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심장부를 겨냥하는 법안 하나가 최근 발의됐다. 범죄자의 불법이익을 환수하는 ‘불법이익환수법’이다. 이 법은 삼성을 겨냥해 ‘이학수법’이라 불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3남매가 취한 부당이익을 환수하는 내용의 이 법은 삼성의 승계 문제를 건드리는 등 여러 뇌관을 담고 있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이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에 서명한 국회의원 104명에는 야당은 물론 새누리당 의원들도 포함돼 있다. ‘이학수법’은 삼성의 대국회로비를 넘을 수 있을까. 미디어오늘이 지난 2월 27일 박영선 의원을 만났다.

“이학수법, 쉽지 않지만 결국 만들어 진다”

박 의원은 이학수법의 국회통과 여부에 대해 “쉽지 않다”며 과거 이학수법과 유사한 법들을 예로 들었다. 박 의원은 “삼성생명법은 상정도 안 되고, 자사주 가지고 인적분할 장난하는 거 막는 공정거래법·상법 개정안도 계류 중이다. 금산분리법 통과시키는데도 2년이 걸렸다. 재벌의 특혜나 지배구조 관련된 법들은 국회통과가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 지난 2월 13일 이학수법 기자간담회를 진행 중인 박영선 의원. 사진=박영선 의원실 제공
 

박 의원은 “하지만 언젠가 만들어질 것이라 본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박 의원은 “17대 때 ‘다중대표소송제’ 관련법을 냈는데 처음 그 법이 말도 안 된다고 했으나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있다. 일감몰아주기 관련법도 10년 가까이 흐지부지되다가 결국 국회를 통과했다”며 “이학수법은 그 때에 비해 오히려 ‘필요하다’ ‘해봄직하다’는 반응이 많다”고 밝혔다.

이 법안에 국회의원 104명이 서명했다. 많아 보이지만 법안을 통과하긴 부족한 수다. 더욱이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를 비롯해 최고위원들이 법안에 서명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야당 지도부가 소극적이라는 해석까지 나온다.

박 의원은 “(서명이) 생각했던 것보다는 많았다. 100명만 서명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넘겼다”며 “설 연휴 직전에 제출하는 바람에 귀성하느라 서명 못한 의원들도 있다. 연휴 이후였으면 새누리당 의원들 포함해 좀 더 많은 의원들이 서명했으리라 본다”고 설명했다. 야당 지도부가 소극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최고위원 중에서도 서명하고 싶었는데 연락이 안 닿아 하지 못한 의원들이 많다”며 “지도부가 법을 좌지우지하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학수법’의 계기는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김인주 전 삼성선물 사장이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등 삼성 3남매에 헐값으로 몰아줬고 이 과정에서 이들은 시세차익을 얻었다. 이학수 전 부회장과 김인주 전 사장은 2009년 특검에서 이건희 회장과 함께 배임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학수법이 통과될 경우 삼성 일가의 부당이익 2조 원 가량을 환수할 수 있다. ‘범죄자와 정황을 알면서 범죄수익을 취득한 자 및 범죄의 수혜자가 취득한 수익, 수익에서 유래한 재산’이 환수범위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박 의원이 넘어야할 가장 큰 산은 바로 ‘삼성’이다. 국회 안에 삼성의 막강한 로비팀이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박 의원은 이 법이 삼성의 승계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기를 쓰고 막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자료=박영선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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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경제지들을 중심으로 이학수법에 반대하는 사설이 쏟아지고 있다. 박 의원은 “들은 이야기가 있다. 언론사에 ‘사설을 쓰지 말아달라’ ‘기사를 내려주면 어떻게 해주겠다’ 이런 전화들이 왔다는 이야기를 직간접적으로 듣고 있다”며 “재벌의 권력이다. 언론이 단단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17대 처음에 국회의원 됐을 때 삼성의 대국회로비는 굉장히 심했다”며 “한동안 없어졌다가 요새 다시 심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직접 연락을 받았나’라는 질문에는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받았다”고 답했다.

박영선 의원이 ‘다른 사람들’을 통해 들은 내용, 그리고 몇몇 언론이 사설을 통해 이 법에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소급입법’이며 ‘이중처벌’이라는 논리다. 박 의원은 소급입법에 대해 “이미 우리 법에 소급 입법에 대해 규정돼 있다. 더 이상 논란거리가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 부칙 적용례를 보면, ‘이 법 시행 전 발생한 경우에도 적용한다’고 나와 있다.

박 의원은 이건희 회장 등이 유죄판결을 받았기에 이중처벌이라는 주장에 대해 “이학수법은 민사적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형벌상의 몰수가 아니라 민사적 절차에 의한 환수이기에 문제없다는 것. 삼성이 이미 증여세 등을 통해 사회에 환원했다는 주장도 있다. 박 의원은 “증여세는 세금이고, 범죄수익 환수와는 별개다. 그걸 막 섞어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여러 논리가 안 먹히자 이제 ‘큰 정치를 하려면 이 정도는 넘어가야하는 거 아니냐’ ‘야당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안 된다’는 말까지 나온다”며 “이는 완전히 협박이다. 경제정의와 사회정의를 위해 국회의원이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이런 이야기를 듣고 반드시 이 법을 통과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상속세·증여세 어떻게 하면 안 낼지 연구 그만 하고 기술연구 해야”

한국에는 이미 ‘범죄수익은닉법’이 있다. 그럼에도 ‘이학수법’이 필요한 이유는 뭘까. 박 의원은 “재산으로 인한 범죄, 피해자가 발생한 범죄는 범죄수익이 생겨도 환수하지 못하게 한 범죄수익은닉법의 사각지대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삼성SDS 사건은 계열사가 갖고 있던 주식을 이학수 등 여섯 명이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해 나눠가진 것이다. 계열사가 대주주들을 고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했다”고 강조했다.

