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는 못 건드리면서 잔챙이들만 괴롭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종합일간지의 온라인 편집 담당자의 이야기다. “우리가 저렇게 하면 바로 경고 메일이 왔을 거다. 우리는 눈치보면서 하는데 조선·동아는 아예 대놓고 어뷰징을 한다.”

일부 언론사들의 검색 어뷰징이 심각한 수준인데 네이버가 이를 방치 또는 묵인하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미디어오늘이 17일 주요 언론사 사이트의 트래픽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지적이 사실로 드러났다.

미디어오늘이 트래픽 분석 서비스 코리안클릭에 의뢰해 지난 1월 기준으로 미디어 카테고리의 트래픽 상위 30개 사이트의 방문자 수와 유입경로 등을 분석한 결과 매일경제와 조선일보, 동아일보의 경우 네이버 검색에서 유입되는 비율이 다른 언론사들과 비교할 때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매일경제의 경우 월간 기준 전체 순방문자의 59.8%가 네이버 검색을 통해 유입됐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이 비율이 각각 57.1%와 56.7%로 나타났다.

코리안클릭 최병주 부장은 “매일경제의 경우 방문자 10명 가운데 6명이 네이버 검색을 통해 최소 한 번 이상 이 사이트를 방문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통계는 중복 방문을 포함해 집계한 것으로 이 6명 가운데 일부가 다시 네이버 뉴스스탠드나 다음 검색 등을 통해 방문했을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트래픽의 상당 부분을 네이버 검색에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트래픽 상위 10위 언론사의 네이버 검색 유입 비중. 한겨레는 29위, 비교를 위해 첨부. 코리안클릭 2015년 1월 기준. SBS와 한국아이닷컴 등은 자매지인 스포츠연예 사이트의 트래픽이 반영된 결과다. 조인스닷컴은 중앙일보를 포함한 포털 성격이라 배제했다. 상위 30위 사이트의 네이버 검색 유입 비중 평균은 39.3%다.
 

검색 어뷰징을 거의 하지 않는 한겨레가 이 비율이 17.0%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그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매일경제가 월간 496만명이 네이버 검색을 통해 방문했고 조선일보가 457만명, 동아일보가 439만명이 각각 방문한 반면, 한겨레는 33만명에 그쳤다. 조선일보 등이 네이버 검색을 통해 10배 이상의 방문자를 끌어 모으고 있는 셈이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검색 어뷰징의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17일 오후 네이버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오른 “안영미 열애”라는 키워드와 관련, 매일경제는 19건, 조선일보는 스포츠조선을 포함해서 38건, 동아일보는 스포츠조선 포함, 26건의 기사를 쏟아냈다. “람보르기니 추돌사고”라는 키워드에 맞춰 쏟아낸 기사도 비슷비슷한 기사 수백 건이 쏟아졌는데 매일경제와 조선일보, 동아일보 기사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업계에서는 검색어 한 건만 잘 잡아도 30만뷰 이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정설로 통한다.

   
조선일보의 동일기사 반복 재전송 현장. 명백한 제휴 위반이지만 네이버는 속수무책으로 방관하고 있다. 네이버 뉴스 캡처 화면.
 

네이버가 2013년 4월 첫 화면에서 뉴스를 없애고 뉴스스탠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대부분 언론사 사이트의 트래픽이 3분의 1 이하로 급감했다. 그러나 일부 언론사들이 노골적으로 검색 어뷰징을 확대하면서 트래픽 장사에 나섰고 네이버가 제재를 강화하고 클러스터링 기법을 도입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검색 어뷰징이 오히려 기승을 부리고 있다. 네이버가 일부 언론사들에 좀 더 느슨한 단속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순방문자 상위 30대 사이트의 평균은 네이버 검색 유입이 39.3%, 다음 검색이 13.4%, 미디어 다음이 10.8%, 네이버 뉴스스탠드가 7.9% 순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네이버 첫 화면 개편 이후 뉴스스탠드 의존도는 높지 않은 반면 일부 언론사들의 검색 어뷰징이 평균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유입 비율도 아직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뉴스스탠드 도입 이전인 2013년 1월을 살펴보면 조선일보는 네이버 첫 화면을 타고 들어온 방문자가 1149만명, 76.6%나 됐다. 네이버 검색을 통해 들어온 방문자는 329만명, 22.0%였다. 그런데 지난해 1월에는 네이버 첫 화면 유입이 사라진 대신, 네이버 뉴스스탠드가 86만명으로 8.1%를 차지하고 네이버 검색이 603만명, 57.5%로 부쩍 늘어나게 된다. 네이버 검색을 통한 방문자가 1년 사이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는 이야기다.

네이버 원윤식 홍보팀장은 “검색 품질이 떨어지는 건 네이버 입장에서도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라며 “일부 언론사의 어뷰징을 묵인하고 있는 건 아니고 꾸준히 경고를 하고 있지만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원 팀장은 “한두 언론사의 문제가 아니라 제재 수위 등을 고심하고 있고 기술적으로 자동으로 어뷰징을 걸러내는 등 검색 품질을 높이기 위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엄호동 파이낸셜뉴스 온라인편집부 부국장은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슈퍼갑 네이버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일부 언론사들이 배짱 좋게 드러내놓고 어뷰징을 하는 건 형평성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민중의소리와 뉴시스, 서울신문 등이 제휴 조건 위반으로 네이버 검색에서 배제된 사례가 있다. 유봉석 네이버 미디어서비스실 이사도 “조선·동아의 사례는 명백한 제휴 조건 위반”이라고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방문자수 기준 상위 50대 언론사 사이트. ⓒ코리안클릭.
 

조선일보 관계자는 “검색 어뷰징으로 조선일보가 얻는 수익은 크지 않다”면서 “다만 조선일보 내부적으로는 ‘1등 신문’이라는 자부심에 걸맞게 어뷰징을 해서라도 트래픽 1위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이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출신의 한 기자는 “어뷰징 기사는 메인 면에 뜨지 않고 실제로 대부분 독자들이 어느 신문 기사인지 제대로 보지 않기 때문에 본지의 브랜드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진순 한국경제 기자(건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는 “네이버는 과거에 옐로우 저널리즘의 책임 소재를 두고 언론사와 갈등을 벌였는데 이제는 어뷰징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면서 “서비스 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고 클러스터링 등 결과물만 바꾸는 지엽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면서 “네이버가 신뢰를 회복하려면 어뷰징 문제에 관한 한 모든 회원 언론사들이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통제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