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7일 청와대 비서실장에 이병기 국가정보원장을 발탁했다. 진보 언론은 물론, 보수 언론도 “돌려막기 인사”라고 비판했다. 새로운 동력을 얻으려면 대대적 쇄신이 필요했으나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병호 전 국가안전기획부 2차장이 국정원장에 내정됐다. 박정희 정부 중앙정보부에서 정보기관 일을 시작한 그는 2007년 경선캠프에 참여해 박근혜 대통령과 연을 맺었다. 그러나 과거 극우 칼럼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 인사에 대해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유감을 드러냈다. 특히 청와대 정무특보가 새누리당 현역 친박 의원으로 채워진 것에 대해 “그것에 문제 의식이 있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28일자 종합일간지 머리기사 제목.

경향신문 <집권 2년 만에 바닥난 ‘수첩 인사’>
국민일보 <靑비서실장, 정보수장 앉히다>
동아일보 <靑비서실장에 이병기 국정원장>
서울신문 <소통‧외교‧안보 ‘다목적 비서실장’>
세계일보 <‘왕실장’ 대신 ‘정치멘토’>
조선일보 <정보首長을 청 실장으로>
중앙일보 <이병기 국정원장에서 비서실장으로>
한겨레 <장고끝에 돌려막기…국정원장을 비서실장에>
한국일보 <장고 끝 측근…또 돌려 막았다>

   
▲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과 박근혜 대통령 ⓒ연합뉴스
 

비서실장 이병기, 동아 “돌려막기 인사”

신임 이병기 비서실장을 바라보는 보수 언론의 시선이 나뉜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관망’하는 논조였으나 동아일보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조선일보는 3면 머리기사 제목을 <黨政靑 아우르는 ‘親朴 큰형님’ 등장… “국민‧與野와 소통 힘쓸 것”>이라고 뽑았다. 

조선은 “박근혜 정부 들어 이 실장이 초대 주일 대사, 국정원장에 이어 비서실장까지 맡으며 승승장구한 것은 그만큼 박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는 뜻”이라며 “검찰 출신의 김기춘 전 실장이 기낭을 중시하는 ‘사정(司正)형’ 실장이었다면 이 내정자는 인화(人和)를 중시하는 ‘협상형’”이라고 평가했다. 

중앙일보도 이 실장이 지난 2004년 한나라당이 차떼기 정당이라는 맹비난을 당할 때 ‘천막 당사’ 아이디어를 냈다며 띄웠다. 

중앙은 “이 실장을 아는 사람들은 ‘신중하고 합리적이면서 심지가 굳은 사람’이라고 평가한다”며 “여권에선 소통에 대한 기대가 높다. 다만 현직 국정원장이 임명 7개월 만에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간 데 대한 야당과 여당 일각의 거부감을 극복하는 게 과제”라고 밝혔다. 

중앙은 사설에서 애정 어린 조언도 잊지 않았다.

“‘윗분의 뜻을 받들어…’식의 과거퇴행적인 처신이나 비밀주의에서 벗어나 국정운영 스타일을 바꾸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에 충실하길 바란다.”

   
▲ 조선일보 28일치 3면.
 

동아는 3면 <정무-외교 겸비 元朴 이병기… 與野-北-日과 ‘멀티소통’ 특명>에서 “지금까지 ‘왕(王)실장’으로 불린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원 톱’이었다면 집권 3년 차를 맞아 이 비서실장과 이완구 총리, 최경한 부총리, 현정택 대통령정책조정수석 등이 동시에 뛰는 ‘토털 사커’로 국정운영의 전술이 바뀌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동아는 사설 <靑, 국정원장 출신 비서실장으로 ‘쇄신 이미지’ 얻겠나>에서 강도 높게 비판했다. 

동아는 “청와대가 국민들에게 ‘인적 쇄신’을 여러 차례 약속한 시점에 현직 국정원장을 임명 8개월 만에 청와대로 이동시킨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 실장은 국정원 댓글 의혹으로 어느 때보다 국가정보기관의 정치적 중립 요구가 높았던 지난해 7월 국정원 수장으로 임명됐다”고 밝혔다. 

