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3일 본회의를 열고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켰다. 금품수수에 대한 형사처벌 등 강력한 ‘반(反)공직부패법’인 김영란법 시행으로 공직은 물론 사회 전 분야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직접 대상자만 300만명이다. 김영란법에 대한 신문사별 입장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4일자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는 모두 김영란법을 가리키고 있었다. 다음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무서운 법’ 떴다…사회 대변화 예고>
국민일보 <김영란법 위헌‧형평성 논란>
동아일보 <위헌違憲소지에도…입법권 남용한 국회>
서울신문 <한국사회 ‘反부패 실험’ 시작됐다>
세계일보 <위헌 소지 무시…무책임 국회>
조선일보 <위헌요소 알면서 통과시킨 ‘김영란법’>
중앙일보 <위헌소지 알고도 그냥 가자는 국회>
한겨레 <부패 청산, 길은 멀어도 첫발은 뗐다>
한국일보 <졸속 김영란법, 1년 반 후 누더기 될라>
 
   
▲ 김영란법 표결 현장을 담은 세계일보 1면 사진기사.
 
김영란법은 한국사회를 어떻게 바꿀까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재적의원 295명 중 247명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226명, 반대 4명으로 김영란법을 가결했다. 기권은 17명이었다. 그간 위헌 소지 등 논란 속에 수정을 거듭했던 김영란법은 2012년 8월16일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첫 제정안을 발표한 이후 929일 만에 입법화됐다. 김영란법은 1년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9월 말 시행된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공직자가 1회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 300만원이 넘는 금품을 받으면 직무관련성과 관계없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현행법은 직무관련성과 대가성 모두 입증돼야 형사처벌을 할 수 있다. 또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해 배우자가 100만원이 넘는 금품을 받은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받는다.
 
   
▲ 경향신문 3면.
 
가령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 없는 직업에 종사하는 동창생에게 딸 결혼선물로 100만원 상당의 가전제품을 받았을 때, 이를 신고·반환하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받는다. 처벌 수위는 3년 이하 징역이나 제공받은 금품의 5배 이하 벌금이다. 업무수행이나 친교를 위한 5만원 내 경조사비나 3만원 이내 식사 등은 법 시행 후에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배우자도 법 적용 대상이다. 가령 사립학교 교사 배우자가 학부모에게 ‘자녀를 잘 부탁한다고 전해달라’는 요청과 함께 10만원 상당의 공연표를 받았다면, 공직자가 이를 신고·반환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처분(최대 50만원)을 받는다. 다만 배우자 관련 부분은 직무관련성이 있는 때로 한정된다.
 
경향‧한겨레, 김영란법 ‘환영’하지만 ‘언론’포함엔 우려 
 
경향신문은 김영란법 통과를 두고 “우리 사회 부패관행의 고리를 끊고 청렴문화 조성의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에도 불구하고 과잉입법, 양심·언론의 자유 침해에 따른 위헌 시비 등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법 적용 대상에 언론사 등 민간영역 일부도 포함시킨 것은 민간영역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란법 처벌대상 행위나 적용 대상이 너무 넓어 수사기관이 정치적 목적의 ‘표적수사’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을 통해 “일각에서 과잉 입법을 운위하지만, 수십 년 전부터 시행 중인 선진국들의 반부패법에 비하면 외려 널널한 편이다. 177개 국가 중 46위(2013년)에 불과한 국가청렴도를 높여 ‘투명 사회’를 이루려면 일시적 부작용을 감수하고라도 일상화한 부정의 사슬을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동시에 “수사기관이 법을 악용, 독립성과 자율성이 생명인 언론을 감시‧통제할 수 있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라고 우려했다. 
 
   
▲ 한겨레 1면.
 
한겨레는 “공무원들은 대체로 부정부패 관행과 단절하고 더 투명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시대흐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재계는 나쁜 관행을 없앨 명분이 생겼다며 잘됐다는 긍정적 반응도 있고, 대관‧대언론 업무 현실을 너무 모른다거나 기업의 소통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김영란법의 시행은 문화혁명의 시작이라 할 만하다. 남의 돈으로 밥 먹고, 향응 받고, 선물 받고, 편의를 누리는 이들은 공직자 등 이런저런 권력을 쥔 사람들이다. 그런 접대를 사소하거나 당연한 일로 생각했을지 몰라도, 그런 접대에 마비되는 것이야말로 부패와 부정의 출발점이다. 김영란법은 그런 비리의 사슬을 끊자는 포괄적 부패방지법이다”라며 환영했다.
 
