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전 MBC 사장은 지난 13일 업무상 배임으로 징역형을 선고 받았지만, 그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경영진들은 여전히 자리 나눠먹기에 여념이 없다.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문환)는 26일 정기 이사회를 열고 MBC 본사 이사와 일부 지역사 및 관계사 이사를 선임했다. 그 결과 김재철 사장 때부터 고위 임원이었던 이들이 본사 주요 직책을 맡거나 지역사 및 관계사 사장에 선임되거나 내정됐다. <관련기사① : 사장 노렸던 MBC 이진숙, 대전 MBC 사장으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진숙 보도본부장이 대전 MBC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김장겸 보도국장이 보도본부장을 꿰찼다는 점이다. 을 망가뜨린 대표 인사로 꼽히는 김현종 경인지사장이 편성제작본부장으로 승진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  김장겸 MBC 신임 보도본부장(당시 정치부장)이 대선 국면이던 2012년 12월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입구에서 대선TV토론 참석을 위해 방문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맞이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MBC의 한 인사는 “보도와 제작이라는 두 부문을 MBC에서 가장 편협하고 편향적 시각을 지닌 이들이 잡았다”며 “예상했던 대로 회전문 인사, 최악의 돌려막기였다”고 혹평했다. 언론노조 MBC본부 구성원들은 원주 MBC 사장에 내정된 김철진 편성제작본부장과 연임된 전영배 MBC C&I 사장도 김재철 전 사장 측근으로 분류한다. 

이진숙 보도본부장은 김재철 사장 시절 기획홍보본부장으로서 대변인 역할을 했다. 이 본부장은 지난해 안광한 현 사장과 함께 사장 후보 최종3인에 올랐지만 분루를 삼켜야 했다.

이번 인사를 보면 김장겸 보도국장이 이 본부장을 밀어낸 모양새다. 김 국장은 김 사장 취임 이후 2년 6개월에 가까운 시간 동안 정치부장을 맡았다. 해임된 김 사장의 후임 김종국 사장 때(2013년 5월) 보도국장으로 승진했다. 

MBC 기자회는 지난 2012년 김장겸 당시 정치국장의 여당 편향성을 문제 삼으며 제작거부를 강행했다. MBC 기자, PD들이 김 국장이 170일 파업 단초를 제공했다고 비판하는 까닭이다. <관련기사② : 김장겸 MBC 보도국장, ‘MBC 파업’ 유발한 장본인>

지난해 경우 세월호 유가족을 향한 그의 발언이 논란이 됐다. 그가 보도국 편집회의에서 세월호 사고 실종자 가족들을 두고 “완전 깡패네. 유족 맞아요?”라고 발언했다고 일부 언론이 보도했던 것.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 시민단체는 유가족 명예훼손 등을 들어 김 국장을 서울 남부지검에 고발했다. 결국 나중에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이 났지만 김 국장의 발언으로 MBC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관련기사③ : MBC 간부들, 세월호 유족 ‘폄훼’ 논란>

MBC 노조와 시민단체가 반발했지만 김 국장은 영전을 거듭했다. MBC의 한 기자는 “김 국장은 인사 등 보도국 전반을 장악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는데 김 국장의 보도 부문 영향력이 그만큼 막강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김현종 신임 편성제작본부장. ⓒMBC
 

김현종 경인지사장은 2011년 최승호 PD를 포함한 MBC PD수첩 제작진 6명이 타 부서로 강제 발령이 났을 때, “PD수첩 프로그램에 노동운동 편향성이 있고 정치적 편향성도 있다. 최승호 PD 같은 경우 유능하지만 정치색이 과도하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고, 시사제작국장으로서 프로그램 제작을 두고 구성원들과 상시적으로 대립했던 인물로 평가받는다. 특히 작가들의 해고 사태 중심에 서 있었다.

<관련기사④ : 파업 지지했다고 해고? “방송작가 전부 해고하라”>
<관련기사⑤ : “대선까지 PD수첩 없이 가고 싶은 거 아닐까”>

최근 170일 파업 손배소 재판에서도 김 지사장은 “최승호 PD는 노조위원장 등 노조 주요 직책을 맡은 바 있고, 조합원 신분을 유지한 채 시사 문제를 다루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PD가 제안한 아이템이 ‘킬’되는 것은 흔히 있는 일”, “PD교체 때문에 공영성이 하락했다는 식의 언론플레이로 PD수첩을 음해하고 비방한 PD들에게도 시청률 하락 책임이 있다”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관련기사⑥ : 권성민 PD 소속 지사장, “엠병신이란 말 너무 모욕적”>

한편, 대전·원주 MBC 등 지역사에서는 본사 임원이 사장으로 내정돼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 가능성이 있다. 대전 MBC 경우 김창옥 사장 임기는 2016년 초까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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