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170일 MBC 파업을 주도했다가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정영하 전 언론노조 MBC본부장을 포함한 집행부 5인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의 논리를 전면으로 반박하는 진술이 제출‧공개돼 내달 판결 결과가 주목된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 측은 “파업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이루어졌고 사업 운영에 막대한 혼란과 손해를 야기했다”며 1심 때와 동일하게 정영하 전 본부장에게 징역 3년, 이용마 전 홍보국장과 강지웅 전 사무처장, 장재훈 전 정책교섭국장, 김민식 전 편성제작부위원장에게 징역 2년이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5월 업무방해 등 주요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재판의 주요 쟁점은 파업의 전격성, 즉 사용자의 예측 가능성 여부였다. 형법상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한 데, 파업의 목적성과 전격성이다. 

   
▲ 2012년 170일 파업 당시 정영하 언론노조 MBC본부장(왼쪽)이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서 나오는 김재철 사장에게 거취를 묻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대법원은 2011년 파업의 목적이 정당하지 않아도 법적 절차를 거쳐 사용자가 파업 시기와 방법을 예측할 수 있을 때는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MBC와 검찰 측은 줄곧 2012년 파업은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에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는 논리를 펴왔다.

하지만 언론노조 MBC본부 측 신인수 변호사(법무법인 소헌)는 이날 “(편파 보도 등을 이유로 보도국 인사 쇄신을 요구하는) 보도 부문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 노조가 파업에 들어갈 거라는 것은 본인(고민철)을 포함한 다수의 회사 구성원이 충분히 예측하고 우려하는 상황이었고 다른 언론사에서도 파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는 고민철 당시 경영지원본부장의 진술서를 공개했다.

이 진술서를 보면, 고 전 본부장은 사태의 심각성을 김재철 사장에게 보고했고 보도국 인사교체를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증거로도 제출된 고 전 본부장의 진술서는 MBC와 검찰의 논리를 180도 뒤집는 증언이라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언론노조 MBC본부 측은 고 전 본부장의 진술서 이외에 이를 뒷받침하는 차경호 전 기획조정본부장의 녹취도 참고자료로 제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고 전 본부장과 차 전 본부장은 과거 MBC 내부서 ‘비둘기파’로 꼽히던 인사들이었으며 2012년 4월 파업 도중 각각 원주MBC와 대구MBC 사장으로 발령받았다. 이때 내부에서는 “사장으로 승진한 모양새지만 모두 지역으로 밀려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진숙 현 대전 MBC 사장은 이 시기 홍보국장에서 기획조정본부장으로 승진해 최초의 본사 여성 임원으로 올라섰다.

한편, 정영하 전 본부장은 최후진술을 통해 “2012년 170일 파업은 편파 보도 등 축적된 문제점들이 촉발한 파업이었고, 여전히 조합원들이 해고무효, 손배소송, 형사소송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어 전임 위원장으로서 가슴이 아프다”면서도 “하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가 우리의 뉴스를 본다고 해도 결코 공정한 뉴스였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선고공판은 내달 21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이보다 앞선 4월1일 정 전 본부장 등 조합원 44명이 MBC를 상대로 낸 징계무효소송의 항소심 선고기일이 예정돼 있다. 이 결과가 이어지는 재판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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