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희 전 IBK기업은행장이 YTN 사장 내정자가 됐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깜짝’ 인사였다. 사장 추천 절차는 비공개였다. ‘정통 뱅커’가 어떻게 언론계로 오게 됐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낙하산 인사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다만, 그가 유능한 리더였다는 사실은 업계에서도 인정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4일 “기업은행 내부 평가가 나쁘지 않았다”며 “지난해 국민은행장 쪽을 예상했는데 느닷없이 그쪽(YTN)으로 가게 놀랐다. 특성화고 인재 채용 등으로 정부에서도 주목했던 인사”라고 평했다. 

전임 이명박 정부는 마이스터고·특성화고를 정책적으로 집중 육성했다. 기업은행은 2010년 5월부터 전국에 있는 특성화 고등학교와 취업 지원 MOU를 체결했다. 대상 학교 수가 2013년 말 현재 455개, 지원 규모는 8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출처 : ‘송해를 품다’ 조준희 著)

조 내정자가 쓴 ‘송해를 품다’를 보면 이와 관련한 대목이 나온다. 

“특성화고 출신의 채용을 장려하던 정부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께서 직접 기업은행을 방문해 ‘최고의 애국자는 고용 창출을 많이 하는 사람이며 고졸 채용은 매우 좋은 정책’이라며 기업은행 임직원들을 격려해주셨다.”

   
▲ 조준희 YTN 사장 내정자. ⓒ연합뉴스
 

조 내정자가 대중에 알려지게 된 계기는 ‘송해 광고’다. ‘IBK기업은행은 국민 모두의 은행입니다, 기업은행에 예금하면 기업이 살고, 일자리가 늘어납니다’라는 광고 카피가 그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이후 방송인 송해는 광고 대상을, 기업은행은 25개의 광고주상을 받았다. 한 외국계 리서치 회사 조사에 따르면, 2011년 9월 15.7%에 불과했던 기업은행 인지도가 2013년 12월 48.7%로 상승했다. 

이 밖에도 임직원 승진과 인사이동을 단 하루에 끝내는 원 샷 인사 시스템 구축, 5대양 6대주 글로벌 네트워크 확보, ATM 공중전화 결합 부스 2000여개 설치, 문화 콘텐츠 사업 육성 등은 그가 내세우는 대표 성과다. 

하지만 언론사와 은행은 다르다. 언론사에서 좋은 경영이란 수치로 입증되지 않는다. 한국 언론 다수가 광고로 먹고 사는 구조에서 경영권과 보도의 공정성은 상시 충돌한다. 경영 측면에서 제 나름 두각을 나타냈던 김재철 MBC 사장이 구성원들과 시청자들에게 지탄을 받는 까닭은 후자를 무너뜨렸다는 데 있다. 

정부의 언론사 간섭은 상시적일 수밖에 없다. 대표 사례가 KBS다. 노골적 청와대 개입에 길환영 KBS사장은 휘둘렸고, 도리어 사장이 보도에 개입했다는 폭로가 터져 해임됐다. YTN도 정권 개입으로 풍파가 일었던 곳이다. MB정부 언론사 불법사찰의 진원지이며 사찰 문건에서 “현 정부에 대한 충성심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은 이가 배석규 YTN사장이었다.

또 언론노조 YTN지부는 MB정권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하다 동료를 잃었을 정도로, 보도의 공정성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집단이다. 이들은 만 6년이 넘는 시간 동안 동료 복직을 주창하고 있다.

   
▲ 조준희 著 <송해를 품다>, 씨앤북스.
 

조 내정자는 노조와의 소통을 강조한다. 조 내정자는 ‘송해를 품다’에서 “노사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에게 거짓말해서는 안 되고 정직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서로 숨기는 게 있고 거짓말을 해서는 신뢰를 쌓을 수 없다. 투명하게 모든 것을 다 털어놓고, 서로 공감하고 납득할 수 있는 노사 협의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노사가 가는 길은 같다. 노조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 경영진과 같은 것 아닌가? 조직의 발전, 직원들의 복리후생 등등… 결국 똑같지 않느냐? 내가 보기엔 단지 하나의 차이가 있다. 노조는 좀 더 빨리 가자는 것이고, 경영자는 앞도 보고 뒤도 돌아보면서 천천히 살펴보고 가자는 거다. 그 차이 때문에 노사 간에 갈등이 있어서 되겠는가?”

조 내정자는 또 “CEO의 자리란 ‘듣고․참고․품는’ 자리”라며 “널리 의견을 구해 자신과 생각이 다르더라도 받아들이고, 함부로 화내지 말고, 네 편 내 편 가리지 말고 포용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가 자신의 측근에만 귀를 여는 편협한 리더가 아닌, 복직하지 못한 3명에도 손을 내밀 리더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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