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동안 최소 3일에 1명꼴로 여성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 의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 들어 성폭력과 가정폭력을 4대악 국정과제에 포함하고 가정폭력방지 종합대책 등을 발표했지만, 실질적으로 가해자의 폭력으로부터 피해여성의 인권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해 언론에 보도된 살인사건을 분석한 결과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 의해 살해당한 여성의 수는 최소 114명이고 미수에 그친 살인사건도 95건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피해여성의 자녀나 부모, 친구 등 주변인 57명도 중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왔다.

다만 이는 언론에 보도된 숫자에 불과해 실제로 기사화되지 않는 사건을 포함하면 친밀한 관계에서 살해당하는 여성의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여성의전화의 분석이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 1월 27일에 국회 정론관에서 '여성폭력추방공동행동'과 함께 가정폭력 가해자 체포우선주의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한국여성의전화 제공
 

피해여성의 연령별 현황을 보면 40대가 26%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50대(17%)와 30대(15%)의 비율이 높았다. 20대와 60대 이상 피해여성 비율도 13%를 차지했으며 10대는 3%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의 범행동기로는 피해여성들이 ‘헤어지자고 했을 때’ 살해하거나 미수에 그친 경우가 63건으로 가장 많았고, ‘싸우다가 우발적으로’ 살해하는 경우가 51건, ‘다른 남자를 만나거나 만났다고 의심했을 때’ 32건 순이었다. 그 밖에 ‘생활고 때문에’, ‘식사 차리는 시간이 길어지자’, ‘술 취한 모습에 화가 나서’ 등의 이유로 여성들이 피해를 당한 것으로 나왔다.

여성의전화는 “피해여성이 헤어지자고 했을 때 스토킹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높은데 현재 우리나라에는 스토킹 범죄에 대한 처벌법은 없는 상황이며, 경범죄처벌법의 ‘지속적 괴롭힘’으로만 처벌(벌금 8만 원)이 가능하다”며 “대부분의 스토킹 범죄는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고 살인까지 갈 수 있는 위험한 범죄행위임에도 스토킹 피해자들은 별다른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두려움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의전화는 또 “여성폭력 사건을 대하는 경찰의 안일한 인식과 부실한 초동대처가 이 같은 참극이 반복되는 것에 일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출동한 경찰이 재범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할 때 가해자를 격리하거나 100m 이내 접근을 금지토록 한 지금의 ‘긴급임시조치’를 넘어 체포우선주의를 즉각 도입해야 한다는 게 여성의전화의 주장이다. 

   
사단법인 한국 여성의 전화.
 

지난해 7월 상습적으로 가정폭력에 시달린 피해자의 신고를 받고 경찰이 가해자를 집 밖으로 퇴거시키는 긴급임시조치를 발동했지만 가해자가 퇴거 명령을 어겼어도 처벌 규정이 없어 경찰이 제재하지 못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여성의전화는 “긴급임시조치가 가정폭력 피해자를 보호하는데 얼마만큼의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여성폭력은 피해자가 신고했다는 이유만으로 보복폭행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피해자 신변보호에 대한 정부 정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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