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에 이어 주류 가격 인상안이 논의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3일 '국가알코올 폐해 예방 및 감소에 관한 법률' 제정안 공청회를 열고 주류 가격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해당 법안은 지난 2012년 김춘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 10명의 의원이 "알코올폐해 예방․감소정책을 수립․시행하여 알코올폐해를 예방하고 감소시킴으로써 건강하고 안전한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법안을 발의한 내용이다. 

당초 법안에는 주류 부담금 방안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법률안에 주류 부담금 부과 방안을 검토 사항으로 올렸고 3일 공청회에서 해당 조항이 논의된 것이다. 

올해초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도 "담뱃값 인상 다음이 술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지난해에는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음주량이 가장 많기 때문에 술에도 건강증진기금 부담금을 부과하는 문제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해 주류 가격 인상 현실화가 도마에 올랐다.

담뱃값에 붙는 건강증진부담금이라는 특별세처럼 주류 가격에도 특별세 및 목적세 형식으로 가격을 추가 인상해 무분별한 소비를 줄여 국민건강상 알코올의 폐해를 막자는 것인데 서민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소주값 인상은 '괴담'으로 치부됐지만 국회에서 조항을 놓고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서민 증세 논란으로 확산될 수 있다. 

지난해 제출한 국회 보건복지위의 주류 부담금 부과 방안을 보면 관계부처 의견까지 담아 정도로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지만 역으로 법률안 제정에 현실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는 뜻도 담겨 있다.

부과 방안을 보면 '부담금 부과'라는 이름의 조항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알코올폐해를 예방 감소하기 위한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하여 부담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어 관계부처 의견으로 "구체적 부과방식, 외국 사례 등을 면밀히 검토하여 주류에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음"이라며 보건복지부 의견을 밝혔다. 

한국주류산업협회는 "주류에 대한 추가적 부담금 부과는 서민물가 상승을 초래하는 행정편의주의적인 조치이므로 알코올 폐해예방을 위한 재원은 주세에서 활용하여야 함"이라고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현행 주류 조세는 주세법에 따라 알코올 도수별로 5~72%의 주세와 주세의 10~30%를 교육세로 물고 이에 더해 부가차치세를 부과하게 돼 있다. 주류 부담금은 주류 조세에 추가해 특별세 형식을 신설하는 것이다. 

보건복지위는 "조세는 일반국민에게 균등하게 부과되는데 비하여 부담금은 당해 사업에 대한 특별한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에게 부과 됨"이라고 밝혔지만 "술을 마시는 사람과 술을 판매하여 수익을 취하는 업체 모두에게 수익자부담금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고...(중략)...음주로 인한 사회비용을 원인자에게 부담시킨다는 측면에서 원인자 부담금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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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경우 프랑스와 뉴질랜드, 태국 등이 주류 부담금이라는 이름으로 목적세를 부과하고 있다. 프랑스는 알코올 도수 25도 이상의 술에 대해 부과하고 있고 뉴질랜드는 알코올 도수에 따라 전체 주류에 부과율을 다르게 적용해 부과하고 있다. 태국은 전체 주류에 추가로 목적세 행태로 부담금을 부과하고 있다.

보건복지위는 부담금 검토 의견으로 "주류 가격 인상으로 인한 가격효과를 통하여 주류 소비를 감소시키고,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 당사자에게 귀속시켜며 음주폐해 예방 및 치료 재활사업 추진을 위한 재원을 마련한다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추가적인 부담금은 주류 소비자 및 생산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제기되고 있다"며 "부과 시 물가 상승 및 서민부담 증가, 전통주 산업 위축 가능성, 목적세 폐지 원칙 등을 포괄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고 심도있게 논의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공청회에 참가한 대한의학회 박형욱 법제이사는 "우리나라는 주류 접근성 제한 정책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주류에 대한 부담금 부과는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라며 "알코올 소비로 인한 생산성 손실을 포함한 사회경제적 비용 추계 등이 포함된다면 알코올 폐해 감소 정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부담금 부과 방안에 찬성 의견을 밝혔다.

해당 법안의 본래 취지는 보건복지부장관이 5년마다 알코올폐해 예방 감소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3년마다 폐해 실태 조사를 실시해 잘못된 음주 문화를 바꾸자는 취지가 강한데 주류 부담금 문제가 포함돼 본격 논의가 이뤄지면 소주값 인상으로 대표되는 서민 물가 상승에 반대한다는 저항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관계자는 4일 통화에서 "일단은 현재 우리나라 상황 자체가 여러가지로 주류에 관대한 문화가 많아서 비가격 정책을 우선 순위로 검토하고 있다"며 "당장 가격 정책을 검토하고 있지 않지만 중장기적으로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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