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MBC보도본부장이 대전 MBC 사장에 내정된 가운데, 검증되지 않은 본사 임원들이 지역사 사장직을 꿰차는 고질적 현상이 반복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방송문화진흥회는 지난 26일 안광한 MBC 사장과 사전 협의를 거쳐 대전·원주·전주·제주 MBC에 신임 사장을 내정했다. <관련기사 : 사장 노렸던 MBC 이진숙, 대전 MBC 사장으로

그 결과 이진숙 보도본부장은 대전 MBC, 김철진 편성제작본부장은 원주 MBC, 원만식 예능본부장은 전주 MBC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김창옥 대전 MBC 사장은 제주 MBC사장에 선임됐다. 

지역사의 한 인사는 “안광한 사장이 자신의 잠재적 경쟁자이거나 눈 밖에 난 인사, 통제하기 힘든 인사를 지역사 사장으로 내려 보냈다”며 “MBC를 망가뜨렸다는 평가를 받는 인사들이 지역에 와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지역MBC본부를 중심으로 지역사 구성원들은 사장 선임 절차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요구해 왔다. 인재를 공개모집하고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예측 가능하도록 인사를 선발해달라는 것이었다. 

   
▲ 이진숙 대전 MBC 사장 내정자. ⓒ미디어오늘
 

이 인사는 “지역사 사장은 해당 지역과 방송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며 “또 악화하는 지역사 경영을 개선할 수 있는 실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이번 인사는 더 이상 지역을 동반자 관계, 네트워크 관계로 보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언제까지 지역사 임원 자리를 인사 적체 해소용으로 쓸 건가”라고 반문했다. 

지난해 12월 시행된 ‘지역방송 발전지원 특별법’은 지역방송에 대한 법적인 정의를 담고 있는 최초의 법률이다.

무엇보다 이 법은 지역방송을 단순히 서울 본사에 소속된 지역국의 개념이 아니라 고유성을 지니는 독립적 범주의 방송으로 인정하고 있다. 본사 임원이 ‘낙하산’으로 지역사에 내려앉는 관행은 이 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특히 이진숙 내정자의 경우 전임 김창옥 사장 임기가 끝나지 않았는데 대전 MBC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내부 구성원들도 예상치 못한 인사에 고심하고 있다. 

언론노조 대전MBC지부의 한 관계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생존과 성장을 위한 지역사의 중장기 정책 혹은 자율성 확보 방안에 경영진이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데 임기가 이번처럼 보장이 안 된다면 당연히 구성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한광 언론노조 MBC본부 수석 부위원장은 해결 방안에 대해 “지배와 종속이라는 근본적인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방통위와 대주주 방문진 등에 지역사의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 마련과 관리 감독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디어오늘은 지역사와 관련해 이진숙 대전 MBC 사장 내정자의 계획과 비전을 들으려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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