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를 일으킨 연예인 가운데 그 원인이 음주인 경우, 복귀가 좀 빠르다는 지적이 있다. 어쩌면 이것은 술에 대해서 관용을 베푸는 한국사회의 사회 문화적 인식 때문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술을 마시면 성인이고, 남자다우며, 여성들은 분위기를 즐길 줄 아는 쿨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다. 술은 사람들을 기분 좋게하고 흥겨움을 자아내게 할 수는 있지만 그에 비례해 위험한 물질임에는 분명하다. 기본적으로 알콜이 3-4배 담배보다 더 해롭다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알콜 중독 때문에 더 큰 사고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담배보다 더 관용을 베푸는 중독물질이다. 그럼에도 음주가무는 상류층 문화로 인식되어 부작용은 아예 눈감아 주어 왔다. 한국은 어디에서나 술을 팔고 아무데서나 술을 먹을 수 있으며, 술을 먹고 한 언행은 대개 참작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술을 먹고 한 행동이라며 합리화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합리화에는 범죄 행위도 들어 있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런 면들은 텔레비전 방송에도 그대로 등장한다. 담배의 경우에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제한을 두는 경우가 많은데 술은 그렇지 않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8조(건전한 생활기풍)을 보면, 관련 대목이 있다. 즉 “방송은 건전한 시민정신과 생활기풍의 조성에 힘써야 하며, 음란, 퇴폐, 마약, 음주, 흡연, 미신, 사행행위, 허례허식, 사치 및 낭비풍조 등의 내용을 다룰 때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흡연, 음주 장면을 방송 프로그램이 다룰 때,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흡연장면은 청소년들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에는 기본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 tvN 드라마 <미생>

 

 

그런데 15세 이상 시청가 프로그램의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에 음주 장면이 빈번히 등장한다. 특히, 케이블 텔레비전일수록 심한데, 그렇다고 지상파 방송사에게만 가혹하다고 할 수도 없다. 여기에서 우리가 지겹게도 들어온 미디어 효과에 논쟁은 다시 불거질 수 있다. 대표적으로 미디어 강효과와 약효과 논쟁이 여기에 속한다. 이에 따른다면, 청소년들이 텔레비전 프로그램 속 음주 장면을 많이 보게 되면 술을 많이 마시게 될 때는 강효과이고, 그렇지 않다면 약효과가 된다. 물론, 시청자가 청소년인지 그 여부를 떠나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학습을 하거나 체득하며 그것이 어떤 상황 속에서 실제 언행으로 튀어나올 수 있다. 그런데, 문화적 무의식이라는 점도 언제나 생각해야 할 법하다. 문화적 무의식은 언행을 정당화하는 요인이 된다. 즉, 바람직한 모습으로 연상되는 언행들이 무의식적으로 잠재되어 있다가 어느 순간이나 상황 속에서 목적의식적인 이성적 판단과 별개로 자연스럽게 표출하게 된다. 연상되는 언행들이 사회문화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여길 때는 더욱 그러하다. 방송미디어에 문화 계발 효과가 있다는 점은 이런 맥락에서 다시 되새길 수 있다.

예컨대,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여행이나 음식을 조리할 때 술을 곁들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장면이 잘 나오면, 우리가 야외에서 음식을 먹거나 여행을 가면 항상 술을 먹어야 분위기가 즐거워지는 것으로 인식되게 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실제로 야외에서는 술을 마셔야 하는 것처럼 무의식이 형성되기도 한다. 술이 빠지면 흥이 안난다는 발언도 빈번하다. 술을 같이 먹으면 친해진다는 편견적 인식이 강화되기도 한다. 야외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이런 경향은 빈번해지고 있다. 야외 공간에서 즐거운 추억을 만들 때, 음주가 하나의 공식처럼 등장하는 셈이 된다. 사실 이러한 점은 방송이 주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의 문화적 무의식을 반영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따라서 방송이 음주 일반화를 재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바람직하지 않은 유습이라면, 세대 학습관점에서 방송 프로그램이 이를 재강화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 tvN 드라마 <미생>

 

 

또한 드라마에서는 고민이나 걱정, 괴로운 일이 있을 때 음주하는 장면이 자주 된다. 마치 스트레스를 받으면 술로 풀어버리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그려진다. 고민이나 괴로움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할 수 있는데, 대개 술로 쉽게 해결하는 모습이 빈번한 것이다. 물론 근본적인 해법이 등장할 리 없다. 음주 없이도 해법은 찾을 수있을 것이다. 전문의들은 술로 스트레스를 풀려는 행위는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고 한다. 더구나 드라마에서 음주 후에 고성이나 폭행 등의 행동은 유야무야 되는 경우도 많다. 또한 괴로운 일이 있을 때마다 혼자 음주를 하고 술에 취해 자는 장면도 빈번하다. 이는 모두 좋지 않은 음주습관이다. 혼자 마시는 술은 더 빨리 취하며 알콜중독에 쉽게 빠져들게 만든다. 한편, 술을 먹고 일어나는 남녀의 성적인 문제에 대해서 헤프닝 수준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무의적으로 음주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셈이 된다. 성적 일탈에 대한 둔감함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음주와 성추행의 정당화 행위들 간의 관련성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뭐 이렇게 까지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수도 있다.

청소년은 자율적으로 판단할수 있는 주체적인 존재일 것이다. 한편으로는 무의식의 존재이기도하다. 또한 문화적 존재이기도 하며, 방송 미디어는 이를 반영하거나 재강화하는 효과를 보이는 게 현실이다. 바람직한 사회적 가치 그리고 문화적인 인식은 시대적 가치에 따라 변한다. 창작의 자유 관점에서 음주 장면의 설정에 대해서 하나하나 간섭을 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창작의 자유는 시청자의 공감 콘텐츠를 전제로 한다. 답습적인 음주 장면들은 시청자들의 주목이나 흥미를 끌지 못하고 말 것이다. 자동 연상장치와 같이 음주 장면을 삽입하는 도식적인 연출이 그만큼 콘텐츠 차원의 차별성도 없는 셈이다. 단지 음주 장면 그 자체 때문에 순간 시청율이 높아질 리도 없다. 필연적으로 음주가 진정성을 가질 때 주목을 받을 뿐이다. 그에 비해서 희생해야 할 가치가 더 클지도 모른다. 알콜 중독은 개개인들의 선택만이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환경적 조건에 따라 좌우되는 점들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술병에는 모두 경고 문구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술을 먹는 장면이 담긴 방송 프로그램에는 어떠한 주의 문구조차 없다는 점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술병에는 주로 육체적인 위해성 여부만 지적하지만, 방송 미디어 속 음주는 영혼의 파괴와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알콜 중독도 결국 육체를 넘어 영혼을 파괴하기는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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