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윤후덕 의원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함께 24일 한미일 삼국간의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관한 3자 정보공유약정’(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약정) 체결에 대해 국정조사를 청원했다. 

지난해 12월 29일 발효된 ‘한미일 군사정보 공유 약정’은 국방부가 국회 동의가 필요 없는 기관 간 약정 형식으로 추진됐다. 참여연대 이태호 사무처장은 “국민 여론의 반대 때문에 이명박 정부시절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 무산되자 국회 견제를 받지 않기 위해 국방부가 밀실에서 추진한 이 약정은 사실상의 군사협정”이라며 “국회가 국민을 대신 이 사안들에 대해 국정조사를 실시해 진실을 밝히고 국회의 권능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평화국제팀 백가윤 간사는 “약정체결과정 사후 보고 등 진상을 밝히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 추진된 배경까지 밝혀야 한다”며 “국민안전과 국가 안보에 미칠 영향에 대해 엄정하게 평가하고, 군사안보 사안에 대한 정부의 일방통행을 견제하기 위해 반드시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국은 대북 군사 정보가 일본보다 우위에 있어 일본의 정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한일 정보공유는 집단적 자위권을 주장하는 일본이 유사시 한반도에 군대를 출병시킬 빌미를 제공할 수 있고, 이는 미국이 추구하는 대북·대중 미사일방어(MD)체계를 만들기 위한 한미일 삼각동맹을 공고히 하는데 기여하는데 필요한 셈이다. 미중간 패권전쟁에 한반도가 끼어들게 된다는 지적과 일본이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았는데 일본과 군사정보를 공유한다는 지적이 부담스러워 외교부가 나서 국회의 견제를 받기보다 국방부에서 여론을 무시하며 정보공유 약정을 진행했다는 주장이 많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지난 2012년 1월 한일국방장관회담에서 정보보호협정을 공식적으로 합의하며 논란이 된 한미일간 정보공유내지 군사협력의 문제는 20여 년 전부터 시작됐다. 1991년 11월 미국의 요구로 한미가 가서명한 ‘특허비밀보호협정’의 핵심은 “국가보안 관련 발명정보를 정보보유국이 비밀로 요구할 경우 이를 받아들이는 국가도 그 비밀을 보장”하는 것이다. 5000여건의 군사특허를 관리하고 있는 미국의 기술보호가 목적이며 당시 국내에서는 기술주권 포기라는 비판이 있었다. 

지난 1989년 체결된 ‘한미 국방부간 한국 내 방위물자 생산에 따른 기술사용료에 대한 양해각서’에 따르면 한국이 무기를 수출할 때마다 미국에 8%의 로열티를 지불하게 해 대미의존을 심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사평론가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은 이를 ‘20년 전의 재앙’이라고 표현하며 “한미동맹을 강화하며 대미의존을 강화하는 흐름에서 나온 협정이었다”고 밝혔다. 

미국이 한미일 삼각동맹을 통해 중국과 북한을 견제하려면 일본의 정상국가화가 필요하다. 이런 배경에서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과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약정을 봐야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태호 사무처장은 “유럽에서는 전범국인 독일이 전쟁을 일으킨 책임을 지고 분단됐지만 동아시아에서는 대신 우리만 분단됐다”며 “일본은 평화헌법으로만 견제 받다가 이제는 이마저도 개정해 집단적 자위권을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대 편집장은 “일본의 속내는 미국이 주도하는 MD에 참여하는 것”이라며 “결국 일본과 우리의 군사협력은 미국의 군사비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 한 대학생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한미일정보공유약정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 방어 체계)배치 등 중국과 북한을 견제하는 지역방위에 한국 정부는 형식적으로는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사실상 한미일 군사협력을 추구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수언론도 사드 배치를 거들고 있다. 조선일보는 24일 <北권역만 탐지 사드 배치 검토>에서 “미국이 탐사거리가 짧아 중국 내륙의 탄도미사일 발사 상황을 감시할 수 없는 요격용 배치를 검토한다”고 밝혀 중국의 주한미군 사드 배치에 대한 반발 명분이 약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도 이날 1면에 <사드 한반도 배치, 찬성 56% 반대 33%>에서 자체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절반 이상이 사드 배치에 대해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므로 찬성한다”고 보도했다. 김종대 편집장은 “조선일보 기사는 출처도 알 수 없고, 미중 간 기싸움중에 중국이 사드 배치에 반발하자 미국이 내놓은 카드”라고 지적했다.    

김 편집장은 “미일동맹처럼 미국이 자동 개입한다는 확실한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닌 추상적인 한미동맹의 목적이 무엇인지, 공동의 위협은 무엇이고, 동맹이 달성하려는 공동의 이익이 무엇인지 등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며 “미국에 의존하며 일체화되면 종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편집장은 “지금 사드배치 논의도 미국 의회가 미 국방부를 압박하면서 가속화됐고, 일본은 미일안보가이드라인을 2년마다 미국과 협상해 국회의 통제를 받고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며 “우리만 안보 문제에 대해 문민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한미일 군사정보 공유 약정’등 한미일 3각 동맹에 대한 논의는 미국과 일본의 압박 속에서 밀실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윤후덕 의원은 “밀실에서 이루어진 약정 체결 과정과 사후의 허위보고 등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서는 국정조사가 불가피하다”며 “국방위에 대한 정부의 설명과 보고가 이미 위증으로 확인된 이상 국정조사만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24일 윤 의원이 청원한 국정조사요구서에 국회의원정원(현 295명)의 4분의 1이상(74명)이 요구서에 서명하면 국정조사를 실시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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