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보도국 내 일간베스트(이하 일베) 유저 기자가 있다는 미디어오늘 보도(관련기사: KBS 보도국에 ‘일베’ 기자 있다) 이후 KBS 보도국 내부에서 사측의 조속한 조치를 요구하는 성명이 제기되는 등 술렁이고 있다. 

KBS 보도국 35기 이하 기자 일동은 지난 16일 성명을 내고 일베 활동 전력이 있는 한 기자를 언급하며 “이 사실이 알려진 보도본부는 그야말로 충격에 휩싸인 상태”라고 전했다. 

이들은 일베를 “공동체를 지탱하는 최소한의 예의조차 망각한 집단”, “익명의 장벽 뒤에 숨은 잔인한 폭력”을 일삼는 집단으로 규정하고 “바로 그러한 집단의 정체성을 공유하고 심지어 거리낌 없이 자랑을 일삼았던 누군가가 KBS의 기자가 될 수 있다면 엄격한 공채는 무엇을 위한 절차냐”고 비판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KBS 구성원들이 ‘일베 회원도 KBS 기자가 될 수 있다’는 참혹한 상징을 대체 왜 감수해야만 하느냐”고 덧붙였다. 

이들은 “현재 KBS가 언론사로서 쌓아올린 위상은 구성원 개개인의 꾸준한 노력과 이를 상호 감시하는 전통에서 비롯됐다 믿는다”며 “하지만 ‘일베’의 정체성을 자발적으로 과시했던 사람에게 보도국 구성원 가운데 누가 스스럼없이 이 전통을 교육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들은 “문제가 된 신입사원이 형사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나 사회적 불능상태를 선고해야 한다는 선동은 더더욱 아니다”면서도 “다만 그런 사람이 공영방송 KBS 기자가 돼서는 안 된다는 뼈아픈 지적”이라고 적었다. 

이들은 또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돼야할 공영방송에는 ‘표현의 자유’를 조롱하고 짓밟아온 사람의 자리는 없어야 한다는 호소”라며 “사측이 이 불행한 사태를 하루빨리 바로 잡아 주기를 간절한 마음 모아 기다린다”고 끝맺었다. 

   
▲ 서울 여의도의 KBS 사옥. 
 

 

이튿날인 17일 KBS 기자협회도 성명을 통해 “문제의 수습사원이 이미 같은 동료로서 KBS 안에서 얼굴을 맞대고 일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대외적으로 KBS 기자 이름을 걸고 수신료를 납부하는 시청자를 상대로 직무를 수행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며 “문제가 된 수습사원의 교육 절차를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KBS 기자협회는 이와 함께 “KBS를 향한 국민의 오해와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합당한 조치를 취하라”고 사측에 촉구했다. 

해당 기자는 사내 게시판에 반성문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으며 KBS 구성원인 해당 기자의 아버지 역시 지난 설 연휴 당시 관련 글을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가 자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기자는 현재 선배 기수들의 수습 교육 기피 등으로 낮 일과 시간에는 내근을 하고 있으며 저녁 이후에는 다른 수습 기자들과 함께 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35기 이하 기자 성명과 KBS 기자협회 등은 해당 성명에서 이번 사건의 보도(관련 보도: KBS노조 “일베 기자, 누가 어떤 의도로 제보했나”)를 일부 조직의 이익다툼으로 몰아간 KBS노동조합에 대해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역할’에 대한 몰이해와 몰지각에서 비롯된 오해”(기자 성명)라며 “협소한 이익 다툼으로 근거 없이 이 사건을 몰아가지 말고 이번 사안의 본질을 명명백백히 직시하기 바란다”(KBS 기자협회)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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