한겨레는 “법의 적용 대상이 공직자를 넘어 언론사 임직원과 사립학교 교원으로까지 넓어진 것도, 공직 외에 언론과 학교 역시 ‘맑은 물’이 아니라는 국민의 시각이 반영된 것”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그러나 “언론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나쁜 의도’를 막을 방안이 함께 담보돼야 하는데도 김영란법에는 그런 고려가 전혀 없다. 애초 언론이 공직과 나란히 이 법의 규율대상이 되는 것이 온당한지부터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법이 입법 취지를 제대로 살렸는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애초 김영란법은 국회의원과 판검사 등이 주요 대상이었는데, 정작 국회를 통과한 법에는 국회의원에게 불리한 내용이 상당 부분 빠져 있다. 법 시행도 내년 총선 뒤로 미뤄졌다”고 비판했다. 
 
조선‧중앙‧동아 “여야 국회의원, 위헌 소지있는데도 여론 밀려 직무유기” 강하게 반발 
 
   
▲ 중앙일보 사설.
 
보수성향 신문사는 김영란법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위헌 소지가 있는 법을 여론에 밀려 통과시킨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원내 수석부대표 역시 (이 법은)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최종 심의를 맡았던 야당 소속 이상민 국회 법사위원장은 말도 안 되는 법이라고도 했다. 국회가 위헌 입법을 강행해 놓고선 헌재 판결을 받아보자는 황당한 말을 해대는 판이다. 이 법이 위선적인 국회의원들에 의해 얼마나 졸속으로 처리됐는가를 보여주는 증거다”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이 법의 본래 취지는 기존 법으로는 처벌하기 힘든 공직자의 부정과 금품 수수 등을 막아보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국회 논의 과정에서 슬그머니 민간 언론과 사립학교 이사장·교원 등을 집어넣었다. 여야는 이 법의 적용을 받게 되는 공영 방송인 KBS, EBS, 공립학교와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논리를 댔다”고 지적한 뒤 “언론의 부패 문제는 언론 스스로 해법을 찾도록 하는 것이 정도(正道)다”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국민 세금에서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니고 공직자처럼 인허가 권한을 쥐고 있지도 않은 민간 언론을 굳이 김영란법에 포함시킨 결과 권력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언론의 취재·보도 과정에 개입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김영란법이, 검찰·경찰이 비판 언론에 대해서까지 무제한의 수사권을 행사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는 판이다”라고 우려했다.
 
중앙일보 또한 사설에서 “김영란법이 어제 본회의에서 통과되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도대체 국회가 뭐하는 집단이고 의원들이 뭐하는 사람들이냐는 근본적인 회의가 든다”며 국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의원들은 내년에 법이 발효되면 연말정산 파동처럼 온 나라에 난리가 날 것이라면서도 선거용 면피성 법안이라 통과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시행 시점을 1년반 뒤로 연기한 것도 현직 의원들이 법 적용을 피해 임기(내년 5월)를 마치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적용 대상을 공직자에게 한정하고, 정치인 예외조항을 삭제해 진정한 ‘공직 반부패법’으로 바로잡아야 본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
 
동아일보 또한 사설에서 “법안의 적용 대상에 여야는 공무원, 공직 유관 단체와 공기업 직원은 물론이고 사립학교·학교법인 이사장과 교직원, 언론사 임직원까지 ‘물타기’ 하듯 끼워 넣어 위헌 소지가 다분한 법을 만들었다. 그러고는 1년 반이나 유예 기간을 둬 자신들의 임기가 끝난 뒤인 20대 국회부터 적용되도록 했다”고 국회의원들을 비판했다.
 
이 신문은 “부패를 뿌리 뽑는 데 반대할 국민은 한 사람도 없다. 그러나 19대 국회는 선출직 공직자와 정당이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민원은 부정청탁 범위에서 제외함으로써 자신들이 빠져나갈 구멍까지 곳곳에 만들어 놓았다. 벌써부터 내년 선거를 의식하고 국민 앞에선 부정부패에 단호한 척하면서도 자신들만의 기득권을 챙겨 두는 데는 여야가 따로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중앙일보는 “이 법이 시행되면 공직자에게 1인당 3만원이 넘는 식사를 대접하기 어려워지고, 명절 선물과 음주·골프 접대 등도 사라지게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멕시코에 이어 2위로 비중이 높은 자영업계와 농·수산업 등 1차 산업이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다소 황당한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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