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중동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면, 박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간의 3자 회동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두 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중동 순방결과를 설명해달라 했고, 박 대통령이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표와 박 대통령이 자리에 마주앉아 대화하는 것은 대선 후 처음이다.

미국 웬디 셔먼 국무부 정무차관이 복잡한 동북아 정세에서 일본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과 중국에 대해 비판적 말을 늘어놓던 그는 일본의 반성과 사과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3·1절 기념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은 일본에 대한 기존의 강경한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섰다.

중앙일보가 김종필씨를 인터뷰하고 그의 증언록을 지면에 독점 연재한다고 밝혔다. 지난 10월부터 인터뷰에 나섰다고 한다. 하지만 ‘맛보기’로 공개된 그의 증언은 일방적이고 편협하다. 반론이 없어 그의 말이 마치 역사가 되는 듯하고, 그에 대한 중앙일보의 묘사는 ‘위인’을 다루는 듯하다.

다음은 2일자 전국단위 일간 신문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무상복지가 생활물가 낮췄다>
국민일보 <朴 대통령-여야대표 이달 중순 靑서 회동>
동아일보 <“日, 위안부 문제 풀고 미래 동반자로 가자”>
서울신문 <이달 중순 靑 3자 회동>
세계일보 <“北 EMP탄 대비 안하면 후회”>
조선일보 <경기부양 팔짱낀 韓銀의 ‘시대착오’>
중앙일보 <박정희 좌익 의혹 씻기 위해 5·16 반공 국시, 내가 넣었다>
한겨레 <동북아 과거사 갈등에…미, 대놓고 ‘일본 편들기’>
한국일보 <유권자 49% “권역별 비례대표 도입 찬성”>

3자 회담 나서는 대통령, 스타일 변한 걸까?

박 대통령은 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3·1절 기념식 행사 직전 김무성, 문재인 두 대표를 만나 환담하던 중, “중동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후 순방 결과를 설명해달라”는 두 대표의 제안을 수락했다고 새누리당 권은희 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통령은 “전에도 야당을 여러 번 초청했는데 이뤄지지 못했다”며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에 따르면 앞서 박 대통령은 문재인 대표에게 ‘경제활성화 법안’으로 지정한 법안들을 2월 임시국회에서 조속히 처리해 줄 것을 요청했고, 문 대표는 “경제, 안보 관련해서는 이런 자리가 아니라, 평소에도 자주 소통을 해야 하지 않겠냐”고 답했다. 또한 박 대통령은 여야 대표에게 “사이좋게 잘 지내셔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무성 대표는 “문 대표가 잘 도와줘서 잘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 동아일보 3월 2일자. 8면.
 

청와대의 여야 대표 동시 회담은 지난 2013년 9월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김한길 민주당 대표를 만난 이후 처음이다. 당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이 불거질 때였고,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강경한 입장을 내보인 바 있다. 이번 3자 회담에서도 박 대통령은 자신이 원하는 법안 처리만 반복 설명할 가능성이 높다. 아니면 대통령의 화법이 변할지, 주목된다.

한편 이병기 신임 비서실장도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소통을 강조했다. 이 실장은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협력을 도모했고 박 대통령 출국 이후에는 티타임을 가졌다. 이 세 사람은 2000년대 초반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시절부터 인연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도 이번인사에 “정상이 아니다”

한편, 한국일보에 따르면 이병기 신임 비서실장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36.4%가 ‘잘 된 인사’, 40.5%가 ‘잘 못된 인사’라 대답했다. 의견을 유보한 응답자도 23.1%에 달했다. 오차범위가 ±3.1%P이니,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한국일보 3월 2일자. 3면.
 

긍정 평가는 60대 이상, 대구·경북 등 박 대통령의 전통적 지지층에서 나왔다. 이들이 박 대통령 지지층에서 최근 이탈했지만, 여전히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비서실장도 첫 수석비서관 회의를 언론에 공개하는 등 전임 김기춘 비서실장과는 다른 ‘소통’ 이미지를 강조했다.

하지만 인사 후폭풍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논란은 주호영·윤상현·김재원 등 3명의 새누리당 현역 의원이다. 이들은 청와대 정무특보에 임명됐다. 이는 국회의원 겸직을 금지한 현행법에 어긋날 뿐 아니라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견제해야 할 행정부의 일을 맡아 하는 형국이라 임명 당시부터 논란이 됐다.

국회법 제29조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 직 이외의 다른 직을 겸할 수 없다. 특보의 경우 ‘무보수 명예직’이라 하지만 지난 1월 민정특보로 임명된 이명재 전 검찰총장은 겸직 논란으로 당시 활동하던 법무법인에서 사퇴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현역 국회의원을 기용한 건 보기에 따라 입법부를 모독한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 조선일보 3월 2일자. 31면.
 

