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리퍼트 주한미국 대사 테러 사건이 진보성향 시민사회 단체 등 상대로 한 공안 탄압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수사 당국은 테러 용의자 김기종씨뿐 아니라 배후를 철저히 밝히겠다며 조사에 돌입했다. 정치권은 다른 시민사회단체와 연계 가능성을 제기했다. 

경찰은 5일 브리핑을 통해 해당 사건의 진상 조사를 포함해서 이완구 국무총리로부터 직접 통보를 받고 공범이나 배후 세력이 있는지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씨가 이날 테러를 벌이고 체포될 당시 "전쟁 훈련 때문에 남북 이산가족들이 만나지 못했다. 전쟁 훈련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연합훈련을 곧 전쟁 훈련으로 규정한 것인데  전쟁 훈련 반대 구호는 여타 통일단체에서도 주장하는 내용이다. 이들은 한반도의 긴장을 높이고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주장해왔는데 이번 테러 사건이 통일단체의 탄압으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새누리당은 논평을 통해 "김기종씨는 헌법재판소로부터 북한의 주체사상을 추종한다 등의 이유로 해산 결정을 받은 통합진보당이 속해 있던 ‘전쟁반대 평화실현 국민행동’의 일원이었다"며 "대법원으로부터 이적단체 판결을 받은 범민련(조국통일범민족연합), 민자통(민족자주통일중앙협의회), 연방통추(우리민족연방제통일추진회의) 등도 이곳에 포함되어 있다. 허울이라도 ‘평화’를 내세웠던 그가 ‘테러’라는 극악한 방법을 선택한 데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평화통일과 전쟁반대를 기치로 내건 단체들에 대한 연계성을 제기하면서 ‘종북’을 공통분모로 묶어 조사의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중동에서 IS의 미국인 테러가 확대되는 것처럼 한국에서도 반미세력들의 미국인 테러가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진보성향 단체를 반미세력으로 등치시키면서 불안감을 확산시키는 주장이다. 

변희재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미 대사 테러 건은 우발적 도발이라기보다는 교묘하게 한미동맹을 파괴시키려는 공작"이라며 "이번 기회에 이적단체 해산법을 즉각 제정하고 정부 지원금을 받는 모든 시민단체들로부터 최소한 북핵반대 서명을 받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사회 단체는 미 대사 테러 사건은 개인 테러임을 강조하고 정치권과 언론을 향해 반미세력에 의한 테러라는 여론몰이를 중단하라고 밝혔다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평화통일위원회와 코리아연대는 이날 오후 광화문에서 '전쟁반대 테러반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미남합동군사연습인 키리졸브 독수리 훈련은 북침선제핵타격전쟁연습이고 북은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며 초강력대응조치를 공언하고 있다”며 “오늘 누구도 예상치 못했듯이 돌발적으로 발생한 개인 테러로 인한 키리졸브 독수리핵전쟁연습의 위험성이 가리워지거나 그 중단을 요구하는 정당한 반전평화운동이 탄압받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 코리아연대와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평화통일위원회가 5일 광화문 광장에서 전쟁반대 테러반대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이어 “키리졸브 독수리전쟁연습을 반대하는 목적이 아무리 옳다고 하더라도 테러의 방법까지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개인테러를 빌미로 전쟁연습을 강화하고 공안탄압을 증폭시키는 그 어떤 시도도 철저히 반대한다. 동시에 개인 테러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며 종북몰이 마녀사냥을 일으키고 공안광풍 탄압선풍을 몰아치려는 공안당국과 보수언론의 행태에 분노하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양고은 코리아연대 공동대표는 “테러가 아닌 대중의 힘으로 전쟁반대 평화를 실현해야 한다”며 “이번 사건은 김기종씨의 과거전력을 볼 때 개인적 일탈 사건이다. 그런데 무슨 세력과 조직이 있는 것처럼 선정적으로 과잉보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백찬홍 씨알재단 운영위원은 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자신의 뜻을 잘못된 방식으로 극단적으로 행동을 했기 때문에 사회적 악영향을 끼치는 결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 운영위원은 "미 대사는 한반도에 영향을 끼치는 정치적 비중이 큰 인물이기 때문에 주류 언론 입장에서는 사건을 키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부 여당 입장에서도 연말정산 파동이나 인사문제, 경기침체 등 수세 국면에 있었는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배후 세력을 색출해야 한다고 했듯히 전반적으로 공세적 국면으로 전환하고 유관단체들에 대한 수사로 확대될 것이다. 야권은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나온 여당 대표의 '배후'를 철저히 조사하고 '테러세력을 뿌리뽑으라'는 발언은 부적절하다"며 "이미 유사 전력이 있는 개인의 돌출 범죄일 가능성이 높지만, 혹시 모를 동조자나 관련자가 있는지를 조사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실체도 없는 배후 운운하며 또다른 공안몰이를 의도한다면 그 또한 용납할 수 없는 행위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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