범죄수익이 국고로 환수된다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박 의원은 “피해자 스스로 구제하게 한 것이 기존 법의 사각지대”라며 “국가가 환수해 피해자구제기금을 만든다. 이걸 세금 형태로 사회에 환원할지 말지는 법원에서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한 “범죄로 인한 수익은 국가가 환수해야한다는 기본 원칙을 천명하는 것이 경제정의와 사회정의를 위해 좋다”며 “청소년들이 요즘 10억을 벌 수 있으면 감옥가도 좋다고 생각한다지 않나. 이런 범죄를 방치하면 이런 생각이 만연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의원은 “부의 불평등, 세금의 불평등 문제로 국민들이 참을 만큼 참았다. 정치권에서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분노가 굉장히 위험한 방향으로 폭발할 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학수 등과 달리 이재용 3남매는 유죄판결을 받지 않았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재산까지 환수하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박 의원은 “이 사각지대를 방치하면 범죄를 저질러 혜택을 재벌 3-4세에게 가게 하는 일이 반복 된다”며 “당시 판결문을 보면 사채발행의 목적이 이재용 삼남매에게 주식을 증여하기 위한 것이라 나와 있다. 의도된 범죄“라고 강조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박 의원은 “이제 곧 재벌3세의 시대가 펼쳐진다. 재벌3세들이 리더십을 확보하지 못하면 회사가 제대로 갈 수 없다”며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세습된다고 했을 때 계속해서 ‘당신은 세금도 제대로 안 내고 불법행위로 인해 돈을 모았다’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것이 리더십 구축에 도움이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박영선 의원은 1999년 경제부 기자로 삼성SDS 사건을 취재했다. 그는 “그 사건에 대해 리포트해서 9시 뉴스데스크에 나가기로 했는데 방송이 안 나갔다. 그 다음날 물어봤더니 리포트 테이프가 없어졌다고 하더라”며 “다시 만들어서 건네주고, 뉴스데스크에 방송이 나갈 때까지 지켜봤던 기억이 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취재할 때도 이 부의 불평등 관한 원칙을 세우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세금이 안 걷히고 복지를 못한다고 하는 상황인데, 여전히 가진 사람들한테 특혜를 주고. 불법행위로 자본을 세습하는 것이 용인돼선 안 된다.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법은 직접적으로 삼성을 겨냥하고 있지만 사실 대상은 한국의 재벌 대기업 전체다. 박 의원은 “이 법이 통과되면 재벌이 범법행위를 해서 재산을 상속해야겠다는 생각은 고칠 수 있지 않을까”라며 “범법행위를 허용해주니 재벌들이 어떻게 하면 상속세를 안 낼지, 증여세를 안 낼지 연구하는데 쓰는 에너지가 너무 많다. 그 시간에 기술 개발하고 마케팅전략을 세워야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진상조사특위, 지난 9월에 시작됐더라면…”

박영선 의원은 ‘삼성 저격수’ 이전에 원내대표까지 지낸 정치인이다. 정치쟁점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박 의원을 만난 27일, 박근혜 대통령이 이병기 국정원장을 비서실장에 내정하고 윤상현·김재원 등 ‘친박의원’들은 정무특보단에 임명했다. 박 의원은 “아쉬움이 많은 인사”라며 “얼마나 사람이 없었으면 비서실장에 8개월 밖에 안 된 국정원장을 시킬까. 현역의원들을 정무특보에 선임해 옥상옥의 구조를 만드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평가했다.

박근혜 정부의 지난 2년에 대해 묻자 박 의원은 “이미 점수가 다 나와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잘했다’ 30%, ‘못 했다’ 60%가 평균이다. 2년 전보다 삶이 나아졌느냐는 잣대로 봤을 때 내 삶이 나아졌다는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라고 반문했다.

   
▲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사진=박영선 의원실 제공
 

박영선 의원은 원내대표 시절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주도했다. 당시 유가족의 의견을 대변하지 못한 채 ‘야합’을 했다는 비난이 일었다. 박 의원은 이에 대해 “유가족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백퍼센트 다 가질 순 없다”며 “당시 진상조사특위가 꾸려져서 돌아갔으면 지금처럼 이렇게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특위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9월부터는 특위가 돌아갔어야 한다. 특검은 그 이후의 문제”라며 “그런데 그 때 누군가가 유가족들에게 특검이 마치 중요한 것처럼 잘못 입력을 시켰다고 본다. 세월호 문제 해결의 핵심은 진상조사특위”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어 “지금은 언론이 아무도 세월호에 대해 감시하지 않는다. 9월에는 그런 상황이 아니었고 진상조사특위도 지금처럼 무력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참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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