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소음피해 민원인과 삼성 테크윈 노동조합 조합원을 사찰한 정황이 밝혀졌다. 이는 삼성물산 고객만족(CS)팀 등 직원들의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이 공개되면서 알려졌다. 사찰 대상자인 테크윈 노조는 충격적이라며 법적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찰의 배후가 삼성그룹 차원에서 이뤄졌을 것이란 주장이 제기돼 이번 사찰파문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삼성 계열사 주총이 일제히 열린 지난 13일 삼성물산 고객만족(CS)팀 최아무개 대리 등은 직원 27명이 모인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 민원인의 정황을 자세히 보고 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민원인은 소음문제로 삼성물산에 5년째 삼성물산에 민원을 제기해오고 있었다. 그는 이날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삼성물산 주총에 참가했다. 

경향신문이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를 보면 최아무개 대리는 해당 민원인의 집 근처에서부터 근처 전철역까지 민원인을 따라가며 정황을 보고했다. 상세 내용은 아래와 같다. “(민원인 집에) 불이 아직 안 켜져있음” “현재 민원인세대 불이 켜졌습니다” “민원인 이동중” “하얀점퍼 검은 바지 흰운동화” “현재 길음역” “탑승하였고 현재 한성대입구입니다” 

탑승한 이후에도 사찰하는 직원만 바뀔 뿐 민원인에 대한 보고는 이어진다.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 따르면 양재시민의숲에서는 유아무개 과장이 민원인과 aT센터까지 동행한다. 그러면서 이들은 “유 과장이 (민원인을) 안내중이며 3번 출구로 이동중입니다” “다시 내려갔습니다” “4,5번 출구로 올라와 aT센터 지하출입구로 들어갔습니다” 등을 보고했다. 

   
▲ 14일 경향신문 1면 기사
 

주총장에서 민원인의 자리를 ‘자연스럽게’ 정하는 정황도 발견됐다. 이들은 “민원인 좌석 외 전좌석 선확보 했으므로 저지없이 민원인 자극없이 자연스럽게 자리로 안내할 예정입니다”라고 보고하는가 하면 “민원인 옆 중앙통로도 일단 봉쇄했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민원인이 대본을 준비했습니다”라며 “금일도 발언 예상됩니다”라는 정황 보고도 이어진다.

해당 카카오톡 대화방에서는 삼성 계열사 노동조합(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 간부들에 대한 사찰 정황도 드러나 있다. “윤종균 삼성테크윈지회장 등 노조간부 8명이 오전 7시 20분께 테크윈 주총 장소인 성남 상공회의소에 도착해 피켓시위 준비 중”이라는 내용이다. 해당 8명의 이름과 직위도 상세하게 적혀있다. 이날 지회 조합원들은 한화로의 매각에 반대하며 주총장 앞에서 1인 시위 등을 벌였다. 

이어 삼성 직원들은 “7시 46분께 정아무개 외 3명 전자(C)동 정문 앞 피켓시위 전개” “최아무개 외 1명 위임장 소지 확인 후 5층 다목적홀 주주총회장 입실” 등의 정황을 보고한다. 그러자 다른 직원이 “최아무개 1명이 테크윈 직원인가요?”라고 묻고 이어 “최아무개님 2주 입장했습니다”라고 보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은 즉각 사과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경향신문에 “임직원이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깊이 사과하고 무엇보다 당사자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즉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관련 임직원들에 대해 엄중한 조치를 취해 이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테크윈 지회 측은 삼성물산이 아니라 삼성그룹 차원에서 행해진 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문상환 미조직비정규 부장은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삼성물산 직원들이 저희 노조 임원들을 이름과 얼굴을 다 알 수는 없다”며 “그룹차원에서 움직였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영현 지회 선전부장도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사찰을 하냐”며 “삼성의 구시대적인 노무관리”라고 말했다. 지회는 이번 건에 대해 부동노동행위나 사찰로 법적 대응을 준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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