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에 개봉한 영화 ‘백투더퓨처2’의 초반부에 그려진 2015년도의 힐밸리에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 그리고 끈 길이가 자동으로 조정되는 신발과 함께, 사건 사고 현장에 등장해 현장 사진을 찍고 기사를 자동으로 송고하는 기사 로봇이 등장한다. 이 세 가지 중 유일하게 현실화된 것이 있다. 바로 기사 로봇이다.

LA타임즈의 지진 보도에는 특별한 점이 있다. 지진 관련 기사 작성자는 퀘이크봇(http://eqbot.com), 알고리즘 기반의 기사 작성 프로그램이다. 지진 발생 직후 미 지질조사국(USGS)이 지진 발생 사실을 알리면, 진앙지와 진도 등 주요 정보를 바탕으로 기사를 자동으로 작성해 송고한다. 지진 발생 소식이 일반인들에게 전달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불과 몇 분 이내다. 기사는 편집자의 게이트키핑이 거의 필요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LA타임즈는 지진보도뿐 아니라 경찰로부터 나오는 범죄자 체포 소식도 기사봇으로 처리한다. 

이처럼 알고리즘을 통해 자동으로 데이터를 수집해 기사를 작성, 송고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새로운 저널리즘을 로봇저널리즘(Robot Journalism)이라고 한다. 미국의 많은 언론사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기사봇을 활용해 기사를 송고하고 있다. 로봇 저널리즘의 선구자 격인 오토메이티드 인사이트(Automated Insights)의 기사봇 ‘워드스미스(Wordsmith platform)’는 2013년 기준으로 약 3억 개, 2014년에는 약 10억 개의 자동 생성 콘텐츠를 생산했으며, 2013년 기준으로 매월 평균 약 1만 5천여 건의 기사를 언론사들에 판매했다고 한다. 아울러 동사는 2014년 6월에 AP통신에 기업실적 관련 데이터를 토대로 한 자동 생성 기사를 공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로봇이 기사 등의 지식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고, 이를 기성 언론이 적극 활용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것이다.

   
▲ 영화 ‘백투더퓨처2’의 기사드론 이미지
 

로봇 저널리즘의 핵심은 데이터를 수집해 유용한 정보를 추출하고 이를 토대로 완성도 있는 기사를 작성할 수 있는 알고리즘의 성능에 있다. 때문에 현재 로봇 저널리즘의 주요 활용분야는 스포츠 분야나 증권, 금융 관련 소식 등, 주로 정량화된 수치나 고유명사 등 데이터 처리가 상대적으로 쉬운 분야에 집중되어 있다. 아직 고도의 분석을 요하는 기사를 안정적으로 작성하는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했으나, 편집자가 논조의 방향을 지정하면 단순한 수치 데이터를 기반으로도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논조의 기사를 작성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참과 거짓으로 명확히 분류될 수 있는 사항이라면 로봇 저널리즘의 처리 가능 영역 내에 있다고 봐도 큰 무리가 없다.

현재까지는 기사봇이 취재원을 직접 찾아가 코멘트를 따낼 수는 없다. 하지만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의 소셜미디어나, 커뮤니티사이트, 포럼 등의 온라인 공간에 올라온 일반인들의 피드백을 자동으로 수합해 특정 이슈에 대한 반응으로 포함시킬 수는 있다. 기사 말엽에 붙곤 하는 “한편 네티즌들은” 이하의 부분을 기사 작성 로봇이 자동으로 채워 넣는 것이다. 이는 이미 ‘네티즌 고로케(http://copy.coroke.net/netizen)’ 등을 통해 국내에서도 테스트되었던 바 있다. 

   

▲ 미국에서 열린 'Bots, Drones, etc.: New Tools for Journalism' 컨퍼런스에서 저널리즘의 미래와 관련해 강연 중 기사드론을 시연하는 장면. 사진=이종대 트리움 이사 제공

 

 

여기에 딥러닝 등 뉴로 사이언스가 결합된 고급 인공지능과, 고도화된 자연어처리 기술을 토대로 더욱 풍부해 진 텍스트 분석 및 기사 작성 역량을 갖춘 새로운 알고리즘이 덧붙여지고, 드론 등을 활용한 로봇의 직접 취재 및 데이터 수집이 더해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로봇 저널리즘의 영역은 머지 않은 시일 내에 기성 언론인들의 영역보다 더 넓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알고리즘에 의해 작성되는 기사의 비중과 영역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시도를 진행한 언론사나 회사가 현재까지 전무하다. 낚시용 ‘우라까이’ 기사 작성을 위해 투입되는 젊은 기자들은 네이버 트래픽을 끌어오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런 기사들은 언론 환경을 악화시키는 원인이기도 하지만, 로봇 저널리즘에 의해 거의 완벽히 대체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 이종대 트리움 이사

 

 

심층분석이 담긴 중량감 있는 기사보다 연성화된 가벼운 기사를 선호하는 대중들, 그리고 빠른 속도로 기자들의 영역을 침범해 들어오고 있는 로봇 저널리즘 사이에서 언론인들은 곧 샌드위치 상황에 몰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기자라는 직업이 과거의 것으로 사라지지 않고 미래로 꾸준히 이어질 수 있도록 언론 종사자들의 각성과 부단한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로봇에 의해 대체되지 않을 분야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 먼저다. 기사 로봇이 읽어내지 못하는 인간과 사회의 본질에 대한 천착, 그리고 이를 활용해 기사 로봇을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는 편집 역량을 기르는 것은 로봇 저널리즘에 대응하는 유력한 대안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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