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관련 예능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각 방송사들은 유사한 방송프로그램들을 기획제작하고, 치열한 시청률 경쟁에 나선 지 오래다. 전쟁을 벌이는 이들이 또하나 있는데, 바로 이 프로그램들에 협찬을 하는 기업들이다. 그런데 협찬의 과도함을 지적하는 글조차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협찬 자체에 대한 논의는 별로 없는 듯하다. 만약, 이런 방송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아이들이 보통 아이들이 아니고, 연예인이라고 한다면 그들의 일상용품에 대한 신뢰성이 얼마나 존재할까? 그러나 아이들은 연예인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육아프로그램들은 숨기고 있다. 애써 숨긴다고 해도 결국 협찬은 그들의 본질을 드러내주고 있다. 

우선 MBC '아빠 어디가?'는 물론 SBS ‘오 마이 베이비’,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아이들이 입는 옷은 평소에 입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그들이 쓰는 용품이 협찬으로 이뤄지는 것처럼 의복조차 관련기업의 치열한 마케팅 전략에 따른 협찬으로 이뤄진다. 이러한 사실에 대해서 새삼 놀라워하는 것초차 이상한 지경이 되었다. 당연히 협찬이 이뤄지는 것이라는 인식도 많다. 그러나 협찬이 갖는 성격을 생각한다면,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위협당한다는 점은 외면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방송 프로그램의 의상 협찬은 연예인들에게 해당한다. 기업의 의상협찬은 연기자나 가수가 드라마에 출연하거나 무대에 설 때 홍보효과를 누리려는 의도에 따른 것이다. 이들은 모두 전문적인 연예인들인데, 전문 연예인들이야 의상 협찬을 받을 수 있어도 일반 아이들에게 의상이나 일상용품을 협찬하는 행태가 타당하지 의문이다. 일반 시청자들은 연예인들의 옷이나 사용 용품은 당연히 관련 기업들의 협찬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이 때문에 주의를 한다. 주의를 능동적으로 하지 않아도 시청자들의 선택 상황에서 협찬에 대한 인식은 있다. 하지만 육아예능의 협찬은 이러한 의식을 갖지 못하도록 한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육아예능 프로그램들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일상 생활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프로그램이다. 방송사들이 밝히고 있듯이 육아예능은 말그대로 육아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더욱 진정성을 느끼게 만들어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사용하는 일상 용품 심지어 입는 옷조차 누군가의 기획과 연출로 만들어지는 것이라면, 진정성을 잃는 결과를 낳을 수 밖에 없다. 정작 아이들의 부모들은 육아에 대한 철학을 밝히면서도 협찬을 받아 육아용품이나 의상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는다. 육아에서 패션이나 육아 용품에 대한 자신들의 관점을 밝힐 수가 없는 것이다. 주어진 대로 기획 연출된대로 선택한다. 물론 시청자들은 이러한 배경에 주의를 기울사이도 없이 관련 용품이나 옷을 구매한다.    

이런 육아예능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연예인들의 아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이전에 개체적인 주체적 존재이다. 그러한 존재의 일상을 미디어에 노출시키는 것도 문제이지만, 상품 판매의 매개물로 활용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구심이 든다. 단지 귀여운 존재들이라는 점만 적극 부각되고, 그렇지 않은 성향을 보일 때는 아웃되어 폐기 처분되며, 비자아적인 성향을 보일수록 선호는 폭발하고 옷과 용품의 판매 매개물로 적극 선택되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지적조차 고리타분한 것으로 취급받고 있다. 예능은 예능일 뿐이라는 불문율 아닌 불문율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육아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옷이 비싸고 보기 드문 제품이라 일반 서민은 접근할 수 없어 위화감을 느끼게 만든다는 지적이 악플에 시달리는 형국에서 침묵을 하고 있어야 하겠다. 직장인들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는 쉽지 않으며, 아이들과 여러 활동을 나가기도 힘들다는 점도 위화감을 일으켜낼 수 있다는 지적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우리는 모두 공유와 합의를 하고 있는 셈이다.

   
▲ SBS 오 마이 베이비
 

결국 우리는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은 육아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아이들은 기획 연출된 존재들이라는 점이다. 즉, 기획 연출된 상품을 소비하고 있다. 기획 연출된 상품에  리얼리티나 진정성이라는 단어를 애초에 붙이는 것은 맞지 않았다. 만약, 그런 단어를 붙인다면 아이들을 연예인이 아닌 듯 하면서 연예인으로 만들어 내고 있는 방송의 연출이 가진 사기극이다. 이러한 점은 방송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연예인 부모도 마찬가지다. 또한 상품을 보고 리얼리티를 느끼고 육아 현실과 방법을 학습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인 것이다. 우리 일상의 아이들은 상품도 연예인도 아니고, 자신의 자아를 지닌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만약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부각하려 한다면, 협찬을 받지 않거나 육아예능프로그램에서 협찬 제품이 노출될 때마다 협찬 고지를 반드시 기명해야 한다. 그것이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정체성에 맞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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