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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의 정치경제학, 언론이 말하지 않는 비밀
최저임금의 정치경제학, 언론이 말하지 않는 비밀
자영업자 안 망하고 일자리 안 줄어든다… 정부가 칼자루 쥔 무늬만 위원회

시민사회단체와 노동계에서 늘 먼저 꺼냈던 최저임금 인상 이야기를 이번엔 정부가 먼저 꺼냈다. 봇물 터지듯 ‘8천원’ ‘1만원’ 등 다양한 대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시간당 최저임금 5580원은 얼마나 오를까? 미디어오늘이 최저임금 주요 쟁점 A to Z를 정리했다.

1. 최저임금 오르면 자영업자가 망한다?

최저임금 논의에서 재계를 대표하는 경영자총협회(경총)의 가장 주요한 반대논리다. 경총 홍보팀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과도하게 오르는 것은 영세한 중소기업들의 현실에 맞지 않다. 기업 현실을 외면한 것 아닌가”라며 “최저임금 적용을 받는 사업장은 98%가 300인 미만, 87%가 30인 미만 사업장으로 편의점이나 식당 등 열악한 영세기업”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반론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등이 제시한 ‘소득주도 성장론’이다. 가계 소득을 늘려야 소비가 늘어나고, 경기 활성화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사람들이 소비를 늘릴 것이고 내수가 살아나 자영업자도 돈을 많이 벌게 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담이 상품 가격으로 흡수된다고 가정해보자. 예컨대 편의점 알바생 월급이 5000원에서 1만원으로 오르면, 알바생을 자를 수도 있지만 삼각 김밥 가격을 900원에서 925원 올리는 것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 최저임금은 모든 영세 자영업에 적용되는 것이기에 전반적으로 물가는 오르겠으나 최저임금 상승으로 결국 소득이 늘어나고 소비도 늘어나므로 큰 부담은 되지 않는다. 게다가 삼각 김밥 가격 조금 오르는 것으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다면 그게 더 이익일 수도 있다.

최저임금이 자영업자에 대한 ‘긍정적인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자영업자를 선택할 사람들이 고용시장에 많이 나오게 되면서 오히려 기형적으로 자영업자가 많은 구조가 개선될 수 있다는 것. ‘자영업하다 망하느니 차라리 알바로 돈 버는 게 낫다’고 판단할 것이란 뜻이다.

2. 최저임금 오르면 일자리 줄어든다?

경총 관계자는 “최저임금을 과도하게 올리면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경제학적으로 신고전파의 완전경쟁시장 모델에 따른 설명이다. 임금이 오르면 사용자가 고용을 줄이고 가족을 채용하거나 본인이 직접 일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과 고용 감소가 관계가 없다는 연구도 많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1998년 최저임금 효과에 대한 선행 연구들을 종합하며 “이론적으로나 실증적으로나 최저임금의 고용효과에 대한 합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ILO(국제노동기구) 역시 2001년 20개 저개발 국가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고용이 감소하는 부정적 효과는 발견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 다수 의견”이라며 “한국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마찬가지로, 오히려 고용에 플러스 효과까지 보인다”고 밝혔다.

   
▲ 지난 3월 12일 민주노총의 최저임금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1만원 인상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최저임금이 일자리를 늘린다는 분석도 있다. 결국 경기가 활성화돼야 고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논리로  ‘소득주도 성장론’과 유사하다. 김공회 당인리대안정책발전소 연구원은 “최저임금이 오르면 소비가 늘어나고 그것이 새로 고용을 창출하는 선순환이 있다. ‘승수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최종적으로 고용이 줄어든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국무총리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 6일 발표한 보고서에도 비슷한 내용이 등장한다. 임금 인상을 통한 소득분배 개선이 내수확대의 원천이 되어 고용증대를 초래하며 내수확대에는 고임금계층보다 소비성향이 높은 저임금계층의 임금 인상이 더 큰 역할을 한다는 것. 보고서는 “정부가 최선으로 고려해야할 것은 최저 임금 인상”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3. 정부여당은 왜 최저임금 인상을 말하나

최경환 부총리를 필두로 정부여당에서 최저임금 인상론이 시작됐다. 당·정·청도 회의에서 최저임금을 적정 기준에서 올리자고 합의했다. 그러나 거론되는 수치는 ‘7%’다. 지지난해에 7.2%, 지난해에 7.1% 인상했다는 점에서 큰 변화는 없다.

게다가 재계 대표인 경총이 2015년 적정 임금조정률을 ‘1.6%’로 제시하고,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4단체가 최저임금 인상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협상 과정에서 인상률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빠른 속도의 인상, 대폭 인상을 이야기하지만 내용은 7%”라며 “기존과 비슷한 인상률을 말하면서 에드벌룬을 띄우는 것은 기만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에 동의한다면 7%를 상회하는 대폭적 인상으로 가야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왜 정치권은 호들갑을 떠는 걸까. 4.29 재보선을 겨냥한 정치적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또 다른 해석은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앞두고 노동계를 압박한다는 것이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노사정 위원회가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최저임금 올려줄 테니 양보하라는 식으로 정부가 노동계를 압박하는 전술 아닌가”라고 밝혔다.

경제적 해석도 있다.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카드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에서 기인했다. 김공회 연구원은 “중요한 포인트는 이 카드가 ‘디플레방지용’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물가 관련해 중요한 것이 ‘기대’”라며 “현재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제스처는 목적 자체가 ‘기대심리 띄우기’이기에 제스처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레토릭을 통해 일단 사람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을 높여놓는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사람들은 소비를 한다”며 “그리고 최저임금은 아마 생색만 내고 말 것”이라고 관측했다.

