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문협회(회장 송필호)가 지상파방송사의 광고총량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저지를 위해 청와대의 ‘개입’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신문협회는 2월 26일 이사회에서 ‘전 회원사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광고총량제 도입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자’고 결의했다. 지상파3사가 회원사로 있는 방송협회와의 전면전 양상이다.

광고총량제는 방송광고의 전체 허용량만 법으로 정하고 방송사가 광고 시간·횟수·길이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지상파 방송사들은 현재 한 시간당 6분까지 할 수 있는 프로그램 당 광고를 9분까지 늘릴 수 있으며 한 시간짜리 예능프로그램의 경우 최대 24개가 붙는 광고를 36개로 늘릴 수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상파 광고총량제가 도입될 경우 광고주의 81.7%가 신문, 유료 방송 등 타 매체 광고비를 줄여 지상파 광고비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3월 2일자 주요 신문사는 사설에서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의 부당함을 강조하며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조선일보는 <방통위 광고총량제 강행, 朴정부 눈엔 지상파만 보이나>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광고총량제가 지상파TV의 배만 불리고 신문이나 잡지·통신·케이블TV·종편·인터넷신문 등 다른 미디어들의 경영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사실은 누가 봐도 뻔하다”라고 주장하며 “청와대가 나서서 지상파 편향의 방통위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조선일보 2일자 사설.
 
   
▲ 중앙일보 2일자 사설.
 

중앙일보 또한 <지상파 편드는 광고총량제, 대통령은 알고 있나>란 제목의 사설을 내고 “(광고총량제로) 국내 미디어산업의 한 축인 신문 산업의 존립기반이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밝힌 뒤 “과연 대통령은 이런 정책의 난맥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제는 대통령이 국민과 시청자에게 직접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문사와 방송사의 밥그릇 다툼이 본질인 이 싸움에서 대통령에게 심판을 봐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신문협회는 2월 27일 낸 사설에서 “국내 광고시장 총 규모는 연 9조5000억 원이다. 전체 광고시장 규모가 커지기 힘든 현실에서 광고총량제의 도입은 신문 등 다른 매체의 광고물량을 지상파 방송으로 몰아주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광고총량제로 인해 지상파로 이동할 광고액은 연 1000억~3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신문에서 떠나는 금액이다”라고 주장했다.

신문협회는 “광고총량제 도입은 대한민국 미디어시장 전체의 지형을 해체 재편성하는 일대 사변(事變)이다”라고 주장하며 “광고총량제 도입여부는 파장을 고려할 때 방통위 차원이 아니라 문화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부처 간 합의가 힘들 경우 청와대 등 정책조정권이 있는 상급기관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청와대는 신문협회의 여론전에 의해 달갑지 않은 ‘중재’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광고총량제 저지를 위해 지상파의 ‘방만경영’ 프레임도 잊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2013년 KBS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이 9547만원이다. MBC는 전체 직원 1425명 가운데 차장 이상 간부만 987명으로 69.3%에 달한다. 방통위는 지상파 TV의 이런 방만 경영을 바로잡기는커녕 그들의 광고 수입을 더 올려주며 오히려 부추기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또한 광고총량제가 “방만한 경영 등 지상파 방송의 내부 문제를 경영 혁신이 아니라 광고 몰아주기로 해결하려는 꼼수”라고 주장했다. 서울신문 또한 2일 사설에서 “수혜자인 지상파 방송사 말고는 누구도 수긍하지 않는 개정안이라면 하루빨리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지상파3사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한국방송협회(회장 안광한)는 “광고총량제 도입으로 지상파의 광고규제가 일부 완화될 예정이지만 종합편성채널 등 유료방송이 갖는 차별적 특혜는 오히려 강화되는 모양새”라고 주장했다. ‘지상파 배불리기’라는 신문협회의 광고총량제 프레임을 ‘차별적 광고규제 일부 해소’로 정의하며 조선‧중앙 등 주요 신문이 대주주로 있는 종합편성채널이 오히려 차별적 특혜를 입고 있다는 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방송협회는 “현재 중간광고는 지상파에는 금지된 반면, 종편 등 유료방송에선 보도프로그램까지 무차별적으로 허용되고 있다”며 “지상파에 대한 광고차별 규제는 세계적으로 사례를 찾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여전히 종편과 유료방송에 유리하게 설계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라는 제도를 가지고 지상파 특혜니 편향 정책이니 하는 것은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한 마디로 신문협회 주장이 비상식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신문협회는 “신문 없는 대한민국이 괜찮은가”라며 박근혜정부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분간 방송법 개정안을 두고 신문지면과 방송리포트가 첨예한 대립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기사=광고 규제완화, 진짜 변수는 중간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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