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공사가 설립 취지에 맞지 않게 부동산 펀드 투자를 강행해 정치권에서 존폐 논의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안홍철 한국투자공사 사장이 사장직을 관두지 않겠다는 뜻을 전 직원에게 밝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야 위원은 안 사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등 야권 인사를 비방한 트위터글을 들어 자질이 부족하다며 사퇴를 촉구해왔고 최근엔 부동산 펀드 투자 문제가 되면서 공사의 존폐 문제까지 거론된 상황이다. 

존폐 논의가 사퇴 압박을 위한 제스처 아니냐는 분석도 있는데 안 사장이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밝힌 것이다. 안 사장은 1년 넘게 정치권의 사퇴 요구를 거부해왔다. 

특히 자신에게 쏟아지는 언론보도에 대해 "언론은 관심을 끌기 위해 글을 자극적으로 쓴다"고 밝혀 불쾌한 감정까지 드러냈다. 

한국투자공사는 한국 외환보유액을 수탁 운용하는 국부펀드인데도 고유자산을 부동산 펀드에 투자한 사실이 언론보도로 드러났고 2015년 업무보고에 “친KIC 언론인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확대”하겠다고 명시해 언론을 수단으로 인식하는 구시대적 발상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국투자공사 직원에 따르면 안 사장은 25일 아침 모든 직원들을 투자공사 건물 대회의실로 소집해 "동요하지 말라, 회사는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사장은 "나는 (사장직을) 절대 관둘 일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언론 비판에 대해서도 "나에 대한 기사는 다 이상한 기사들이다"라며 "몇몇 매체 정도만 여러분이 이 회사를 들어올 때처럼 입사하기가 힘들다. 나머지 언론은 관심을 끌기 위해서 글을 자극적으로 쓴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 안홍철 한국투자공사 사장
 

안 사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메이저 신문사의 기사는 데스크의 꼼꼼한 필터링을 두세 차례 거쳐야만 비로소 나갈 수 있지만, 인터넷 언론사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야만 하기 때문에 눈길을 끄는 표현을 골라 쓴다는 취지에서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친언론인 중심으로 네트워크 확대"라는 2015년 투자공사 업무보고 내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던 본지 보도를 직접 깎아내린 것으로 보인다.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이에 대해 "안홍철 사장이 전 직원을 모아놓고 투자공사의 부적절한 투자를 지적하는 국회와 언론을 무시하는 발언"을 쏟아냈다며 "공공기관의 기관장으로서 본인의 자질 문제 등으로 기관의 존폐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직원들 앞에서 국회와 언론의 정당한 문제제기까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안홍철 사장의 언론 무시 발언은 사업계획에서 밝힌 대로 친KIC 언론만을 언론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즉각 언론인들에게 사과해야 할 것"이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안 사장이 특정 언론사의 경영진과 친분을 활용해 투자 공사의 입장을 전하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한 언론사는 부동산 투자 강행 기사가 나오고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존폐 논의가 오고가자 '오해가 있다'는 투자공사의 입장을 담은 기사를 두차례 보냈다. 해당 언론사 한 기자는 투자공사와 관련한 기사는 경영진이 직접 개입을 하곤 했다며 안 사장과 경영진이 상당한 친분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안홍철 사장은 해당 언론사에서 지난 2010년부터 2013년 9월 투자공사 취임 직전까지 칼럼을 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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