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방송 중 ‘일베’ 이미지를 사용해 법정제재를 받았던 MBC가 방송통신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한 건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재심 수용 결정을 내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박효종 위원장)는 26일 오후 열린 전체회의에서 극우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에서 만들어 유포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음영 이미지를 내보내 ‘경고’ 제재를 받았던 MBC의 재심 청구 건에 대해 다수 ‘인용’ 의견을 방통위에 보내기로 의결했다.

MBC <섹션TV 연예통신>은 지난해 10월 12일 배우 차승원의 아들 차노아의 친부 관련 소식을 전하며 화면에 노 전 대통령의 음영 이미지를 사용했다. 이에 방통심의위는 MBC의 이 같은 방송 사고가 반복됐다는 점과 이후 사과방송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중징계인 ‘경고’ 제재를 내렸다. 

징계 처분 주체인 방통위의 제재 조치 이후 MBC는 해당 프로그램에서 사과방송을 하고 이미지 제작 시스템 개선 내용 등을 첨부해 방통위에 재심 청구를 신청했다. 이에 대해 방통위가 징계를 의결한 방통심의위에 의견을 물은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 박효종 위원장과 김성묵 부위원장을 포함한 정부·여당 추천 위원(고대석·조영기·하남신·함귀용·) 6명 전원이 재심 청구에 동의해 당초 ‘경고’(벌점 2점) 제재보다 한 단계 낮은 ‘주의’(벌점 1점) 의견을 밝혔다. 야당 추천의 박신서·윤훈열·장낙인 위원은 기각 의견을 냈다.

함귀용 위원은 “MBC가 노 전 대통령을 희화한 부분은 있지만 단순 실수 이미지로 보이고 심의위 제재 의결 이후 같은 프로그램에서 사과방송을 하고 자체 시스템을 개선한다고 해 원래 내 의견이었던 ‘주의’로 인용하겠다”고 말했다.

김성묵 부위원장도 “개선된 시스템대로 하면 재발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고 MBC가 이번에 적극성을 가지고 재심 청구에 대한 설명이나 양해를 구한 부분이 상당히 진정성 있다고 보인다”며 인용에 찬성했다.

   
▲ 지난해 10월 12일 MBC ‘섹션TV 연예통신’ 방송 갈무리. 가운데 음영이미지가 노무현 전 대통령 음영이미지.
 

반면 장낙인 위원은 “사정 변경은 규정을 잘못 적용했거나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해 중징계가 나갔을 때 해야 하는 것”이라며 “시스템 개선과 사과방송은 지속해서 심의를 받지 않기 위해 자체적으로 당연히 해야 할 부분”이라고 반대 의견을 냈다. 

박신서 위원도 “심의위에서 ‘경고’ 제재 결정 후 사과한 것은 진정성이 있다고 보이지 않고 중징계를 피하려는 의도라고 보인다”며 기각했다. 윤훈열 위원은 “심의위 제재 이후 명확한 상황 변화가 있다든지 제재 수위를 낮출만한 근거가 명확하지 않는데 법정제재를 내린 과거 심의를 뒤집는 것은 설득력 등 논리적으로 부족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출연자들을 소형 트럭 화물 적재함에 태워 ‘도로교통법’ 위반 지적을 받았던 KBS <해피선데이 1박2일>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33조(법령의 준수)와 제36조의2(가학적·피학적 묘사)를 위반했음이 인정돼 ‘권고’ 지도를 받았다.

<1박2일>은 지난해 12월 21일 방송에서 출연자들을 이동 중 게임 벌칙으로 트럭 적재함에 태운 채 운행한 것이 ‘도로교통법’ 위반했다는 데 심의위원들이 뜻을 같이했다. <1박2일>은 지난 2012년과 2013년에도 같은 규정을 위반해 각각 ‘의견제시’와 ‘권고’ 조치를 받았다.

다만 심의위원들은 제작진들이 현행법 위반을 피하기 위한 노력으로 6인승 농업용 차량을 구입했고, 비교적 안전하게 운행하려고 노력했다는 점과 충분히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소위에서의 다수 법정제재 의견과 달리 재차 행정지도하기로 결정했다.

소수 ‘주의’ 의견을 낸 조영기 위원은 “방송이라는 공익적 기능을 가지고 법치를 어떻게 지킬 것인지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장낙인 위원은 “영화를 패러디했던 MBC <무한도전>과는 달리 완전히 노출되고 눈보라가 몰아치는 상황에서 밧줄로 몸을 묶고 벌칙을 가했다는 점에서 같은 잣대로 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함귀용 위원도 “방송사 자문 변호사 누구에게 물어봐도 화물 적재함에 사람을 태울 수 없음을 알 수 있고 심의를 의도적으로 피하려고 1992년에 나온 차를 구입한 꼼수를 쓴 것이 아니냐”며 “<무한도전>보다 장시간 걸쳐 이동 장면을 보여줬다는 점과 이미 제재를 받았던 전력도 있어 ‘주의’를 줘도 형평성에선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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