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리퍼트 미국 대사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 중 공격을 받아 얼굴 등을 다쳤다. 리퍼트 대사는 현재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상처 부위를 봉합하는 수술을 마쳤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용의자인 김기종(54)씨의 범행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김씨 지인들은 김씨가 기억을 잘 하지 못하는 등의 정신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경찰에 따르면 리퍼트 대사는 5일 오전 7시 40분께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주최 조찬 강연회에서 25cm 길이의 과도로 얼굴과 왼쪽 손목 부위를 공격당했다. 세브란스 의료진들에 따르면 리퍼트 대사는 총 5군데에 자상을 입었고 얼굴 골절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퍼드 대사를 공격한 용의자는 김기종씨로 진보성향의 통일운동단체인 ‘우리마당통일문화연구소’ 대표를 맡고 있다. 경찰은 조찬 강연회가 열리던 세종홀 내부의 여러 테이블 중 하나에 있던 김씨가 갑자기 리퍼트 대사에게 다가가 흉기로 여러 차례 공격했으며 사고 직후 조찬 강연회 참석자들과 경찰이 합세해 현장에서 용의자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 마크 리퍼트 대사. 사진=노컷뉴스 자료사진
 

김씨는 경찰에 붙잡힌 뒤 “오늘 테러했다. 우리마당 대표다. 유인물을 만들었다. 전쟁 훈련에 반대해서 만든 유인물이다"라고 말했다. 또 김씨는 경찰차에 태워지기 직전에도 "전쟁 훈련 반대"라는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김씨가 이날 행사를 주최한 민화협 회원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지만 민화협 대변인은 "민화협 행사에 자주오던 인물이긴 하지만 회원은 아니"라고 밝혔다.

김씨의 지인들에 따르면 그는 2007년 분신 이후부터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등 정신적인 문제를 겪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007년 ‘우리마당 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분신 자살을 시도했다. 우리마당 사건은 지난 88년 괴한 4명이 우리마당 사무실을 습격해 여성을 성폭행 하고 달아난 사건이다. 

당시 김씨는 지인들에게 보낸 유서에서 “사건 발생 후 수사기관과 언론, 국회는 웬일인지 사건 진실을 감추려고만 하고 있다”며 “20년째 버텨왔지만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어 분신을 했다”고 밝혔다. 이 문자를 받기도 한 지인 서아무개씨는 5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분신 전에도 조증, 우울증 등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서씨는 그러면서 “혼자 오랫동안 시민운동, 민주화 운동을 하는 사이 알던 사람들은 모두 떠나고 형편도 어려워지면서 판단력이 흐려진 상황이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서씨에 따르면 김씨의 상태는 분신 이후 더 나빠진 것으로 보인다. 서씨는 “분신 이후 전철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며 “분신 후유증으로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민화협 초청 특별강연회에서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를 흉기로 습격한 우리마당 김기종 대표가 종로경찰서에서 적십자병원으로 이송되며 "전쟁 훈련 반대"를 외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김씨의 고등학교 후배인 오아무개씨도 비슷한 증언을 했다. 그는 "김기종 선배는 80년대 민주화 운동하던 시절에 대한 피해의식, 자기 집착 같은 것이 있었다"며 "민족문제, 통일문제에 관심이 있었던 것 같은데 건강한 사고는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한편 서씨는 "범죄는 분명 잘못한 일이지만 그 사람의 슬픈 인생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유감의 뜻을 밝혔다. 외교부는 이날 오전 12시께 발표한 성명에서 "외교사절에 대한 이러한 가해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으며 특히 우리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미국 대사에 대해 자행되었다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정부는 주한 외교사절의 신변 안전과 외교공관 및 시설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만전을 기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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