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등포 경찰서 사이버 수사팀이 한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 사이버상 모욕혐의가 있다고 고발한 사건을 대규모로 접수받아 조사에 나섰다. 

변희재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 대표가 자신을 비판한 기사에 댓글을 단 누리꾼 70여명을 고소했기 때문이다. 

영등포 경찰서 뿐 아니라 종로 경찰서에서도 변 대표를 비롯해 애국 보수 진영 인사들이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수십명의 누리꾼들을 고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등포 사이버팀 관계자는 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우리 경찰서가 접수받은 70여건 뿐 아니라 다른 경찰서에서도 나눠서 수십건의 고소 사건을 접수받아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관계자는 한 기사에 댓글을 단 사람을 한꺼번에 고소한 것이 이례적이라는 입장이다. 

영등포 경찰서는 변 대표의 접수 사건 때문에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영등포 사이버 수사팀은 경찰 6명이 업무를 보고 있는데 변 대표 사건 때문에 일손이 부족해 경제4팀으로 일부 누리꾼 조사를 넘겼다.

경제4팀 한 경찰은 통화에서 "사이버팀에서 접수받은 조사가 많아서 우리 팀으로 28건이 넘어왔다"며 "사이버팀이 아이디를 추적해서 사이버 인적 사항을 넘겨받았고, 검사 지휘를 받아서 주소지 이송을 하려고 했는데 남부지검에서 피해자들을 조사 처리하고 해서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변 대표가 영등포 경찰서에 고발한 내용을 살펴보면 지난해 11월 13일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변희재,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 기소 의견 검찰 송치>라는 제목의 기사에 변 대표를 비난하는 내용의 댓글을 단 것이 모욕죄라는 것이다.

오마이뉴스는 서울지방 고용노동청 서울남부지청에 따르면 변 대표가 대표로 있던 (주)미디어실크에이치제이 직원 성아무개씨가 변 대표를 상대로 근로기준법을 위반해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오마이뉴스는 "진정을 받은 고용노동청 서울남부지청이 조사를 한 결과 변씨가 근로기준법상 반드시 작성하도록 의무화 되어 있는 근로계약서 자체를 작성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였다"고 밝혔다. 오마이뉴스는 당초 변 대표가 직원들 임금을 체불했다고 보도했으나 추후 임금 체불은 사실이 아니라고 정정했다.

이에 많은 누리꾼들이 변 대표가 법을 지키지 않았다며 비난하는 댓글을 달았다.

변 대표로부터 고소를 당하고 소환 조사를 통보를 받은 A씨는 억울하다고 밝혔다. A씨는 변 대표가 "법을 위반한 사실을 접하고 변 대표를 비판한 것을 가지고 모욕죄로 걸어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자신이 단 댓글을 보여주면서 "이게 어떻게 모욕죄가 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언론 인터뷰에서 제가 말한 내용도 또다시 고소를 할까봐 겁이 난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댓글을 달았는데 저와 비슷한 처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 변희재 대표
 

명예훼손죄는 반의사 불벌죄로 피해 당사자의 의사가 없어도 수사와 기소가 가능하다. 하지만 모욕죄의 경우 친고죄로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지 수사가 가능하다. 

모욕죄는 불특성 다수가 볼 수 있는 공간에 내용이 확산될 수 있는 '공연성'이 있다고 판단될 때 성립하는데 변 대표는 누리꾼들의 댓글이 정당한 비판이 아니라 모욕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보고 법 처벌을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모욕죄를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해 자의적 판단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돼 왔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낙서에 대해 수사당국이 모욕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미디어오늘은 입장을 묻기 위해 변 대표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취재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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