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권부’ 청와대의 홍보수석은 ‘권력감시의 첨병’ 언론사 고위간부들의 독차지가 됐다. 권력을 감시·견제하는 역할을 부여받은 주요 언론사 고위간부들이 앞다퉈 권력으로 이동하는 것이 이제 하나의 전통이 됐다하더라도 문제점은 여전하다. 과거에는 언론인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하는데 대해 최소한의 미안함 혹은 부끄러움이라도 있었건만 이제 관행으로 이뤄지다보니 별 눈치도 보지않는 것 같다.

조선일보는 신임 홍보수석에 SBS 기획본부장 출신 김성우 청와대 사회문화특보가 임명된 것을 두고 “SBS가 홍보수석 배출기관 같다”고 비판했다. 청와대, 국회 등 수많은 정치언론인들을 보낸 조선일보가 뜻밖에도 SBS를 향해 ‘홍보수석 배출기관’이라는 식으로 비아냥하는 것은 사정을 아는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언론사와 청와대가 서로 자리이동하는 것을 언론사 스스로 비판하는데는 심각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군부독재시절 ‘권언유착’이 어떤 피해를 가져왔는지는 많은 비판과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이후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 이런 퇴행성 신 권언유착현상은 더욱 심화되는 모습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최금락 SBS 방송지원본부장은 청와대 홍보수석, 하금열 SBS 전 사장은 대통령실장을 역임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청와대 홍보수석 4명 중 2명이 SBS 출신이다. 현재 청와대 대변인은 민경욱 전 KBS 앵커다.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뉴스전문채널인 YTN보도국장 출신이다. 박 정부의 초대 대변인은 윤창중 문화일보 출신이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공통된 특징은 청와대 홍보수석, 대변인 등은 주요 언론사 앵커나 간부 등을 데려온다는 점이다. 소통이 안되는 정부의 공통점을 주요 언론사 간부들로 충원하여 청와대에서 언론사까지 ‘보이지않는’ 콘트롤 타워를 조직화한다는 현실이다.

공영방송사는 낙하산 사장이나 내부 낙하산급 사장으로 임명하고 민영방송사는 주요 간부를 청와대로 자리를 옮겨 홍보를 전담하도록 하는 전략이다. ‘미디어오늘’은 조선일보의 SBS 간부 청와대 행렬을 비판하는 뉴스를 소개하면서 이런 분석을 내세웠다.

“2009년 5월 13일 SBS는 ‘검찰에 소환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우병우 중수1과장으로부터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명품 시계를 받아 어떻게 처리했는지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 ‘노 전 대통령은 권 여사가 자기 몰래 시계를 받아 보관하다가 지난해, 박 전 회장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시계 두개를 모두 봉하마을 논두렁에 버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단독 보도했다...그러나 최근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이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권양숙씨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언론보도 등은 국정원 주도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해 큰 파장을 낳았다. 국정원 주도로 이뤄진 게 사실이면 SBS의 첫 보도 역시 국정원 작품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국정원의 언론플레이에 SBS가 단독으로 보도한 이면에 청와대내의 SBS출신 홍보수석이 있었기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 언론사가 보도하면 그 다음은 다른 언론사가 벌떼처럼 달려들어 보도하기 때문에 특정 언론사에 단독으로 보도하게 만드는 일은 은밀하게 진행되는 법이다.

21세기 오늘날에조차 변함없이 반복되는 부끄러운 신권언유착은 적어도 세 가지 문제점을 계속 공론화시키고 있다.

첫째, 정치권력과 언론사간 경계를 허물어 홍보와 뉴스를 혼란시킨다.

감시의 주체자가 감시의 대상자로 이동하는 과정에 절차나 경계선이 모호해지면 진실이 훼손된다. 공영방송 앵커하던 언론인이 하루아침에 청와대 대변인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시청자들은 혼란스럽다. 방송사 앵커는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이 기본이지만 청와대 대변인은 특정 정치세력을 대변, 홍보하기 때문에 정치적 편향과 함께 불공정할 수 밖에 없다.

둘째, 여론을 조작하여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

홍보수석이나 대변인 등은 단순히 공적 정보를 전달하는 이외에도 정권의 유불리에 따라 타이밍 맞춰 언론플레이를 시도한다. 언론플레이의 주목적은 여론조작이다. 미디어오늘의 ‘논두렁’ 보도 분석은 어떤 식으로 국민의 정당한 알권리가 훼손될 수 있는가를 지적하는 사례이다. 진실이라고 믿었으나 언론플레이의 결과물이란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도 이미 정치적 목적을 충분히 달성한 뒤가 된다. 언론플레이에 놀아나는 국민은 알권리를 국가기관으로부터 기만당하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언론사의 신뢰를 허문다.

주요 방송사나 신문사 간부의 청와대 행렬은 언론사 전체의 신뢰를 허무는 반저널리즘적 행태다. 언론사 주요 간부가 정치집단에 가서 주로 하는 일이 친정격인 언론사와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청와대 홍보수석은 방송통신위원회 등을 통해 사실상 주요 방송사, 신문사 보도내용과 방향 등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편집권의 독립, 방송중립은 공염불이 된다. 국내 언론사 신뢰도가 갈수록 하락하는 이면에는 진실보도를 어렵게 하는 구조적 문제가 공고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권력에 대한 욕망이야말로 가장 흉악한 야망이다. 부정하게 얻은 권력에서 선이 나오는 경우는 없다.(타키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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