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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민 왜 해고했나" MBC 안광한 사장에게 물었더니…
"권성민 왜 해고했나" MBC 안광한 사장에게 물었더니…
[기자수첩] "사장님 힘드실 때, 스트레스 받지 않겠나"… 과잉경호가 만든 MBC의 고립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문환, 방문진) 이사회가 26일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에서 열렸다. 안광한 MBC 사장과 방문진 여·야 이사들은 이곳에서 논의와 조율을 거쳐 MBC 본사 이사 및 일부 관계사 이사를 선임했다. <관련기사 : 사장 노렸던 MBC 이진숙, 대전 MBC 사장으로

중요한 날이었던 만큼 오후 3시부터 시작한 이사회는 2시간이 지나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방문진 복도에는 MBC 안전관리팀 직원들과 관계자 몇 명이 안 사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 5시 20분께 방문진을 나와 화장실로 들어가는 안 사장과 마주쳤다. 그에게 인사를 한 뒤 몇 가지 질문을 하기 위해 화장실 앞에서 기다렸다. 

   
▲ 안광한 MBC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몇 분 지나자 안 사장이 화장실 밖으로 나왔고 바로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 같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면서 “권성민 PD 해고와 관련해 방문진 이사들과 논의한 것이 있느냐”고 물었다. 권 PD는 지난달 웹툰을 그렸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안 사장은 이에 대한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쓴웃음만 지었다. 

문제는 여기에서부터다. MBC 안전관리팀 관계자는 기자를 엘리베이터 밖으로 밀어냈다. 질문 하나 던졌을 뿐이었다. 과거 경험한 바(?)가 있어 ‘들이대지’ 않고 한 발짝 물러났다. 그렇게 안광한 사장을 보냈다.

이번엔 이 장면을 옆에서 지켜보던 또 다른 경영진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에게 다가갔다. 어떤 이유로 권 PD가 해고된 것인지 진짜 이유를 듣고 싶었다. 하지만 또 저지당했다. MBC 안전관리팀 관계자는 “한 번 더 그러면 (밖으로) 내보낼 수 있다”며 협박 아닌 협박을 했다. 위력을 행사하려 했던 것도 아니고 단지 질문을 한 것뿐인데…. 

방문진 사무실 안에서 다시 만난 그 관계자에게 따졌다. “몸싸움을 한 것도 아니고 질문 하나 했다고 기자를 내보낼 생각을 하느냐”고. 실명을 밝히지 않은 그는 “지금 시기가 (사장님이) 가장 힘드실 때”라며 “(그렇게 질문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모든 게 “신변 보호 차원”이라는 말과 함께. 

   
▲ 기자는 지난달 22일에는 MBC에서 쫓겨났다. ‘웹툰’을 그렸다는 이유로 권성민 MBC 예능PD를 해고한 권재홍 부사장에게 질문하기 위해서 접근했다가 경호원들에 의해 끌려나왔다. ⓒ언론노조 MBC본부
 
   
▲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지난달 23일 MBC 상암동 신사옥 앞에서 MBC 안전관리팀 직원과 실랑이가 붙었다. 정당하게 신고한 집회에 안전관리팀이 나타나 반복적으로 영상 촬영을 하는 것에 대한 항의 표시였다. (사진=김도연 기자)
 

최근 MBC 안전관리팀의 취재 방해는 언론시민단체와 취재진 사이에서도 입길에 오르내린다. 지나칠 정도로 과잉 방어를 하거나 적법하게 신고한 집회를 상시적으로 감시한다. 신원도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지난달 22일 기자는 MBC 상암동 신사옥에서 쫓겨났다. 권 PD 해고 당시 인사위원장인 권재홍 부사장에게 질문하기 위해서 접근했다가 경호원들에 의해 밖으로 끌려나왔다. 취재 중이던 다른 기자들을 향해서는 “저것들 끌어내”라고 말하며 과잉 경호 논란을 자초했다. 

<관련기사 : MBC “권성민 PD 왜 해고했나” 묻자 “쫓아내”>

다음 날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권 PD 해고 관련 경영진을 규탄하는 집회에서 MBC 안전관리팀 직원과 실랑이가 붙었다. 적법 절차를 거친 집회에 안전관리팀이 나타나 반복적으로 영상 촬영을 시도하는 것에 대한 항의 표시였다. 

이보다 앞서 세월호 유가족이 지난달 8일 유가족 폄훼 보도에 항의하기 위해 MBC를 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기자회견을 하기 전부터 경찰 병력이 MBC 상암동 신사옥을 둘러쳤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유가족 대표단이 자신들의 입장을 담은 서한을 들고 이진숙 보도본부장과의 면담을 위해 MBC 사옥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MBC 관계자들은 이들을 저지했다. MBC 안전관리팀 관계자가 대신 이 문서를 받아갔다. 이 본부장이 서한을 확인했는지 알 수가 없다. 드라마 출연까지 하며 언론 노출에 열린 태도를 보였던 이 본부장은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MBC의 지나친 과잉 경호와 자기 방어는 시민사회와 점차 괴리되고 있는 모습을 드러내는 현상이 아닐까. “언론이 질문을 못하게 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최승호 전 PD의 말, MBC 경영진은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 지난해 10월 MBC 교양국 폐지 결정에 언론시민단체들이 MBC 신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미 여러 대의 CCTV가 설치 운용 중인데 MBC 관계자들은 건너편에서 기자회견 장면을 카메라로 녹화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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