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신임 비서실장으로 이병기 국정원장을 임명하고, 공석이 된 국정원장직에 이병호 전 안기부 제2차장을 내정했다. 이병호 국정원장 내정자는 1940년생으로 올해 75세의 고령이다. 이를 두고 박 대통령의 ‘올드보이’ 선호 인사가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고령 인사들을 중용해 왔다. 정홍원 전 총리는 2013년 임명 당시 69세였고, 허태열 전 비서실장은 임명 당시 68세였다. 남재준 전 국정원장은 69세에 직을 맡았다.

허 전 실장의 후임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1939년생으로 2013년 임명 당시 74세였다. 후임인 이병기 비서실장은 1947년생으로 김 전 실장보다 젊지만 68세의 노인이다. 비서실장 후보로 유력했던 현명관 한국마사회장은 1941년생 74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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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과 박근혜 대통령. ⓒ연합뉴스
 

이 외에도 고령 인사들은 많다. 지난해 임명된 이인호 KBS 이사장과 윤종승(방송인 자니윤)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는 1936년생으로 임명 당시 79세였다. 2013년 임명된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도 이 이사장, 윤 감사와 동갑이다. 유흥수 주일대사는 1937년생이다.

단순히 나이가 많다는 점이 문제가 될 순 없다. ‘올드보이’라는 호칭은 고령이라는 사실뿐만 아니라 ‘옛날 사람’이라는 점을 함축하고 있다. 결국 핵심은 ‘박정희’다. 김기춘 전 실장과 허태열 전 비서실장은 고시 출신으로 박정희 시대에 관료 일을 시작했고 남재준 전 원장과 이병호 국정원장 내정자 등은 박정희 재임 당시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김철근 동국대 겸임교수는 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본받고 싶은 사람이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일 것이고, 아버지를 많이 벤치마킹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박 대통령 입장에서 김기춘 전 실장은 아버지 시절의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사람이라 검증이 된 사람이다. 아버지 때 청년기였던, 공직에 있던 사람들이 지금 나이가 대부분 70대이니 그 연령대가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또한 “박 대통령은 자신이 일해 보면서 검증이 됐던 사람들을 쓴다. 박 대통령 선거 때 활동한 ‘7인회’가 주요 요직에 있는데 그 분들이 추천할 만한 나이대가 대부분 동년배나 60-70대”라고 말했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부성결핍 콤플렉스’로 박근혜 정부 인사를 설명했다. 최영일 평론가는 “박 대통령은 어머니를 먼저 잃어서 어머니 역할을 했고, 아버지 박정희와 어머니 육영수의 모습이 반반씩 섞여 있다”며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이제 박정희 대통령을 닮아야 하는데 박 대통령에겐 아버지 같은 선도형 리더십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영일 평론가는 또한 “박 대통령은 아버지와 달리 의존형이며, 측근에 아버지와 같은 존재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 이번 인사에서 확인된 셈”이라고 덧붙였다.

최영일 평론가는 이병기 비서실장이 박정희 대통령 때 이후락 비서실장의 역할을 하게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박정희 정권 때 이후락 비서실장은 중앙정보부 부장을 하면서 국내에서는 보수정치와 반공정치의 탄압자 역할을 하면서도 아이러니하게 대북정책에서 대통령의 밀사로 움직였다”며 “박 대통령이 집권3년차 국정지지도 떨어진 것을 대북관계로 풀어보고자 하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 지난 2012년 2월 21일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에 개관한 박정희대통령 기념.도서관 개관식에서 전시물을 관함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버지 때 사람을 쓰는 ‘고령 인사’가 결국 국정운영 동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철근 교수는 “미국 예를 보면 행정부는 굉장히 젊다. 그만큼 창의력과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지금 시대는 70년대와 다르다. 박 정부의 인사 고령화 는 다변화된 현대사회에 적응해서 국정을 운영한다는 면에서 보면 조금 플러스 요인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현명관 비서실장설’이 유력했던 27일 기자들과 오찬 자리에서 “나이도 그렇지만 너무 보수적이어서 일반 서민들을 대변하기 적절치 않은 사람들을 쓴다. 차라리 젊은 사람을 썼으면 좋겠다”며 “미국 오바마 정부 참모들은 40대가 많은데 우리도 40대를 썼으면 국민들도 박수 쳤을거다. 김기춘 실장과 뭐가 다르지? 딱 그런 생각 들더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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