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앞둔 16일 오후, 땅에 떨어진 것은 빗방울뿐이 아니었다. 숭실대에서 청소하는 여성노동자 장보아씨의 머리카락과 동료들의 눈물도 함께 떨어졌다.  

16일 오후 4시, 숭실대학교 천막농성장 앞에서 열린 ‘숭실대 청소노동자 노동인권 쟁취를 위한 여성 청소노동자 삭발식’에는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숭실대 분회 장보아 사무국장(여, 60), 숭실대 분회 이종렬 분회장(남, 65), 서울일반노조 김형수 위원장(남, 52)등 3명이 참여했다.
 
이날 삭발식에는 서울대와 동국대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 기륭전자 해고노동자, 숭실대학교 학생들, 각계 시민단체 등 100여명이 함께했다. 서울일반노조 동국대 분회 김다임 분회장은 “교회가 배부르면 노동자들이 배고프고 교회는 없는 사람들 사람답게 살게 하는 곳”이라며 “기독교 정신으로 운영하는 숭실대가 노동자들을 압박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서울대에서 청소노동자로 일하는 최분조 서울일반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지금 내리는 비는 비가 아니라 우리의 눈물”이라며 “날씨도 우리의 억울함에 동참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최 부위원장은 “(숭실대와 미환개발 관계자들이) 눈물도 없는 사람들 같다”며 “대학에서 학생들이 이런 현실을 보고서도 참고만 있지 않기에 그래도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 16일 서울 숭실대 천막농성장 앞에서 열린 삭발식에 서울대와 동국대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 기륭전자 해고노동자, 숭실대학교 학생들, 각계 시민단체 등 100여명이 함께 하고 있다. (사진 = 장슬기 기자)
 

청소노동자들을 돕는 숭실대 학생들의 모임인 ‘숭실 파랑새’의 이주영(행정학과)씨는 “지록위마, 수의계약을 수의계약이라고 하지 못하고 있다”며 “학교를 보고 학생들이 무엇을 보고 배우겠느냐”고 비판했다. 

청소노동자들은 18년째 숭실대와 계약을 맺고 있는 용역업체 미환개발의 퇴출과 용역업체 공개경쟁입찰을 요구했다. 숭실대와 미환개발 계약 내용을 알아보기 위해 ‘숭실 파랑새’ 학생들은 학교에 ‘학교와 미환개발간 용역인건비·집행내역 일체’에 대해 정보공개청구했다. 파랑새 학생들은 이에 대한 비공개 통보에 대해 문제제기하며 소송 등 후속 대응을 준비 중이다. (관련기사 : 청소노동자들 울리는 숭실대, 농성장 전기 끊고 철거 통보)

연대 발언이 끝나고 삭발식이 진행되자, 숭실대 캠퍼스는 눈물바다로 변했다. 삭발에 참여한 장보아 사무국장은 “명절에 손주들이 ‘할머니 머리가 왜 그래’하며 물을 텐데 거기에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대답을 할 수 없는 이 현실이 너무 비참하고 억울하다”고 말했다.     

삭발을 마치고 숭실대 분회 이종렬 분회장은 “우리가 여기서 얼마나 벌겠냐”며 “우리가 (정년까지 일을 마치고) 잘 떠날 수 있도록 학교가 협조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김형수 위원장은 “청소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노동환경을 만들 수 있다면 기꺼이 함께 하겠다”며 삭발에 참여했다. 

   
▲ 16일 오후 4시, 숭실대학교 천막농성장 앞에서 열린 ‘숭실대 청소노동자 노동인권 쟁취를 위한 여성 청소노동자 삭발식’에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숭실대 분회 장보아 사무국장(여, 60), 숭실대 분회 이종렬 분회장(남, 65), 서울일반노조 김형수 위원장(남, 52)등 3명이 삭발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 장슬기 기자)
 

숭실대와 청소노동자들간 갈등은 노동조합을 만든 지난 2013년 5월부터 시작됐다. 숭실대와 계약한 용역업체인 미환개발의 운영자인 김사풍 회장은 숭실대 동문회장 출신으로 숭실대에 많은 재산을 기부한 특수관계다. 노동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임금을 체불한 사실 등 미환개발의 문제가 드러나자 노조는 숭실대와 미환개발간 계약 내용을 공개하고, 투명하게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용역업체를 정하자고 주장했다. 학교 측은 인권침해에 대해 양 당사자(미환개발, 숭실대 분회)의 입장이 다르고 미환개발에 대한 문제를 감시하겠다며 오는 28일 미환개발과 재계약도 강행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