조선일보 역시 사설 <현역 의원 대통령 보좌관 임명은 3權 분립 위반 아닌가>에서 “국회의원은 행정부를 견제·감시하라고 있는 자리”라며 “국회의원이 대통령의 개인 참모나 비서에 불과한 특보를 맡아 행정부 최고 수뇌부와 행동거지를 함께하는건 삼권분립 원칙을 명백히 훼손하는 것이므로 결코 정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병기 국정원장의 비서실장 임명으로 공석이 된 국가정보원 원장에 대한 비판 여론도 높아져간다. 이 후보자가 대선 개입 의혹이 불거진 이후에도 공개적으로 국정원 개혁을 반대해왔을 뿐더러 2009년 용산참사를 ‘폭동’에 비유하고 참사 희생자들을 “불법을 저지른 사람들”이라고 지칭했다. 국정원이 더 ‘답이 없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3년 만에 한 층 부드러워진 대일메시지

박근혜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이 용기 있고 진솔하게 역사적 진실을 인정하고 한국과 손잡고 미래 50년의 동반자로서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과거사 문제에 대한 정리를 요구했지만, 이는 지난 3년 간 3·1절 기념사와 비교해보면 비교적 일본을 배려한 문구로 해석할 수 있다.

   
▲ 동아일보 3월 2일자. 3면.
 

동아일보는 “강경일변도의 대일메시지에서 벗어났다”는 표현을 썼는데, 실제로 2013년 기념사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 역사적 입장은 천년이 흘러도 안 변했다”고 말했고, 2014년에는 “과거 역사를 부정할수록 초라하고 궁지에 몰릴 것”이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비교적 ‘미래지향적’ 입장에 선 것이다.

반면 대북메시지는 한 층 더 강력해졌는데, 박 대통령은 지금까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북한이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해왔다면 이번 3·1절 기념사에서는 “북한은 더 이상 핵이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는 기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미국이 일본을 편드니까?

그런데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이 지난 27일 한·중·일 갈등과 관련해 각국 지도자들에게 민족주의 감정을 자극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그는 “센카쿠 열도 문제로 중·일 간 긴장이 높아지고 한국과 중국이 이른바 ‘위안부’ 문제를 놓고 일본과 다투고 있으며 역사 교과서 내용, 심지어 바다의 명칭을 놓고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며 “이해는 가지만 좌절감을 안겨준다”고 말했다.

   
▲ 한겨레 3월 2일자. 3면.
 

이는 사실상 동북아 정세에서 미국이 일본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날 셔먼 차관이 30분에 걸친 연설을 하면서 일본의 반성과 사과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교전에서도 일본에 완패한 꼴인데, 미국의 입장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과 관련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일보는 “일본에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촉구하던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나, 한국이 미래를 위해 일본에 양보할 것을 강조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며 “한편에서는 이 발언이 기존 미국 입장과 다르지 않으며 지레 짐작으로 과잉반응하는 게 오히려 우리에게 불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밝혔다. 분명한 것은, 셔먼 장관의 발언은 우리가 아니라 일본이 대미관계에서 한 발짝 앞섰다는 것으로 보인다.

민감 현안 쏙 빼고 유엔에 보고서 보낸 인권위

국가인권위원회가 국내 인권 현안 및 정부의 유엔 인권규약 이행 정도를 보고하는 자료에서 세월호 참사와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관련 쟁점 등 민감한 현안을 삭제한 채 유엔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 논란이 되고 있다.

   
▲ 서울신문 3월 2일자. 10면.
 

서울신문에 따르면 지난 1일 초안에 쟁점은 65개였지만 △집회/시위 현장에서의 경찰 채증 △쟁의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및 가압류 △비판적 언론인에 대한 고소사건 증가 △군 영창제도 △공권력 집행 시 경찰 식별표시 불명 등 국내 핵심적인 인권 현안이 모두 삭제됐다. 여기에 세월호 등까지 삭제돼 최종 제출된 인권 현안은 31개에 불과하다.

일부 인권위원들은 의견 표명을 한 적 없어서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거나 중요도가 낮다. 보고서 분량이 많다는 이유로 이들 항목의 삭제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에서 한국의 인권지수를 높인 국가인권위가 이명박 정부 이후부터 제 역할을 하지도 못하고 있는 셈이다. 시민단체들은 인권위가 누락한 이슈들을 별도로 유엔에 알린다는 계획이다.

5·16 미화, 시작됐다.

중앙일보가 김종필씨를 인터뷰하고 그의 증언록을 독점 연재한다고 밝혔다. 당사자의 구술은 중요한 사료가 되곤 하지만, 역사적 평가 없는 일방적 구술을 신문에 연재한다는 것은 과거사 훼손 및 왜곡 논란을 불어일으킬 수밖에 없다. 특히 그는 5·16 쿠데타의 주역으로 역사의 심판을 받아야 할 인물이다.

   
▲ 중앙일보 3월 2일자. 1면.
 

실제 김종필 씨는 5·16에 대해 “혁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쿠데타면 어떻고 혁명이면 어떠냐 말이야. 5·16은 우리 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에서 본질적 변화를 이끌고 실적을 남겼어. 그게 바로 혁명이야”라고 말했다. 그는 쿠데타 이후 반공을 국시로 한다는 조항을 발표한 것에 대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좌익 활동을 희석시키기 위해서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를 전달하는 중앙일보가 그에 대해 “현대사의 연출가”, “그의 삶은 풍운이었다”, “후세 위해 ‘역사의 비곡’ 육성 증언”, “(그의 삶이)서사시적 장엄함이 있고 서정의 풍취도 있다”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그의 구술을 ‘위인전’ 수준으로 격상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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