4. 한국 최저임금은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을까?

2013년 OECD 회원국 최저임금 평균은 6.9달러로, 4.4달러인 한국보다 높다. 한국은 25개 국가 중 15위다. 구매력 평가지수(ppp)를 사용하면 한국의 평균 최저임금은 5.3달러로, OECD 평균에 여전히 못 친다. 순위는 14위로 한 단계 올라간다.

경총은 이러한 통계를 두고 ‘중위권’이라 평가하지만, 인상을 주장하는 이들은 “낮은 편에 속한다”고 말한다. 애초에 이 통계에는 법정 최저임금 제도가 없는 노르딕 3개국 등 9개 국가들이 빠져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어떤 통계를 쓰느냐에 따라 다르다”며 “중위권인지 하위권인지 논쟁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최저임금의 애초 취지인 노동자 본인과 그 가족이 생계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수준이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김유선 한국사회노동연구소 선임연구원의 토론회 발제문 ‘최저임금의 적정 수준과 고용효과’에서 발췌.
 

5. 얼마가 적당할까?

최저임금법 4조는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을 고려하여 정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은 그야말로 최저치다. 이영면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생계비란 물가상승률이고 노동생산성은 경제성장률을 반영한 것인데 이는 더 나빠지는 것을 막는 수준”이라며 “그나마 소득분배율을 고려해야 조금씩 나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소득분배율 반영 지표로 ‘평균임금의 50%’를 제시했다.

‘평균임금 50%’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대안이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는 “전체노동자 평균정액급여 대비 50%를 목표로 한다”는 점을 법에 명시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유선 연구원은 시중노임단가 8000원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정부는 청소·경비·시설물관리 등 단순노무용역을 대상으로 용역계약을 체결할 때 근로자의 기본급 단가로 최저임금이 아닌 시중노임단가을 적용하도록 하는데, 사실상 공공부문의 최저임금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2014년 평균 노임단가는 8109원이다. 김 연구원은 “8109원은 평균임금의 49.5%”라며 “이는 평균임금의 50%라는 최저임금 목표가 현실적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실제 평균임금 50%를 기준으로 잡으면 국제기준에 비해 한국 최저임금이 낮다. 2013년 한국의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35.2%로 OECD 25개 중 17위다. 평균값이 아니라 중위값을 기준으로 삼으면 18위다.

민주노총의 대안은 1만원이다. 기준은 생계비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해 제시한 2013년 단신 근로자 한 달 생계비는 150만6000원(시급 7207원)이다. 그러나 2015년 법정최저임금은 시급 5580원으로, 주 40시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월 116만6220원으로 가족 생계비는커녕 1인 생계비에도 못 미친다.

민주노총은 도시근로자 1인 가구 가계지출(통계청, 2014) 가운데 경상조세, 법정사회보험료 등 공적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소비지출을 기준으로, 기본 지출을 산출했다. 여기에 최저임금 이하의 노동자 평균 가구원수인 2.5인(한국노동패널 자료)을 곱해 평균 가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출규모를 산출했다. 이에 2015년 경제성장률(3.4%), 물가상승률(1.9%), 소득분배 개선치(2.9%)를 반영해 계산하면 한 달 생활을 위해 필요한 돈은 약 208만 9035원이고, 시급으로 계산하면 9995원, 약 1만원이다.

액수도 중요하지만 로드맵이 중요하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김유선 연구원은 “지난 10년 간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교섭할 때 항상 최종적 목표만 내놓았다. 올해 안에 실현가능한 목표 선을 설정하고, 이를 위한 로드맵을 짜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 임금평균값 대비 최저임금 비율.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기획실장 토론회 발표문 ‘2015년 민주노총 최저임금요구안’ 중 발췌.
 

6. 최저임금은 어떻게 결정되나, 문제는 없나

최저임금은 노동자 위원, 사용자 위원, 공익위원 각각 9명씩 27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한다. 그러나 노측 위원은 30% 이상의 인상, 사측 위원은 2~3% 인상이나 동결을 주장하면서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결국 공익위원들에 의해 결정된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최저임금 협상에서 노사가 각기 다른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해서 공익위원들이 어느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공익위원의 명단을 보면 최저임금 수준을 알 수 있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공익위원 추천방식 변화를 비롯한 최저임금위원회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공익위원들은 정부 추천으로, 노동부장관이 제청해 대통령이 위촉한다. 현재 국회에는 공익위원 선정방식을 노사 추천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결정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구교현 알바노조 위원장은 “최저임금은 노동부가 아니라 범정부적 차원에서 논의해야 하며 자영업자, 중소기업 문제를 같이 논의할 수 있는 틀이 갖춰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상헌 ILO 부사무총장 정책특보는 물가 상승, 노동생산성 등이 포함된 최저임금 인상률의 하한선을 정하고 그 이하의 인상률을 제시할 수 없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7. 최저임금 보다 많이 받는 사람들한테도 최저임금이 중요할까?

최저임금의 목적은 ‘저소득 계층의 생활안정’이기에 이미 최저임금 이상을 받는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을 ‘딴 나라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저임금은 각종 수당의 근거다. 대표 사례가 실업급여다. 실업급여의 하한선은 최저임금의 90%다.

정문주 정책본부장은 “한국은 실업급여 수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 적은데,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자연스레 이 격차도 따라잡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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