝히고, 시민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며 국민의 알권리를 보호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조 사장은 “종편과 보도전문채널이 생겨나면서 YTN 시청률은 정체돼 있고 매출도 감소하고 있고, 그에 따라 YTN 매출의 60%이상을 차지하는 광고매출도 줄어들고 있다”며 “방송, 마케팅, 경비집행, 사업구조 등 YTN의 모든 부분을 냉정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밝혔다. 

조 사장은 해직 사태 이래 첨예하게 대립한 노사 관계에 대해 “지난 몇 년 동안 이어진 노사분규로 인한 후유증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인식했으나 “경영이 어려우면 갈등과 파벌이 생기고 불신과 이기주의가 활개 치는 것은, YTN뿐만 아니라 어느 기업이나 마찬가지”라며 원인을 경영 악화에서 찾았다. 

   
▲ 조준희 YTN 신임 사장. ⓒ연합뉴스
 

하지만 노종면 기자 등 YTN 기자 6명은 지난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언론 특보 출신인 구본홍 사장 반대 투쟁을 하다 해고됐고, 이 가운데 3명만 지난해 대법원 판결을 통해 복직할 수 있었다.

2009년 9월 MB정부 총리실이 작성한 ‘YTN 최근 동향 및 경영진 인사 관련 보고’ 문건을 보면 전임 배석규 사장에 대해서 “신임대표(배석규)는 현 정부에 대한 충성심과 YTN개혁에 몸 바칠 각오가 돋보임”이라고 평가한 대목이 있다. 배 사장에게 ‘MB 낙하산’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이유이기도 했다. 

총리실은 또 이 문건에서 “(배 사장이) 취임 1개월 만에 좌편향 방송 시정 조치를 단행했다. 친노조, 좌편향 경영, 간부진을 해임 또는 보직 변경했다”며 직무대행이던 그를 정식 사장으로 임명할 것을 건의했다. YTN 노사 갈등이 MB정부의 방송 장악에서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까닭이다. 

조 사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해직 언론인을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서로 이해하고 협조하는 상호신뢰의 성숙한 노사문화를 만들 것”이라며 “지난 몇 년간 YTN은 극심한 노사분규를 겪었고, 안타깝게도 노사간, 선후배간, 동료간 갈등의 골도 상당히 깊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노사가 조직발전, 고용안정, 복리후생 등 추구하는 목표는 같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노조는 조금 빨리 가자는 것이고 경영진은 앞뒤 좌우를 살피며 조금 천천히 가자는 것이다. 제가 더 많이 듣고 세심하게 마음을 기울여 그 상처가 하루빨리 아물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사장은 1954년생으로 경상북도 상주 출신이다. 한국외대 중국어과를 나와 1980년 기업은행에 입행했다. 이후 도쿄지점장, 종합기획부장, 개인고객본부장, 수석부행장 등을 거쳐 23대 은행장까지 지냈다. 정통 뱅커로 알려진 조 사장이 YTN 사장에 내정됐다는 소식에 언론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조 사장은 이러한 전문성 논란과 관련해 “방송과 언론에 문외한이기에 어떤 치우침과 편견이 없다”며 “사무실과 마음의 문을 언제든지 활짝 열어두고, 여러분의 작은 의견, 조그만 소리도 모두 귀담아 들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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