동아는 “이 실장이 외교관 출신이라고는 하지만 꼭 현직 국정원장을 비서실장으로 써야 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 실장의 발탁은 박근혜 정부가 그동안 보였던 ‘돌려막기 인사’의 반복이라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동아는 이어 “국민 여론은 박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에 변화를 요구해 왔고, 청와대 역시 집권 2주년을 맞아 국정 운영의 새로운 동력을 얻으려면 대대적인 인사 쇄신이 불가피했다”며 “이번 인사는 쇄신의 이미지를 주기엔 미흡하다. 박근혜 정부의 인사풀이 협소하다는 사실만 다시 한번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병호 국정원장 내정자, 과거 칼럼이 발목 잡나?

박 대통령은 지난 27일 국정원장에 이병호 전 국가안전기획부 2차장을 내정했다. 

그는 육사 출신으로 박정희 정부 중앙정보부에서부터 정보기관 일을 했다. 2007년 한나라당 박근혜대선 예비후보 경선캠프에 참여했다. ‘올드’ ‘수첩’ 인사로 국정원 개혁이 가능하겠느냐는 비판이 나오는데, 그가 과거 보수 매체에 기고한 칼럼이 입길에 오르고 있다. 

   
▲ 경향신문 28일치 2면.
 

“햇볕정책은 북한이 더는 안보를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환상을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퍼뜨렸다.” (2009년 9월 동아일보 칼럼, ‘방심을 먹고 자란 여간첩’)

“국정원을 몹쓸 기관으로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국정원의 개혁 의지를 약하게 만들고 우리 안보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자해 행위” (2014년 11월 문화일보 칼럼, ‘정치권의 安保(안보) 불감증을 우려한다’)

“용산 사건과 유사한 폭동이 만에 하나 뉴욕이나 파리, 런던 등 다른 선진국 도심에서 발생했다고…(중략) 이번 사태는 졸속진압이나 과잉진압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법 집행의 격렬한 충돌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발생한 비극적 우발사고일 뿐” (2009년 9월 동아일보 칼럼, ‘용산 참사, 공권력 확립 계기로 삼자’)

경향신문은 “냉전시대 대결적 대북관이나 공안주의적 정권 옹위 시각이 확연하다”며 “이런 성향 탓에 그의 목소리엔 우려스러운 목소리가 컸다. 전직 정보기관 핵심 관계자는 ‘집권 3년차에 남북관계도 풀고 대미 관계에서도 치고 나갈 부분이 있는데 이런 사람만 써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심기불편’ 새누리 유승민 “현역의원이 정무특보? 문제있다”

이번 인사에 대해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유 원내대표는 27일 이병기 신임 비서실장에 대해 “국정원장을 하신 지 얼마 안된 분이 가셔서 그 부분은 조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비서실장을 맡았으니 당‧정‧청이 대화하는 데 박근혜 정부 성공에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유 원내대표가 크게 목소리를 높인 대목은 친박 ‘현역’ 의원들의 청와대 정무특보 내정이었다.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주호영‧윤상현‧김재원 의원을 정무특보에 내정했다. 현역 친박계 의원들을 청와대 특보에 임명하는 것은 정부와 국회의 ‘견제와 균형’, 즉 삼권분립의 취지를 허무는 것이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 한국일보 28일치 3면.
 

유 원내대표도 “현직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이고 정무특보는 대통령 특별보좌역인데 현직 국회의원이 정무특보가 되는 것에 대해 나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꼬집었다.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대변인도 “친박 친위부대가 대거 포진된 점도 매우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중앙은 사설에서 “장관 3분의 1이 현역 의원들로 채워져 내각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마당에 겸직이라곤 하지만 친박계 현역 의원 세명을 정무특보에 앉힌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새누리당과의 소통을 위해서라는데 그렇다면 오히려 친박계가 아닌 비주류 인사를 등용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동아도 “정치권과의 소통을 위한 특보단 신설이 오히려 소통의 장애가 될까 걱정”이라며 “현역 의원이 대통령의 특별 보좌관을 맡는 것도 권력 분립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문제가 있다’며 불편한 반응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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