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의 최근 일련의 수상쩍은 행보를 풀 퍼즐 조각이 드러났다. 한국일보는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김치찌개집 발언을 기사화했다가 판갈이 과정에서 삭제하고 녹음파일을 유출한 데 대해 사과까지 했다.

미디어오늘이 12일 복수의 취재원에게 확보한 녹취록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지난달 27일 기자들과의 점심식사 자리에서 승명호 한국일보 회장의 형인 승은호 코린도그룹 회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한국일보 인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처럼 영향력을 과시했다.

이 후보자는 “한국일보 승명호 회장 그 사람 형 승은호 회장, 내가 도지사 그만두고 일본 가 있었어요. 7개월 동안. 일본에 가 있던 집이 승 회장 집이야. 세상이 다 이렇게 엮여 있다고. 모른다고, 어떻게 될지. 이게 무서운 얘기 하는 거야. 60 넘어가면 어디서 어떻게 엮일지 몰라요.”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승명호 회장은 지난달 한국일보를 인수한 동화그룹 회장으로, 지난 2일 한국일보 회장(공동대표이사)으로 선임됐다. 승은호 코린도그룹 회장은 승명호 회장의 친형이다. 

(관련기사 : 이완구 미공개 녹취록 “한국일보 회장과 각별한 관계”)

미디어오늘의 추가 취재 결과,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는 총리로 내정되기 이전에도 한국일보 편집국장을 포함한 정치부 기자들과 점심식사 자리에서 비슷한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후보자의 김치찌개집 발언 보도가 누락되는 과정에서 이 후보자와 승 회장의 관계가 작용됐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고재학 한국일보 편집국장은 12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완구 후보자가 총리로 내정되기 전에 나와 정치부장, 여당 출입기자랑도 같이 점심을 먹었는데 그때 이 후보자는 승명호 회장이 아닌 승 회장의 형 승은호 코린도 회장이랑 친하다고 얘기했다”며 “지난달 기자들 앞에서도 한국일보 기자가 있으니 마치 지금 (승명호) 회장이랑도 친한 것처럼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고 국장은 “승은호 회장이랑 친하다는 것도 어디서 한 번 봤던지 식사 한 번 한 거 가지고 우리한테 얘기한 것”이라며 “우리 한국일보 사람들과 모일 때도 그렇게 얘기했는데, 기자들한테는 굉장히 즉흥적이고 자기 과시성 발언으로 점철됐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 참석한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사진=이치열 기자
 

12일 미디어오늘이 복수의 취재원으로부터 입수한 이 후보자의 미공개 녹취록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한국일보 승명호 회장, 그 사람 형 승은호 회장, 내가 (충남)도지사 그만두고 일본에 가 있었어요. 7개월 동안. 일본에 가 있던 집이 승 회장 집이야. 세상이 다 이렇게 엮여 있다고. 모른다고, 어떻게 될지. 이게 무서운 얘기 하는 거야. 60 넘어가면 어디서 어떻게 엮일지 몰라요.”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이 후보자는 또 김아무개 전임 한국일보 부장을 거론하며 “그러니까 인생사라는 게 서로들 얽혀 있어서 함부로 하면 안 돼. 대한민국 사회는 특히. 그래서 내가 언론인들 많이 챙깁니다. 김○○이도 지금 ○○○ ○○하고 있지? 그러니까 여기까지 40년 지탱하고 살아온 거지. 우리나라 정치판이 얼마나 어려운데.”라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이어 “침착하게 남을 도와주는 마음으로 가면 언젠가는 그게 리턴이 돼요. 막 그렇게 해버리면 너도 데스크로 가는 거지. 너도 너 살려고 할 거 아니야. 빼 하면 뺄 수밖에 더 있어? 그렇지 않소…우리 사는 게 흠이 있더라도 덮어주시고, 오늘 김치찌개를 계기로 좀 도와주소.”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고재학 국장은 “이 후보자가 어린 기자들에게 언론사 간부와 친하다고 과시하면서 ‘내가 너네 부장 역임한 사람도 알고, 너희(한국일보) 회장도 안다’고 말한 것”이라며 “우리한테도 실제로 동화그룹 회장의 친형이랑 친하다고 애기하면서 위세를 내세웠다”고 밝혔다.  

고 국장은 “담당 기자가 이 후보자와 점심을 먹고 나서 그 자리에 있었던 4명(경향신문·문화일보·중앙일보·한국일보) 기자의 녹취록을 짚어가면서 의견을 공유했고, 그 발언이 신빙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한다”며 “한국일보나 승 회장이 이 후보자와 친하다고 해서 보도를 안 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해명했다.

지난달 27일 당일 기사가 빠지는 과정에 관여했다고 밝힌 한 기자는 1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그날 정치부장이 휴가 중으로 없는 상황에서 국회 반장과 내가 보조데스크로 들어와 해당 기자가 올린 메모를 보고 기사를 넣으라고 한 것”이라며 “나중에 기사가 들어온 것을 보고 나서 기사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담당 기자와 통화해 빼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한국일보 관련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미공개 녹취록 전문이다.

한국일보 승명호 회장? 그 사람 형 은호가 (나와) 보통 관계가 아니다. 나는 그 양반이 한국일보 맡을 줄 몰랐다 내가 (충남)도지사 그만두고 일본에 가 있었어요. 7개월 동안. 일본에 가 있던 집이 승 회장 집이야. 세상이 다 이렇게 엮여 있다고. 모른다고, 어떻게 될지. 이게 무서운 얘기 하는 거야. 60 넘어가면 어디서 어떻게 엮일지 몰라요.
 
그러니까 인생사라는 게 서로들 얽혀 있어서 함부로 하면 안 돼. 대한민국 사회는 특히. 그래서 내가 언론인들 많이 챙깁니다. 김○○이도 지금 ○○○○ ○○ 하고 있지? 그러니까 여기까지 40년 지탱하고 살아온 거지. 우리나라 정치판이 얼마나 어려운데.

침착하게 남을 도와주는 마음으로 가면 언젠가는 그게 리턴이 돼요. 막 그렇게 해버리면 너도 데스크로 가는 거지. 너도 너 살려고 할 거 아니야. 빼 하면 뺄 수밖에 더 있어? 그렇지 않소, 세상사가. 그럼 이상하게 돼 버리는 거야. 그래서 나는 젊은 기자분들 내 자식 같잖아. 큰 자식이 37입니다. 우리 60 평생 살았으니 얼마나 흠이 많겠소. 우리나라 압축성장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흠이 많겠고. 똑같은 거지. 우리 사는 게. 흠이 있더라도 덮어주시고, 오늘 김치찌개를 계기로 좀 도와주소. 섭섭한거 없지? 결론적으로 한겨레 기사는 클리어 된 거야. 동의합니까?

 

(한국일보 쪽 해명을 반영해 기사를 일부 수정 보완했습니다. 2015년 2월13일 오전 11시2분.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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