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관세대’ 아닙니다, ‘비정규직 예행연습’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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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과도기 노동’ 실태와 대안 토론회… 인턴 경험하고 그 직업 포기하는 청년들

IMF 이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아니라 정규직이 됐다. 정규직이 되고 싶은 비정규직이 가득한 시대, 많은 청년들은 비정규직보다 더 아랫단계인 인턴과 수습, 열정노동에 머무르고 있다. 교육 명목으로 진행되는 대학의 산학협력에 참여했으나 사실상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이들도 있다.

18일 국회에서 열린 ‘청년 과도기 노동 실태와 대안’ 토론회에서 정준영 청년유니온 정책국장은 인턴, 실습, 수습 채용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일련의 청년노동을 ‘과도기 노동’으로 규정하고, 과도기 노동을 경험한 청년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및 면접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청년유니온과 서울시 청년허브가 지난 1월 27일부터 2월 9일 간 실시한 이 조사 결과(유효표본 233개), 청년들의 평균 노동기간은 5개월, 주당 출근일은 5일이었다.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8.8시간이다.

정준영 정책국장은 “일주일에 5일, 하루에 8시간. 전형적인 전일제 노동 형태로 사실상 단기계약직 고용형태와 크게 차이가 없다”며 “안정적 일자리로 나아가는 교량이나 디딤돌 역할을 해야할 과도기 노동이 본래의 역할을 하지 못한 채 기업들이 노동력을 활용하는 수단으로 오남용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1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청년 과도기 노동 실태와 대안’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보상도 제대로 없었다. 금전적 보상이 없다고 답한 비율이 22.3%에 달했다. 금전적 보상이 있다고 답한 이는 전체의 77.7%였으나, 금전적 보상이 있다고 답한 이들의 월평균 급여는 85.9만원으로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했다.

과도기 노동이 정규직 채용과 연계된 경우는 26.7%에 그쳤다. 정준영 국장은 “특히 공공부문의 정규직 채용 연계 비중이 고작 15.4%에 그치고 있어 공공에 의한 각종 직장 체험, 인턴제 등의 프로그램이 한시적인 자리 정책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청년들은 면접조사에서 돈도 안 주고 정규직 채용도 보장 안 된 과도기 노동에 뛰어드는 이유로 ‘취업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스펙 쌓기’를 꼽았다. 신입사원을 뽑는다고 해서 갔는데 경력이 필요하고, 경력이 필요하니 신입사원 입사 전 인턴이나 수습 등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정봉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실장은 과도기 노동이 벌어지는 원인으로 ‘기업의 경력직 선호’ 현상을 꼽았다. 300인 이상 기업의 고용보험 신규취득자 중 청년층 비중은 2004년 61.5%에서 2009년 45.6%로 줄었다. 이 실장은 “기업이 취업준비자 개인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형태가 사회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기가하고 싶은 인턴이 없을 수도 있죠. 근데 안 하면 취업이 안 되잖아요. 어쩔 수 없이 그냥 인턴을 해야만 하는 거에요. 수업시간에 상담 받는데 교수님이 그러더라고요. 너는 이제 인턴만 하면 된다. 그래서 지금 무급이라고 그냥 하고 있는 거에요”

“3학년 2학기가 끝나고 보니 상황을 알게 된 거죠. 인턴조차 하기 쉽지 않다는 걸 말이예요. 인턴조차 아무나 할 수 없는 상황인거에요. 그래서 요새는 인턴을 ‘금턴’이라고 불러요”

“인턴도 준비해야 돼요. 자기네들이 원하는 포트폴리오가 있어요. 그래서 그쪽 분야 양식에 맞춰서 준비해요. 근데 만약 거기 떨어지면 그 포트폴리오는 다른 데 못 써요. 근데 또 그렇게 준비해가도 경력이 없네 이러고 있고, 신입사원 뽑는다고 갔는데 경력만 뽑으면 나 같은 신입은 어떡하라고”

면접조사에서 과도기 노동에 대한 청년들의 성취감도 매우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프로그램도, 사수(교육 담당자)도 없는 기업이 대다수인데다 일을 배우기는커녕 온갖 잡일에 단순노동만 반복하다 왔기 때문이다. 정준영 국장은 “인턴을 경험하고 이쪽은 안 되겠다며 그 분야 취업을 오히려 포기하는 양상까지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왜 세 번씩이나 (인턴을) 했는지. 좀 호구같은 느낌? 다시 하라면 안할 것 같다. 지나고 나서 보니 그렇게 호구가 아니었을 수가 없다”

“절대 싫어요. 하고 싶은 일이었는데, 안 좋은 것을 너무 알아버려서 하고 싶지 않아져서 혼란스러워요”

“안 좋은 경험을 시키고, 내가 왜 하지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죠”

청년들은 이처럼 교육과 노동의 그 애매한 사이에서 노동권을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장인숙 한국노총 고용정책국장은 “놀라운 사실은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에게 자행되고 있는 희망고문, 블랙리스트, 저임금, 성차별 등이 그대로 과도기 노동에 투영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청년 과도기 노동은 비정규직 예행연습, 실험실로 작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SNL코리아5 ‘면접전쟁’의 한 장면.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과도기 노동에 대한 명확한 규정부터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류하경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변호사는 “열정페이, 현장실습, 산학협력, 산업연수, 인턴, 수습 등 노동자인지 교육대상인지 정의가 뚜렷하지 않다. 과도기 노동을 형태별로 재분류해서 정의하도록 노동부 가이드라인과 입법에 의한 규정이 필요하다”며 “그래야 이 정의에 맞지 않는 노동착취 형태들을 사전에 막을 수 있고, 운영되는 과도기 노동도 규정에 맞게 선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노동부는 무급인턴의 기준을 세워두고 있다. 기준은 ▷교육에 해당할 것 ▷정규직 노동의 대체가 아닐 것 ▷사용자가 이윤을 얻는 노동이 아닐 것 등이다.

류하경 변호사는 입법의 필요성도 제시했다. 류 변호사는 “산학협력, 현장실습의 경우 허용업종이 무엇인지 금지업종이 무엇인지 규정하고, 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는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며 “이는 현행 파견근로자보호등에 관한 법률에서 차용한 것이다. 현행 법은 파견허용업종 및 절대불가업종을 규정하고, 파견을 하려면 노동부 장관을 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고 말했다.

류 변호사는 이어 “기업이 실습일지나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고 분기별로 노동부와 교육부가 산업체를 정기 감사해야한다. 전국 모든 사업장을 감독할 수 없다면 문제가 심각하게 드러난 미용이나 제과제빵 등 몇몇 곳만이라도 특별근로감독을 당장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홍정우 고용노동부 일학습병행지원팀 팀장은 “특정 분야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정기적인 근로감독과 청년노동 관련 분야를 별도로 나눠야 하지 않느냐는 고민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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